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하려면 돈이 들기 마련이지요. 지구당 사무실 비용도 치뤄야 하고 사무직원 고용해 월급줘야 하고 전당대회 같은 당 행사를 하려고 해도 돈이 많이 깨집니다. 공영제 정착으로 나아지긴 했지만 선거에 들어가는 비용은 여전히 막대하고요.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똑똑한 연구원을 뽑아 정책 개발도 해야겠지요.

 

돈은 정당의 인적 구성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유럽의 조합기반 정당은 조합 출신의 풀타임 정당인들이 주도를 하죠. 조합 돈으로 만들고 유지되는 정당이니, 조합이 그 중추를 구성합니다. 반면 미국의 대중정당은 인기 구축에 유리할만한 명망가들이 지도부에 나서죠. 광범위한 대중들로부터 모금을 하거나 큰손 기업인들로부터 합법적 헌금을 받아 당을 운영하고, 인원은 외부에서 충원하는 겁니다.

 

그동안 사이트의 여러분들이 말씀하신 것 처럼 이 두 방식중 선험적으로 옳거나 그른건 없습니다. 정당 운영의 원리에 따라 당원을 조직하고 자금을 모집하는 방식이 달라지는것 뿐이죠. 그런데 문제는 합법적인 정치 자금의 모금이나 기부가 보편화되지 않은 우리 나라에서 대중 정당이 자금을 모집할만한 수단이 마땅하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대중 정당은 기업의 정치 헌금에 기대거나 지역기득권을 이용한 공천 장사를 하게 됩니다. 전자가 한나라당의 방식이라면 후자는 김대중 시절의 민주당 방식이지요. 그런데 불법 정치 자금 풍토가 일소되고 깨끗해 질수록 불리한건 민주당입니다. 기득권 커넥션의 일환인 한나라당은 합법적인 정치 헌금 혹은 아예 정당 구성원 본인을 통해 많은 자금을 동원할수 있지만(정몽준을 생각해 보십시오) 상대적으로 비주류를 대변하는 민주당은 그러기가 힘들거든요.

 

이건 인적 구성에도 차이를 가져 오게 됩니다. 조합 정당이 촘촘이 뻗은 정당의 하부구조로부터 자금과 인원을 충원하는 보텀 업 방식이라면 대중 정당은 상부의 명망가들이 자금을 모집하고 이를 하부 구조에 배분하는 톱 다운 형식입니다. 톱 다운되서 내려가는 자금이 많을 수록 정당 하부구조의 역량이 증진됩니다. 소모적이지만 당의 장래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영역(정책 개발, 외부 전문가 영입)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게 되는 거죠. 한나라당의 정책 역량이 민주당보다 나을수 있다는 겁니다. 선거때마다 한나라당으로 교수 들이 몰려가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또한 한나라당의 정치인은 당선에 목을 매달 필요가 민주당의 경우보다 덜 합니다. 일단 한나라당에 발판을 두면 먹고는 살아갈수 있거든요. 반면 민주당은? 떨어지면 갈데가 없어요. 선거에 떨어진 정치인이 계속 정당 지붕 아래서 일신하는 정당과, 부평초 인생처럼 한번의 선거에 생계를 걸고 올인하다가 실패하면 갈데가 없는 정당의 차이는 엄청납니다. 한나라당의 정치인들이 역량을 갈고 닦을 기회와 시간이 더 많다는 거죠.

 

결국 대중 정당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비주류를 대변하는 민주당이, 시간이 갈수록 한나라당에 비해 "후달릴"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진성당원제는 아예 정당 구조 자체를 바꿔 이러한 불리함을 뒤집어 보려는 시도죠. 웃긴것은 진성당원제의 문제의식이 민주당 내부에서 나왔다는 겁니다. 즉 민주당의 구조적 한계를 뼈저리게 느낀 민주당 소장파들이 해결책으로 생각해낸게 진성당원제라는 거죠. 유시민이 만든 발명품이 아니라.

 

유시민 일파는 진성당원제를 민주당 기득권을 쟁탈하기 위한 선동 구호로 썼지만 이를 최초로 창안해낸 민주당 소장파들에게 이것은 생존을 위한 치열한 고뇌의 결과였습니다. 그러니 지금 민주당 운영 자금 마련을 위해 호남 지구당을 배회하는 민주당 호남 당원들이 진성당원제 복음을 설파하고 다니는 유시민 빠들보다 훠~~얼씬 더 진성당원제의 문제의식에 충실한 분들이란 말씀입니다. 진성당원제라는 형태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민주당을 잘 운영할것인지가 문제의 본질이니 말입니다. 진성당원제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일단 호남의 충성스러운 당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호남 자영업자가 내는 100만원, 200만원, 호남 출신 택시기사가 내는 1만원, 2만원이, 기간당원제 교리를 설파해놓고는 당 운영 자금도 못 마련하고 있는 국참당 세력보다 훨씬 더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를 하는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