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유시민일까...라는 아쉬움은 나오지만 유시민이 주창한 진성당원제에 대하여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 글을 씁니다.

원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유시민이 주장하는 진성당원제는 국민경선제(open primary)라는 보다 진일보된 제도가 있고 그런 국민경선제에 의하여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이 되어 현 시점에서는 그 의미가 퇴색되었습니다. 인터넷 매체의 발달 등, 의사 소통이 다양해진 현 시점에서 진성당원제는 국민경선제에 비하여 쇠락할 수 밖에 없으며 그 극명한 예가 지난 대선에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진성당원제로 당을 운영하는 민주노동당에서조차 국민경선제를 두고 논란이 많았으며 '진성당원제의 참뜻을 외면하고 국민들의 참여를 진성당원제도가 막고 있다'라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문제는 진성당원제보다 진일보한 국민경선제가 과연 우리에게 적합한 제도인가? 하는 고민에서 출발합니다. 이런 고민은 진중권이 누누히 주장한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환경에서 교육받고 성장한 사람만이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라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즉, 구구단을 제대로 외우지 않은 학생이 미적분을 제대로 풀겠는가? 라는 류의 고민과 비슷한 것으로 민주주의의 체험이 작은 우리나라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역사를 쌓기도 전에 정치환경이 급격히 변화하였고 정치의 비효율 및 후진성으로 각 정당에서는 국민경선제로 대통령 후보를 뽑아놓고도 진성당원제를 고민하는 촌극이 벌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국, 정치에 대한 고민은 '돈 안들이고 정치하기'라기보다는 '돈이 든만큼 효율적인 정치하기'로 모아져야 합니다. 정책하나 제대로 연구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데, 당연히 많은 정책들을 개발하고 유권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정당들에서 돈 안들이고 정치하기....라는 구호는 말 그대로 구호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그 돈의 조달 방법입니다. 절망돼지라고 비야냥을 받는 노무현의 희망돼지에서 보듯,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아직은 정치인들은 필요한 정치자금을 합법적으로 조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진성당원제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필요한 정치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전근대적인 계보정치가 (요즘은 특히 한나라당에서) 횡행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아울러 진성당원제가 되지 않으니 보스의 눈치를 봐야하며 자신을 당선시켜 줄 계파를 찾아 이한집산하는 형태를 띱니다.


민주노동당이 진성당원제를 도입한 이유는 원래 진성당원제의 목적인 '소수로서 다수를 격파하여 정권을 창출하는 용도'와는 다른, 검은 돈이 황행하던 시절에 깨끗한 돈, 돈의 출처가 명확한 자금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목적이 가장 큽니다.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국민경선제 도입을 고민했던 이유는 바로 그 정치자금 조달 방법이 과거에 비하여 조금은 더(또는 훨씬 더) 수월해졌기 때문이라고 판단해도 무방하게지요.


진성당원제. 유시민이 주장한 것이 유감이기는 하지만 이미 국민경선제를 경험한 각 당에서 유시민이 주장한 진성당원제를 놓고 설왕설래가 많은 것은 '고비용 저효율에 대한 정치'에 대한 정치인들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점에서 무조건 유시민의 꼼수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우리의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학습 축적이 덜 된 부분이 있는건 사실입니다.


순전히 민주노동당의 경우에만 보자면, 진성당원제는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운영하는데는 확실히 도움이 되지만 페이퍼 당원이라 불리는 막상 진성당원제 자체도 참여율이 낮아 특정 계보의 뜻이 전횡되는  나쁜 점도 있습니다만(이 부분은 부언하자면 민주노동당은 NL이 다수에 의한 횡포를 부린다...라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50%가 넘은 무관심 진성당원들을 어떻게 능동적으로 당활동에 참여시킬 것인가..라는 고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의 정치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진성당원제라는 학습과정을 거치고 갈 것인지 아니면 진일보한 국민경선제를 보다 더 충실하게 구현시키는데 주력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듯 합니다.

(이하, 거친 표현에 대한 지적 때문에 삭제함을 양지하시기를...)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