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닉스님이 의전대를 말씀하셨으니, 법대 나온 저는 로스쿨을...


주요국중 로스쿨이 있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밖에 없는 것으로 압니다. 일본도 미국 로스쿨을 최근에야 도입한것이므로, 사실상 미국만이 로스쿨을 본격적으로 운영하는 나라라 할수 있습니다.  독일은 법대를 들어가 합격률이 높은 법학시험을 통과하고 연수를 거치면 변호사가 됩니다. 우리의 의대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프랑스와 독일은 실무적 성격이 강한 법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학 2년을 마치고 여기에 들어가 교육과정을 밟은뒤 변호사가 되거나, 우수한 학생들은 사법연수원에 들어가 판검사가 됩니다.

로스쿨을 운영하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지만, 다른 나라의 법대도 프로페셔널리즘에 입각한 전문인 육성 체제라고 할수 있습니다.  법대 정원이 만명이 넘지만 전공을 살릴수 있는 길은 극히 협소한(사시 1000명)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봤을때 어떤 형태로던 법학 교육 개혁이 필요했다는데는 동의합니다.

문제는 그 방식이 반드시 미국의 로스쿨 방식이었어야 했냐는 것입니다. 우리의 법률 체계는 영미의 불문법, 즉 판례법 체계가 아니라 성문법 시스템입니다. 공부를 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성문법 체계에서의 법학 교육은 아무래도 추상적이고 난해하기 마련입니다. 판례 이해를 통해 법률 원칙을 선해하는 것이 가능한 영미법 시스템과 달리, 성문법 시스템의 교육은 법조문을 현실에 적용하는 기술을 터득해야 하는특징을 가진 까닭에, 많은 반복과 숙달을 요구합니다.  3년 이라는 시간이 성문법 체계에서 일할수 있는 변호사를 양성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인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덤비는 사시이지만, 시험 준비기간만 평균 5년이고, 사법연수원 2년 과정이므로, 변호사가 되는데는 도합 7년이 걸립니다.

로스쿨에서의 교육 방식이 기존의 법대 교육 방식과 다를바가 없다고 비판이 제기되는데, 당연합니다. 법률 시스템이 그대로이므로 교육 방식도 그대로일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 로스쿨의 소크라테스식 판례 교습법은 로스쿨에 특유한 제도가 아니라 영미법에 특유한 제도입니다. 우리는 로스쿨만 들여온거지 영미법으로 바꾼게 아니거든요. 실제 사례를 통한 판례 교습법이요? ㅋㅋㅋ 3년 내에 변호사를 만들어야 하는 로스쿨에서는 아마 기존 법대보다 더 혹독(?)한 훈고학적, 추상적, 말장난적 교습이 이루어질것이고,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로스쿨 도입 이유로 들어전 것 중에 하나가 교양있는 법률가 양성입니다. 법률만 아는 판사가 아닌, "톨스토이"를 아는 판사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어떤 국회의원이 로스쿨 제도에 찬성하며 말한바 있습니다. 하지만 톨스토이 그까지꺼(?) 머리좋은 사시 합격자들 일주일이면 톨스토이 전집을 아마 다 읽을겁니다. 톨스토이 뿐만 아니라 법률가로서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갖출수 있는 기본적인 철학적, 사회과학적 지식들도, 교양 수업좀 들으면 됩니다. 교양있는 법조인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4년의 선행 학부 교육이 필요한게 아니란 말입니다. 그리고 어차피 교양이라는건 법률가 개인의 마인드 문제입니다. 애초부터 성격이 개같은(?) 법률가는 톨스토이가 아니라 대장경이나 신약성서를 읽어도 인격이 향상되기는 커녕 더 이상하게 엉망이 될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가진 법률가를 양성하는게 필요하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실무가들 입장에서는 법률 본업만 들이파기도 힘에 벅찹니다. 판사, 검사, 변호사등 법률관련 업무는 사회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고도로 전문화, 분업화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법률 실무가 다른 전문 영역과 겹치는 분야는 어차피 해당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회계 관련 법률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꼭 회계사 출신 법률가가 필요한게 아니라, 법률가 쪽에서는 기본적인 회계관련 마인드를 익혀놓은뒤 회계사와 함께 일을 하면 됩니다. 굳이 특정 분야에 특화된 법률 전문가를 육성해야 겠다면 기존의 법률가들을 상대로 해도 됩니다. 미리부터 전문가를 뽑아야 될 당위가 전혀 없는 겁니다. 예를 들어 줄기 세포 사건 당시 법대 출신 검사들이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사건과 관련된 생물학적 지식을 습득했다지요?

결국 로스쿨의 도입 근거가 부실한 반면, 폐해는 눈에 빤한것이니, 결국 이것도 미국 만능주의에 빠진 교육부 관료들의 실패작이 아닌가, 사료되는 바입니다. 법대를 프로페셔널 과정으로 개혁하기 위해 로스쿨 체제가 필수적인건 아닙니다. 독일(우리의 의대학부 개념)이나 프랑스(일종의 직업학교)처럼 바꿨어야 했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