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이 도입된 지 벌써 5년이 지났군요. 조만간 평가를 앞두고 말들이 오가는데...보면서 전 한참 웃었습니다. 아주 씁쓸하게 말이죠.

http://www.ebs.co.kr/actions/TvSubIntro?menu_id=tv&menu_div_code=tv&service_type_code=3044082


전 이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물론 제 직업과는 무관합니다. 걍 개인적 호기심이죠. 이 문제만이 아니고 의료 문제 전반에 대해 전 관심이 많습니다. 한가지 자랑하자면 참여정부 당시 의료 민영화에 대해 거의 선구자처럼 글을 써댔죠. 나중에 보니까 제 글이 편집(저자 바뀜 등등)되어 돌아다니고 정태인씨가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기고하더군요.

..제 자랑은 여기까지 하고... 아무튼 의전에 대해 여러가지 기억이 떠오르는데요. 아무튼 한가지 말씀드리자면 전 이거 참여정부가 잘못 문 떡밥이라고 봅니다. 일단 5년전 도입 당시 기억을 좀 더듬어 볼까요?

전 그때 중앙일보에 실린 찬반 양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대는 서울 의대, 찬성은 교과부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이 구도는 지금도 동일합니다. 아무튼 그때 찬반 양론의 내용은 뭐였냐.

일단 반대부터. 서울대는 먼저 4+4 체제가 전 세계 표준이라는 교과부의 주장을 반박합니다. 나라별로 다양한 교육 체계가 있다는 것이죠. 그 다음으로 워낙 막대한 금액이 들어가므로 최대한 교육비를 절약할 수 있는 체제를 모색해야 하는 반면 4+4는 시간 및 비용에서 부담이 너무 크고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아울러 이공계열 기피 완화 효과도 2년 이란 시간과 돈만 낭비할 뿐, 별 효과가 없을 거라고 말하죠. 

찬성하는(정확히는 밀어부치는) 교과부는 단호했습니다. 글로벌 스탠다드이고 이공계 기피 현상을 피할 수 있으며 다양한 전공자로 모이니 기초의학이 활성화되는 아주 좋은 정책인데 서울대의 반대는 우수 학생을 유치하려는 욕심 때문이니 반 개혁적 작태를 그만두라고 호통칩니다.

서울대는 볼멘 소리로 그건 인신공격이며 서울대는 의전으로 전환해도 우수학생 유치할 자신있다고 반박했죠. 그렇지만 결국 서울대는 무릅 꿇었습니다. 교과부가 의전 찬성안하면 bk21에 제외해버리겠다고 협박했거든요.

뒷이야기론 서울대가 반대 총대 메면서 참여정부가 의전 전환에 더 열을 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즉, 이 기회에 참여정부 만만히 보는 학벌의 온상 서울대 기 꺽어버리자, 뭐 그런 결의에 가득했다는..그래서 인지 당시 노빠들, 서울대가 의전 반대했다는 소식에 '고졸이라 만만히 보고 저런거다. 저 싸가지 없는 서울대 나쁜 새퀴들' 어쩌구하며 열을 내더군요. 심지어 누군 '의전이문제 있는 건 맞지만 서울대 반대는 진정성이 없고 참여정부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그런 거니까 서울대 반대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까지 펴더라는.ㅎㅎ

아무튼 그래서 의전은 도입됐습니다.결과는 어떻죠? 교과부 직원이 아닌 이상 다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를 분을 위해 말씀드리면

1) 등록금은 2배로 뛰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의대내 이해관계가 좀 복잡합니다. 국립의대들은 의전에 부정적입니다. 대학 재정 문제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우니까요. 사립대는 의대교수들은 부정적이지만 재단들은 의전 체제 더 좋아합니다. 등록금 수입이 2배로 뛰니까

참고로 이 문제가 불거지자 참여정부 말기 교과부는 '지금은 초기 투자금 때문에 등록금이 비싼거다.곧 떨어진다.'고 우겨서 만인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죠.

