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개혁이 죽을 쑤는 이유는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을 대체하는 상식적 보수정당이 목표인지, 좌파와 함께하는 계급정당이 되고자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만약 한나라당을 대체하는 보수 정당이 목표라면 그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보수 기득권의 대변자는 이미 한나라당으로 고착화 된 상태다. 독재 후신이라고 떠들어 봤자 대중에게 먹혀들어가지 않는 자기네들끼리의 찻잔안의 태풍, 공염불일 뿐이다. 상층부 영역의 권력 다툼을 지저분한게 한다는거 빼고 한나라당이 특별히 나라를 막장으로 운영하는 70년대식 군사독재 세력이라고 볼수는 없다. 1년째 이어지는 40% 이상의 대통령 지지율이 뭘 의미하겠는가. 이명박 악마론, 한나라당 박살론에서 깨어나야 한다.

상식적 보수 정당이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진보 좌파와 함께 계급 세력을 구성하는 것이다. 양당제에서 중간 지대는 없다. 영국의 자유당은 리버럴리스트들이 모여 만든 일종의 정치 써클이다. 우린 그런 정치 써클 만들 능력도 여유도 없다. 진보 좌파와 도저히 함께 할수 없다는 자들은 한나라당으로 가거나 따로 당을 만들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진보 좌파 정치가 좀더 메인스트림 경제학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집권 세력이 되려면 맑시즘을 경전처럼 떠받드는 교조주의는 곤란하다. 경제 위기가 왔다고 폴라니를 기웃거리는 딜레탕티즘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를 극복하겠다는 다짐은 좋지만 일단 현실 자본주의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실력은 갖춰놓아야 한다. 영국 노동당도 몇년전까지 자본주의 극복을 당헌으로 내세웠지만 현실 경제는 철두철미 주류 경제학에 의거하여 운용했다. 이상과 현실을 적극적으로 분리하여, 일단 현실 경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동시에, 이상을 실현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것이다.

이렇게 현실 감각을 갖춘 진보 좌파와 민주당내 케인즈 좌파가 뭉쳐 계급적 연합을 이루는 것이 한나라당 1당 독재의 장기화를 막는 첫걸음이 될것이다. 하지만 한국 진보 특유의 딸각발이즘(이념적 순결주의)과, 민주당 정치인들의 태생적 보수성으로 인해 이런 연합이 일어날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 거기다가 호남 문제까지 끼어들면, 사실 연합이 일어나도, 그게 그렇게 우아한 모습은 아닐것이다. 한마디로 별로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