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게 상습적으로 거짓말하는 부모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아주 많으며 특별히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거짓말하는 부모는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믿을 때가 많은 것 같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부모는 자식이 예방 주사를 맞을 때 하나도 안 아파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물론 주사가 아프다는 것을 잘 알지만 겁을 먹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런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뭔가 착한 일을 하면 어떤 보상을 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어쩌다 큰 사정이 생겨서 못 지키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약속을 지킬 생각도 없으면서 착한 일을 하도록 꼬시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자식이 뭔가를 물어보았을 때 자신도 잘 모르면서 그냥 대충 둘러대는 경우가 있다. 사실 아이들이 물어보는 질문 중에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도 잘 모르는 것들이 많다. 예컨대 진화 생물학자들은 왜 우리 눈이 두 개인지, 왜 우리 귀가 두 개인지, 왜 코 구멍이 두 개인지 잘 모른다. 눈이 두 개라면 거리감까지 장착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제대로 된 설명이 아니다. 눈이 두 개이기 때문에 거리감이 진화할 수 있었을 뿐이다. 거리감 때문이라는 식의 설명 방식을 받아들인다면 뒤에도 눈이 있으면 뒤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눈이 네 개로 진화했어야만 했다고 우길 수도 있을 것이다. 적응과 효과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육아 전문가들은 자식에게 웬만하면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내 생각도 그렇다. 자식에게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면 결국 신뢰를 잃을 것이다. 누군가의 신뢰를 잃으면 온갖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자식에게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면 자식이 부정직하게 자랄지도 모른다.

 

물론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한 거짓말까지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진짜 못생긴 아이에게 너는 진짜 못생겼어라고 진실을 이야기해주는 것에 찬성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자식에게 거짓말을 계속 하다 보면 결국 신뢰를 잃을 것이라는 점은 뻔해 보인다.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영악하다. 그리고 이 주사 하나도 안 아파와 같은 거짓말은 금방 들통날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과연 자식에게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하면 정말 부정직하게 자라는 것일까? 나는 이 문제에 대한 연구를 본 적이 없다. 이 명제를 입증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부모가 자식에게 거짓말 하는 정도와 자식이 나중에 커서 거짓말 하는 정도를 측정해서 비교한다고 하자. 그래서 둘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하자.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인과 관계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 유전자 때문일 수도 있고, 부모가 자식에게 거짓말 한 것의 결과 때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양 연구를 해야 한다.

 

 

 

부모의 거짓말이 자식의 정직성에 영향을 끼치는 인과 사슬에 대한 가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백지(tabula rasa, blank slate)론자들은 모방 가설을 선호할 것이다. 부모가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고 자식이 모방한다는 설명이다.

 

일부 진화 심리학자들은 최적 전략 가설을 좋아할 것 같다. 이것은 폭력물이 폭력성을 키운다는 명제와도 관련된 가설이다. 백지론자의 경우에는 이 경우에도 모방 가설을 선호할 것이다. 폭력적인 행위를 관찰한 아이가 그것을 모방하여 폭력적으로 된다는 설명이다. 최적 전략 가설에 따르면 아이들은 주변 환경을 관찰하여 최적 전략을 선택한다. 관찰 결과 자신이 살아갈 사회가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자신도 폭력적으로 행동한다(이런 판단과 행동 결정이 의식적으로 일어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왜냐하면 폭력적인 사회에서는 폭력 전략이 평화 전략보다 번식에 더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다 폭력을 쓸 때 자신만 착하게 또는 소심하게 산다면 남들에게 착취만 당하는 봉이 될 것이다(이 문제에는 온갖 복잡한 요인들이 개입되는데 여기에서는 아주 단순화했다).

 

마찬가지로 서로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하는 사회에서는 정직하게 사는 전략이 번식에 불리하다. 남들이 다 정직하게 살 때는 자신도 정직하게 사는 것이 대체로 유리하다. 왜냐하면 부정직하게 살다가는 왕따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남들이 다 거짓말을 하고 사는 사회에서는 부정직하게 사는 것이 유리하다. 왜냐하면 자기 혼자 정직하게 산다면 이용만 당하고 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적 전략 가설에 따르면 인간은 주변 환경을 관찰하고 그 관찰 결과에 따라 전략을 선택한다. 이것은 인간 피부가 햇빛의 강도에 따라 피부색을 다르게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햇빛이 강할 때에는 피부암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피부색을 검게 해서 자외선을 많이 차단한다. 반면 햇빛이 약할 때에는 구루병(비타민 D는 피부에서 자외선을 이용해서 합성하는데 이것이 부족하면 구루병에 걸리기 쉽다)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피부색을 덜 검게 해서 자외선을 적게 차단한다. 주변 햇빛의 강도에 따라 피부색을 다르게 만들도록 하는 어떤 메커니즘이 진화했기 때문에 인간은 피부색을 적응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주변의 폭력 정도 또는 거짓말의 정도에 따라 자신의 행동 전략을 선택하도록 하는 어떤 메커니즘이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2010-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