2) 기초의학 지망자는 더 줄었습니다.
교과부는 다양한 전공자가 몰려드니 기초의학 연구가 활성화된다고 우겼습니다. 개소립니다. 이건 삼척동자라도 기초의학 지망자가 줄어든다는걸 예측할 수 있어요. 왜냐. 걍 재수나 삼수 없이 의대 입학한 사람을 기준으로 생각해봅시다. 그에게 선택은 두가지입니다. 1. 한 10년 고생하면 적당한 부와 명예와 보람을 얻을 수 있는 기초 의학 2. 한 6년 고생한 뒤 막대한 부와 명예는 적고 보람은 알 수 없는 성형외과.

자 갓 의대 입학한 18살 짜리와 대학까지 마친 20대 중반, 둘 중에 누가 1.을 선택할까요? 당연히 전잡니다.지금 의전 입학생 중엔 애딸린 학생도 있는데 1년에 몇천만원씩 학비 들인 뒤에 돈 안되는 기초 의학 쪽으로 가겠습니까? 의전 입학생들이 무슨 성인 군자 아니면 재야 인삽니까?

3) 의전원 입학자중 군필자가 늘어나서 군의관 인력이 모자란다.
예, 이건 사소하다면 사소한 문젭니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게 해결될 전망이 없다는 겁니다. 급기야 국방부는 군의관 양성용 의대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거..돈 한두푼 들어가는게 아닙니다. 한마디로 학생은 등록금에 죽어나, 국가 예산도 더 들어.

4) 이공계 탈출 현상이 심화됐다.
교과부가 유일하게 내세우는 공적이 '이공계 기피 현상 완화'입니다. 그런데 전 이거 진짜 개소리라고 생각합니다. 뭐 어려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교과부의 대책은 한마디로 '고교 이과 졸업생에게 이공계 대학 외에 갈 곳을 없앴더니 이공계대학에 진학을 많이 하더라' 는, 참으로 아스트랄한 자화자찬이니까요. 저런 식이면 전 이공계보다 더 기피 현상이 심한 대학 철학과의 문제도 한칼에 해결할 자신있습니다. 그건 모든 학문의 기초가 철학이라는 논리 하에 대학 인문계는 모두 철학과로 통일시키는겁니다. 이러면 작년까지 만인이 기피하던 철학과를 1년만에 모든인문계생이 진학하려 경쟁하는 기적이 벌어지겠죠. ^^ V

2)와 3), 4)에 대한 교과부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그 모든건 시행초기라 그런거다. 그리고 아직도 의전으로 전환하지 않은 일부 대학의 저항 때문에 발생했다. 따라서 몽땅 다 의전 전환하고 세월가면 다 해결된다.~~" ㅎ ㅎ


자...개인적으로 의전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를 들라면 그건 우리나라가 미국과 달리 의료보험 체제이며 징병제를 채택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닌 말로 미국처럼 사보험 체제이고 자기 돈 들여 의사된 뒤 능력껏 버는 체제라면 의전이 되서 등록금이 2배로 뛰든 말든 관심 둘 이유가 없지요. 그런데 우린 공적 보험 체제입니다. 이게 뭘 뜻하냐면 의사들의 수입 추구에 제한을 두는 대신 어느 정도까지는 보호해줘야 한다는 거거든요. 의사에 대한 반감들이 많아서 곧잘 비웃음을 사지만 사실 의사들의 주장, 즉 '공보험을 할거면 유럽처럼 의대 교육비까지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니냐'는 충분히 일리 있는 주장입니다. 장담하건대 전 의전 이거, 보험 제도의 모순으로 작용할 거라고 봐요. 의사되기까지 비용을 들이면 들일 수록 기대 수익이 올라가지요. 그런데 그 수익은 보험으로 제한하면 신규 의사들의 불만은 높아질 수 밖에요. 그건 의사된 니들 책임이라구요?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당연히 신규 의사들일 수록 고 수익을 기대할 성형외과 등으로 몰릴 것이고 따라서 보험 해당 과목들 의사는 적어지면서 보험자체가 위험에 빠지게 되죠. 이런 문제는 의사들 개개인의 양심을 따질 수 있는게 아닙니다.

두번째는 징병제도가 있어요. 가령 미국은 징병제가 없고 의대갈 정도의 머리 좋은 아이들은 고등학교때 선행과목등을 들어 대학을 조기졸업하므로 4+4라도 의대 마칠 때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반면 우리나란 아직 평준화체제고 거기에 남자들은 군대까지 가야 하니 4+4 마친 뒤 나이를 생각해보세요. 30 가깝습니다. 

