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사정되는 정액의 양에 대한 진화 심리학 연구를 문화 결정론자들이 반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떤 문화권에서도 이럴 때에는 더 많이 사정하라는 식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또한 그렇게 가르친다고 해도 사정 메커니즘에 영향을 끼칠 것 같지도 않다.

 

이 글에서는 사정되는 정액의 양과 관련된 세 가지 가설을 소개할 것이다. 아내와 같이 있지 않았을 때 더 많이 사정하도록 남자가 설계되었다는 가설은 실험을 통해 어느 정도 입증되었다. 강간할 때 더 많이 사정하도록 남자가 설계되었다는 가설에 대한 증거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적어도 나는 이 가설에 대한 강력한 증거를 제시한 논문을 찾지 못했다.

 

질투에 빠질 때 더 많이 사정하도록 남자가 설계되었다는 가설은 내가 생각해낸 것이다. 하지만 진화 심리학자라면 누구나 쉽게 생각해낼 수 있는 가설이기 때문에 이미 이 가설을 제시한 문헌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Todd K. ShackelfordAdaptation to Sperm Competition in Humans(2006)」 중 <Ejaculate Adjustment> 항목에는 그런 내용이 없으며 나는 그런 가설을 제시한 문헌을 찾지 못했다.

http://www.toddkshackelford.com/downloads/Shackelford-Goetz-CD.pdf

 

인간 정자 경쟁에 관련된 온갖 쟁점에 대해서는 Todd K. Shackelford Nicholas Pound가 편집한Sperm Competition in Humans: Classic and Contemporary Readings(2005)』에서 가장 상세히 다루는 듯하다.

 

 

 

 

 

아내와 같이 있지 않았을 많이 사정한다

 

일시적인 짝짓기가 진화적으로 존재해 왔음을 보여 주는 또 다른 단서는 정자 생산량과 사정량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부부가 따로 떨어져 있는 상황이 정자 생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조사한 한 연구에서는 35쌍의 부부의 동의를 구해 성 관계 시 나오는 정액을 콘돔이나 역류, , 섹스 후 여성이 저절로 밖으로 내보내는 정액과 기타 분비물로 이루어진 끈적끈적한 액체를 통해 수거했다. 부부는 따로 떨어져 있었으며, 떨어져 있는 시간은 부부마다 달랐다.

 

남성의 정자량은 부부가 오래 떨어져 있을수록 급격히 증가했다. 즉 격리 시간이 길수록 남편이 아내와 다시 만나 섹스를 했을 때 사정하는 정자량이 많았다. 부부가 함께 살며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고 100퍼센트 함께했을 때 남편은 한 번 사정 시 3 8900만 개의 정자를 배출했다. 그러나 부부가 함께 살더라도 실제로 같이 지낸 시간은 5퍼센트에 불과했을 때 남편은 한 번 사정 시 7 1200만 개, 즉 거의 2배나 되는 정자를 방출했다. 부부가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 아내가 혼외정사를 저질러서 다른 남성의 정자가 아내의 생식관 안에 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을 때 남편이 사정하는 정자량은 증가한다. 이 같은 현상은 인간이 진화 역사를 통해 찰나적인 성 관계와 혼외정사를 꾸준히 해 왔다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욕망의 진화』, 데이비드 버스, 157)

 

버스는 R. Robin Baker & Mark A. BellisHuman sperm competition: ejaculate adjustment by males and the function of masturbation(1993)」를 인용했다.

http://matematicas.unex.es/~mvelasco/Estadistica%20Computacional/Regresion_Lineal/Baker_Bellis.pdf

 

 

 

 

 

강간할 많이 사정할까?

 

만약 강간이 단 한 번의 사건이라면 강간자가 많은 수의 정자를 담은 정액을 여자에게 주입하거나 다른 식으로 임신 성공률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 적응적으로 말이 된다. 실제로 Thornhill Palmer(Thornhill & Palmer, 2000) 일부 강간자들이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정자 수가 많은 사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남자는 예컨대 정자 경쟁의 위험이 클 때 등에 반응하여 무의식적으로 사정되는 정자의 수를 조절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Baker & Bellis, 1989, 1993). 하지만 강간자가 강간할 때 정자의 수를 조절할 수 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와 관련된 증거가 있다면 전문화된 강간자 유형의 존재를 뒷받침할 것이다.

 

