그동안 정치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는데, 설날 연휴 덕에 찬찬히 여러 이슈들을 살펴보게 된 저를 경악시켰던 것이 바로 노웅래의 발언이었습니다.

김한길 체제의 어려움을 생각하면서 현 지도부를 가급적이면 비판하지 않으려던 저의 인내심의 끈을 끊어지게 한 막장 중의 막장 발언이지요.
김한길이 정치 인생 초기의 승승장구와 최명길과의 결혼으로 모든 인복을 소모해버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보수 언론의 공격이야 야당 대표라면 모두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입니다만 김한길은 이석기 사태라는 야권 전체에 닥친 위기, 그리고 무엇보다 NLL대화록 무조건 공개 및 사초실종 같은 친노들의 똥 싸지르고 튀기와 정청래 류 나꼼수 기생 의원들을 이용한 게릴라성 뒷통수 치기, 한경오의 노골적인 친노 지원, 팟캐스트를 비롯한 각종 친노 미디어들의 극성스런 악선전 등의 내부 총질에 시달리면서 국정원 개혁 특위 설치나 철도 파업에 대한 퇴로 만들기 등 어려운 일을 해내고도 줄창 욕만 먹는 상황이었습니다.


어제 문화일보 기사에 호남에서의 김한길 지지율이 황우여보다도 못하다는 기사가 떴더군요.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20401070523301002


4일 새누리당과 한국갤럽에 따르면 한국갤럽의 지난 1월 20∼23일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당대표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여당 대표의 직무수행 지지도 조사 결과 황 대표는 전국적으로 30%의 지지율을 얻었고, 호남에서는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33%의 지지를 받았다. 같은 조사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호남지역 업무수행 지지율은 26%에 머물렀다. 호남지역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이 15%, 민주당이 33%였다. 역대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호남에서 10%의 지지율을 받기도 힘들었다.

이 같은 깜짝 결과에 대해 새누리당은 황 대표의 실제 인기인지, 조사 오류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움직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갤럽이 앞서 1월 6∼9일 조사했을 때도 황 대표 지지율은 전국 평균이 25%, 호남지역은 16%였다. 2주 만에 크게 증가한 것이지만, 그때도 낮은 편이 아니어서 황 대표에 대한 일정한 인기가 있는 것으로 자체 결론을 내렸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대표에게 호남 기독교인들이 높은 지지를 보낸 것으로 자체 파악했다”고 전했다.


황우여는 호남에 대해서는 물론 현 정국에서 그야말로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 이외에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는 인물인데도 김한길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온 것입니다.


저는 이런 현상이 우려스럽습니다.


민주당의 몰락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호남 비하에 주눅이 들어 이미지를 바꿔보려고, 궂은 일 하는 사람들을 제쳐두고 진보니 뭐니 나대며 이미지 관리나 하는 인물들을 받들어 모셨더니, 이 인간들이 호남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이 무슨 특권이나 되는 양 지지자들을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는 무지랭이 계몽 대상 농노 수준으로 여기면서 시작된 것입니다.


제가 김한길을 전혀 포기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소위 진보 진영에서 전라도라면 무슨 나병 환자 보듯 하던 시절에 '호남 분들과 함께 하자는 것이 왜 문제냐'면서 모양새야 어찌되었건 구민주계와 통합을 주도했고, 그 정당이 그나마 2012년 야권이 반격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던 상황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호남이 문재인에게 몰표를 주고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 상황에서, 안철수라는 변수를 맞이하고서야 야권에서나마 간신히 아주 조금 목소리를 내는 상황입니다만, 김한길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던 시절 친노들의 지역주의 양비론 논리가 주류를 이루던 상황에서 호남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그때 김한길은 총대를 메고 궂은 일을 했던 것이죠.


이번 당직 개편에서 호남 출신들을 전면 배치하면서, 특히 탄핵 찬성 인사인 정균환을 기용하면서 김한길이 친노들에게 먹은 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최재천이 쪽지 예산으로 노무현 기념관인가 짓는데 40억의 돈을 바쳤던 것에 개인적으로 기가 막혔는데, 며칠 있다가 주요 당직을 맡는 모습을 보니 호남 출신이 당직 개편을 앞두고 친노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자진 납세 내지 조공 바치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핵심은 호남 중진들에게 당을 위해 희생하라면서 강남권에 공천했던 친노들이 정작 당을 위해 희생했던 인사에 대해서는 눈꼽만치도 배려할 생각이 없다는 것입니다. 당장 정균환을 호남 토호라고 몰아붙이는 친노들을 보면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대북송금특검과 민주당 분당에 대한 미안함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온갖 욕을 먹어가며 호남 인사들을 중용한 김한길이 호남에서조차 외면을 받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일전에 친척 결혼식 때문에 광주에 간 적이 있었는데, 눈에 띄는 한겨레 지국(?) 건물에 "광주 전남 열독율1위"라는 플랭카드가 자랑스럽게 걸려있었습니다.
어쩌다 호남 출신 젊은 후배들과 정치 얘기를 하다보면, 친노들의 인식을 그대로 읊는 경우가 흔합니다.(솔직히 제가 아는 호남출신 청년들은 전부 그렇습니다.)
인터넷을 많이 쓰는 호남의 젊은 층들이 호남에 대한 비하에 상처를 입고 움츠러들다가 전투력이 좋은 친노 성향의 사이트들로 흘러 들어가고, 그곳에서 친노화 된 것이죠.


문제는 이들이 김한길에 대한 친노들의 음해를 여과 없이 받아들인다는 점입니다. 김한길을 황우여보다도 싫어한다는 저 여론조사가 그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조중동 프레임 속에서 새누리 세력의 아성이 흔들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진보 미디어들을 장악한 친노들의 아성 역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피아식별을 잘못한 세력이 살아남은 경우는 없습니다. 노무현이 가장 좋은 예겠죠.
호남을 위해 궂은 일을 하는 사람을 호남이 외면한다면 앞으로 누가 호남편에 설까요?


그런 와중에 노웅래는 국민이 원한다면 호남인들의 기본권을 제한하겠다는 친노 특유의 파쇼적 시각을 그대로 드러내어, 김한길이 호남에 들인 노력을 한순간에 날려먹는 모습입니다.
물론 친노의 눈치를 보느라 한 소리겠지만, 뒤집어 말하면 친노들 사이에서는 이런 황당한 발상이 아무렇지도 않게 통용된다는 뜻일 겁니다.(이런 자들이 정동영 노인 폄하 발언을 그토록 미친듯이 씹어대던 모습을 생각하면 기도 안막히죠.)


도무지 견적이 안나오는 수렁 속에서 김한길이 어찌 대처하는지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전에 밝힌대로 김한길 체제가 유지되는 이상 민주당을 지지할 생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을 버리는 것은 출범한지 1년도 안된 지도부를 끌어내리려 온갖 파쇼적 수단을 일삼는 무책임한 계파에 굴복하는 일로 느껴지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