자...의전원이 실패한 제도라는 건 사실 아실 분들 다 아실 겁니다. 그런데 제가 왜 씁쓸했는가 그건 한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리고 그 움직임이 잘못된 정치적 기동하에 이뤄질 때 어떤 코미디를 낳는지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의전원을 둘러싼 각 영역의 이해관계를 보면 그렇습니다.

1) 서울대를 중심으로 한 국립 의과대학
노빠들은 서울대 그러면 이를 갈며 반개혁 세력 어쩌구하는데 일단 그 문제는 제쳐놓겠습니다. 의료제도에 관한한 서울대는 가장 진보적(?)인 축에 속합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특별히 진보적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국립대라는 존재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면 가장 민영 의료 체제를 선호하는 대학도 짐작 가시겠죠? 바로 연세대 입니다. 서울대가 의전원을 반대한 그 기저엔 바로 이런 이해관계가 있는 겁니다. '고졸 대통령을 무시해서'란 노빠들의 단순한 이유가 아니라 존재로부터 발생하는 이해관계죠. 

2) 교과부
교과부는 실적 하나 쌓았죠. 그냥 의대 놔두는 것보다 의전 전환한다 그러면 당장 교과부 예산이 늘어납니다. 유명한 법칙들이 잇죠? 관료 조직은 조직 자체를 위해 늘어나고 일은 조직을 위해 벌인다.

3) 참여정부
제도적 개혁 했다는 생색냈고 서울대 기 한번 꺾었죠. 그 뒷 마무리는 모르죠. 아참, 의전원 실패가 분명해질 때쯤 노빠들은 '김대중때 계획된 거다...노짱님을 불쌍하게 설겆이만 한거다'라고 말 바꾸더군요.



자....그러면 대다수가 실패라고 보는 의전원, 과연 정상으로 돌아올까요? 당연히 과거처럼 다시 의대로 돌아가긴 어렵습니다. 아무튼, 의전, 의대 복합 체제로라도 될까요?

전, 그렇지 않을 거라는 확률을 51프로로 봅니다. 교과부 주도하에 강제적으로 의전원으로 전환될 거라는 거죠.

왜냐? 교과부가 의대 교수들보다 힘이 세거든요. 그리고 하늘이 두쪽나도 교과부는 의전 전환이 올바른 길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겁니다. 지금 나타나는 문제는 의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의전에 저항해서 아직도 의대를 고집하고 잇는 일부 대학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혼란 때문이라는 주장을 아주 당당히 내놓을 겁니다.

그들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서 그렇게 주장하냐구요? 그거야 모르죠. 분명한건 의전이 잘못된 정책이라 결말날 경우 교과부 내 일부는 문책을 받거나 출세길 막힙니다. 아울러 국무회의나 기타 등등에서 교과부 발언력이 약해집니다. 예, 그들에겐 그게 제일 중요합니다. 특별히 욕할 것도 없습니다. 대개의 부서, 기업, 개인들 모두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움직입니다.

그러면 뭐가 문제냐구요? 아시잖아요. 그렇게 일부의 이익을 위해 다수가 피해를 입는 경우를 (물론 다수의 일방적 횡포로 소수가 희생하는 경우 또한) 막기 위해 제도, 혹은 문화나 정치가 존재하며 제대로 작동하지않을 때 사회적으로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

아.... 그리고 교과부는 정말로 그때 서울대가 반개혁세력이라고 보았을까요? 아닐 겁니다. 다만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의전을 도입해야 하니 참여정부 기분에 맞춰 그렇게 내세웟겠죠. 그들은 이익이 될 수 있다면 개혁도, 글로벌 스탠다드도, 실용도 다 내세울 수 있습니다.

그런 거에 넘어가거나 도취한 권력은 한심한거죠. 그러면 의전을 '참여정부의 대못'이라 선전하면 어떨까요? 명박 정부가 분기탱천해서 없애버릴까요? 쉽지 않을 겁니다. 사실 의전은 대한민국의 기득권 층이 별로 싫어하지 않을제도이고 그들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