연구자들은 조루가 아마 맹수에게 잡아 먹힐 가능성과 질투하는 짝에게 들킬 가능성을 최소화함으로써 조상들에게 적응적이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Hong, 1984; 또한 Gallup & Burch, 2004를 보라). 강간자가 성교에 성공한 다음에 최대한 빨리 사정하는 것 역시 적응적으로 말이 되는 것 같다. 이것은 부상 당하거나 보복 당할 가능성을 줄일 것이다. 따라서 강간할 때 남자가 사정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선택(selection, 자연 선택)이 작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가설을 검증할 연구가 필요하다. 예컨대 강간할 때와 동의 하의 성교가 이루어질 때 사정에 이르기까지의 평균 성교 시간이 어떤지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강간자의 사정액이 비강간자의 것보다 경쟁력이 더 세다는 가설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다. Gottschall Gottschall(Gottschall & Gottschall, 2003) 일회 성교 당 임신률이 강간의 경우에 동의 하의 경우보다 두 배 높다고 추정했다. , 동의 하의 성교의 경우 임신률이 대략 3%인 것에 비해 강간의 경우에는 대략 6%라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여자의 나이를 통계적으로 통제한(control) 후에도 동의 하의 성교보도 강간의 경우에 임신률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증거는 강간자의 심리 또는 사정된 정액의 경쟁력에 뭔가 다른 것이 있을지도 모름을 암시한다. 하지만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 전도 유망한 연구 영역 중 하나는 정액의 화학적 특성에 대한 연구다. Burch Gallup(Burch & Gallup, 2006) 남자에게 강간 직후에 배란이 일어나도록 정액의 화학적 특성을 조절하는 기능을 하는 적응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예컨대 강제적 성교 시나리오에 실험적으로 노출된 남자의 사정액과 비강제적 성교 시나리오에 실험적으로 노출된 남자의 사정액의 화학적 성분을 비교 연구함으로써 미래에 이 가설을 검증할 수 있다면 유익할 것이다.

(Why Do Men Rape? An Evolutionary Psychological Perspective, William F. McKibbin

http://www.toddkshackelford.com/downloads/McKibbin-et-al-RGP-2008.pdf

http://cafe.daum.net/Psychoanalyse/Glrk/42 에서 번역본을 볼 수 있다[가입해야 볼 수 있음])

 

실제로 강간을 할 때 더 많이 사정하는지 여부를 실험을 통해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다. 남자에게 여자를 강간하도록 하고 정액의 양을 측정하면 된다. 그리고 그것을 합의 성교 시의 정액의 양과 비교하면 된다. 이런 실험을 위한 남자 피험자를 찾기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여자 피험자를 찾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이런 실험은 윤리적인 측면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

 

따라서 좀 더 간접적인 방법으로 실험해야 할 것이다.

 

첫째, 강간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보고 자위 행위를 하도록 하고, 이것을 합의 성교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보고 자위 행위를 한 것과 비교하는 방법이 있다. 만약 강간 장면을 보았을 때 사정하는 정액이 더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면 강간할 때 더 많이 사정하도록 남자가 설계되었다는 가설과 부합한다.

 

둘째, 여자와 매우 비슷하게 만든 성교용 인형을 강간하도록 하고, 이것을 인형과 벌이는 합의 성교와 비교하는 방법이 있다. 남자에게 강간하는 것처럼, 합의 성교인 것처럼 하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강간 실험일 때에는 인형이 하지 말라고 애원하거나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내도록 한다. 합의 성교 실험일 때에는 사랑한다는 말이나 교성을 내도록 한다.

 

이런 간접적인 실험을 하면 직접 여자를 강간하도록 하는 실험에 비해 데이터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윤리적 문제를 고려한다면 이것을 감수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실험도 비윤리적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질투에 빠진 남자는 많이 사정할까?

 

아내를 보지 못한 시간이 많을수록 아내가 바람을 피웠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아내를 보지 못한 시간을 계산하여 사정되는 정액의 양을 달리하도록 남자가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내가 바람을 피웠을 가능성이 높다면 더 많이 사정하여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할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적응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에서 그런 적응 가설을 뒷받침하는 실험 결과를 인용했다.

 

실제로 아내가 다른 남자와 성교하는 장면을 목격했거나 서로 시시덕거리는 것을 목격했을 때에는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아내의 생식기 속에 다른 남자의 정자가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상황에서 남자는 질투라는 감정에 빠진다. 따라서 질투에 빠졌을 때에 더 많이 사정하도록 남자가 설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가설을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는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아내가 실제로 다른 남자와 성교하도록 하고, 그 장면을 남편이 목격하도록 한 다음에, 아내와 남편이 성교하도록 하고 정액의 양을 측정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실험은 위에서 이야기한 직접적인 강간 실험과 마찬가지로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좀 더 온건한 질투-성교 실험을 해 보는 방법이 있다.

 

첫째, 피험자 부부에게 사정되는 정액의 양과 관련된 실험을 한다고 알려준다. 서로 다른 동영상을 보여주고 그것이 사정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이라고 알려준다. 하지만 모든 부부에게 똑 같은 동영상을 보여준다. 어떤 부부들의 경우에는 잘생긴 남자가 실험 조교로 참여하여 아내에게 추파를 던지고, 살갑게 말을 건네고, 약간의 신체 접촉을 해서 남편의 질투를 유발한다. 다른 부부들의 경우에는 못생긴 할아버지가 실험 조교로 참여하여 무뚝뚝하게 꼭 필요한 지시만 한다. 이 때에는 남편이 질투할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성교를 하도록 하고 사정한 정액의 양을 측정하면 된다. 그리고 두 피험자군 사이에 정액의 양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 알아본다.

 

둘째, 성교 전에, 또는 성교 후에 남편에게 설문지 작성을 하도록 한다. 질문 중에 자신이 현재 얼마나 질투를 하고 있는지 등을 묻는다. 그리고 질투의 크기와 정액의 양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는지 알아본다.

 

 

 

 

 

2010-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