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절대성”을 논거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폐지론자들에게 제가 딴지를 거는 이유는 낙태(인공임신중절수술)에 있어서는 같은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는 것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일관성이 없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것이죠. 물론 낙태도 반대하고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분은 그 일관성을 인정해 드리고, “생명의 절대성”을 근거로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낙태에는 관대하다는 점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낙태 문제에 대해서는 태아가 모체 외에서도 생존할 수 있을 정도(임신 후 28주)로 자라기 전이라면 모친의 희망에 따라 언제든 임신중절(낙태)을 해도 무방하며 태아가 그렇게 까지 자란 이후에는 모체의 생명이 위험할 경우에만 임신중절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온건적 자유주의적 입장입니다.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과 장애아 출산을 원치 않는 경우는 낙태를 허용한다고 보고 있으며, 가족 계획 혹은 출산 후의 양육 여건에 따른 결정에서의 임신중절 찬성에는 아직 유보적입니다. 즉 생명의 절대성을 상황과 조건에 따라 포기할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 장애아 출산, 가족 계획 혹은 양육 여건에 따른 결정은 모체(모친)의 생명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모체의 생명과 경합하는 경우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아의 생명을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형제 폐지론자들은 사형은 어찌 하여튼 한 생명을 잃게 하는 경우임으로 무조건 그것은 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그렇다면 태아의 경우에도 모친의 생명과 경합하는 경우 외에는 모두 낙태를 반대해야 합니다. 낙태의 대안도 가능합니다. 강간에 의한 출산, 장애아 출산, 양육여건이 되지 않는 출산은 국가가 모두 책임지고 양육한다면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왜 낙태에는 관대하면서 사형제는 반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위의 제 입장은 우리 나라의 현행법(형법, 모자보건법, 모자보건법 시행령)에 위반되지 않습니다. (아래 관련 법규 첨부)

모자보건법 14조에는 강간 혹은 준강간에 의한 경우, 친족간의 임신, 부모가 우생학적 혹은 유전학적 신체 및 정신질환의 경우 등에는 낙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모자보건법 시행령 15조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우생학적, 유전학적 정신장애와 신체질환을 열거하고 있는데, “현저한 범죄경향이 있는 유전성 정신장애”도 그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아무런 죄를 지은 바 없으며, 자기 결정권도 없는 태아의 생명을 부모가 “현저한 범죄경향이 있다”는 이유로 박탈할 수 있게 법률적으로 허용해 놓으면서 자기 의지에 따라 극악무도한 죄를 지은 자의 생명권은 무조건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모순을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카톨릭의 낙태와 사형제 반대의 주장은 저는 인정합니다. 일관성도 있으며, 종교적 이유이든 무엇이든 생명의 절대성이 반대의 사유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자칭 진보적이라 하는 분들 중, 낙태에 관대하면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분들은 아직 저는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사형제 폐지론자들이 낙태와 관련한 현행 법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생명의 가치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죄 없는 태아의 생명과 극악무도한 죄를 자기 의지에 따라 지은 자의 생명, 이 둘 중 우리가 할 수 있다면 어느 쪽을 먼저 구원해야 할까요?

  



<낙태 관련 헌법과 법률들>


1) 헌 법


 제10조【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인권보장】

모든 국민은 인간(人間)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不可侵)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2) 형 법

제 27장 - 낙태의 죄

제 269조【낙태】

①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1995.12.29 개정〉

②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1995.12.29 개정〉

③ 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1995.12.29 개정〉


제 270조【의사등의 낙태, 불(不)동의낙태】

①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1995.12.29 개정〉

②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 없이 낙태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 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1995.12.29 개정〉

④ 제3항의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3) 모자보건법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① 의사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되는 경우에 한하여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동의를 얻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 나 신체질환       이 있는 경우

  ㉯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전염성질환이 있는 경우

  ㉰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된 경우

  ㉲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 려가 있       는 경우

 ② 제1항의 경우에 배우자의 사망, 실종, 행방불명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동의를 얻을 수 없는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만으로 그 수술을 행할 수 있다.

 ③ 제1항의 경우에 본인 도는 배우자가 심신장애로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동의로, 친권자 또는 후견인이 없는 때에는 부양의무자의 동의로 각각 그 동의에 갈음할 수 있다.


제28조【형법의 적용배제】

이 법의 규정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자와 수술을 행한 자는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항 및 동법 제270조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처벌하지 아니한다.



모자보건법 시행령


제15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① 법 제14조의 규정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수술은 임신한 날로부터 28주 이내에 있는 자에 한하여 할 수 있다.

 ② 법 제14조 제1항 제1호의 규정에 의하여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할 수 있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은 다음과 같다.

  ㉮ 유전성 정신분열증

  ㉯ 유전성 조울증

  ㉰ 유전성 간질증

  ㉱ 유전성 정신박약

  ㉲ 유전성 운동신경원 질환

  ㉳ 혈우병

  ㉴ 현저한 범죄경향이 있는 유전성 정신장애

  ㉵ 기타 유전성 질환으로서 그 질환이 태아에 미치는 위험성이 현저한 질환

③ 법 제14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인공임신중절을 할 수 있는 전염성 질환은 태아에 미치는 위험성이 높은 풍진, 수두, 간염, 후천성면역결핍증 및 전염병예방법 제22조 1항의 전염병을 말한다.


(4) 의료법


제19조의 2【태아의 성감별 행위 등의 금지】

① 의료인은 태아의 성감별을 목적으로 임신을 진찰 또는 조사하여서는 아니 되며, 같은 목적을 위한 다른 사람의 행위를 도와주어서는 안 된다.

② 의료인은 태아 또는 임부에 대한 진찰이나 검사를 통하여 알게 된 태아의 성별을 임부 본인, 그 가족 기타 다른 사람이 알 수 있도록 하여서는 아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