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추정의 원칙, 죄형법정주의가 우리나라에서 그리 선호받는 개념이 아닌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근대적 법치국가의 기본중의 기본이라 할 그런 개념들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지켜지지 않아도 무방한건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물론 김길태사건을 지켜보면서 그런 비인간적 범죄용의자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이해가 가지만
인권이나 법률적 기본 원칙을 거론하는 사람들에게
오로지 '니네가 피해자 가족들의 심정을 알기나 하는 거냐'는 비난만이 난무하는 상황은 정상이 아니라고 봅니다.

만약 김길태가 흉악범이라는 이유로
보편적 인권, 보편적인 법률 원칙을 지키지 않아도 무방하다면
만약 김길태를 3심 재판도 없이
교수형이 아닌 능지처참이나 거열형으로 죽이는 것을
과연 무슨 논리로 제지할 수 있을까요?

만약 김길태같은 흉악범에게는 인권이나 법률적 원칙이 필요없다는 주장이 말이 된다면
흉악범에게는 3심 재판도 과분하니 자백만으로 바로 죽이자
흉악범에게는 교수형도 과분하니 소 돼지처럼 도살시키자는 주장도 말이 되겠지요.
소 돼지같은 도살도 과분하니 산채로 회를 떠서 죽이는 능지처참을 하자는 주장도 말이 되겠지요.
왜냐하면 피해자의 억울함과 심정을 생각한다면
고이 인간대접 받으면서 죽는 교수형이나 3심 재판같은 것들도
당사자가 아닌 자들의 한가로운 주장이 될테니까요.

아무리 우리나라에서 보편적 인권이나 무죄추정의 원칙 죄형법정주의 같은 사회적 합의가
선진국들처럼 피어린 투쟁이나 사회적 논쟁 끝에 쟁취한 권리가 아니고
일제시대나 해방 이후 어느날 짠하고 공짜처럼 주어진 나라라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가벼이 여기는 건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