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이나 한나라당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글을 쓰는건 처음까지는 아니지만 간만인거 같다. 왜냐하면 그런 글이라면 인터넷 상에서 나말고도 쓰고자 하는 사람도 많고 쓰는 사람도 많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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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노계가 국민참여신당을 창당하면서 민주당의 분열을 이끌어 내는 것을 보면서 아 묘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면서 글을 썼던 적이 있다. 거의 1년이 다 되어간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한화갑 씨가 동교동계를 모아서 평화민주당까지 창당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니 어안이 벙벙하다. 솔직히 한나라당 지지자인 내가 보기에는 그 사람이 그 사람인데 왜 자기들끼리는 서로 다르다고 싸우는 걸까.

 

 아버지에게 여기에 대해서 물어 보았었는데, 아버지는 나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드셨기 때문인지 이 문제를 조금 더 개인적이고 회의적인 시각을 접근하셨다. 정치인들에게 있어 가장 큰 목표는 당선이기 때문에 (국회의원이든 지자체장이든 지자체 의원이든) 자신의 당선을 위해서라면 자신들 집단의 밥그릇을 걷어차 버리는 행동도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버지의 생각이었다.

 

 그렇게까지 정치인들이 이상할까 싶었지만, 그것 외에는 이 상황을 해석할만한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친노계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민주당이 외면했다는 것에 분노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리고 동교동계가 민주당의 급진적인거 같아 보이는 모습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동교동계는 기본적으로 호남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다.) 지금 당장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당세가 강한 상황인데 자기들끼리 쪼개져서 각개 약진을 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 선거를 치를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국민회의와 꼬마민주당으로 갈라져서 치른 96년 총선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악몽과 같은 기억이었을 거다. 대표적인 사례로 종로구에서 국민회의의 이종찬과 민주당의 노무현이 서로 표를 갈라먹고 신한국당에서 이명박이 나와서 둘을 누르고 정치 1번지 종로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다. 종로구 외에도 서울 전 지역에서 원래 민주당세가 강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분열로 신한국당이 수도권에서 압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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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종로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던 이명박 대통령. 이 당시에는 누구도 그가 향후 대통령이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장래성이 있는 사람이기는 했다. 샐러리맨 신화로 현대 신화를 만들었던 초선 전국구 의원이었다가 정치 1번지인 종로구에 공천을 받은 상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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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 전 장관. 그가 대학 시절에 쓴 항소 이유서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는데, 나는 그 글의 문장이나 어휘의 우려함을 차치하고서라도 '지나가는 전문대생'을 프락치라고 오해하고 데려가서 두들겨 패놓고 자기 변명만 하는거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시대적인 상황은 이해하지만, 지나가는 전문대생은 대체 무슨 죄가 있어서 두들겨 맞은 건가.)

 

 그런데 이제는 평화민주당까지 튀어나왔다. 전혀 생각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한 정치세력이라 나는 이게 혹시 옛날 기사가 지금 잘 못 올라와 있는 거거나 아니면 예전 정치 기록이 기사화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한화갑 씨가 동교동계를 이끌고 평민당을 만든다는 내용은 끝내주게 시대착오적이라 생각조차 못한 이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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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외교학과 재학 시절 외무고시를 준비했으나, 친족 중에 부역한 사람이 있어 연좌제에 걸려서 시험 응시를 포기했다. 김대중 대통령을 평생 쫓아다니며 동교동계의 브레인으로 활약했는데, 한화갑 씨와 문희상 씨 둘이서 4자 필승론으로 주창하면서 87년 대선 필승론을 주장한 바 있다. 수도권에서 다른 이들처럼 득표하고 충청의 김종필, 경북의 노태우, 경남의 김영삼, 호남의 김대중으로 붙으면 호남표가 결집해서 김대중이 이길 수 있다는 논리였다. 물론, 호남표의 결집률은 뛰어났지만 수도권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득표로 패배했다.)

 

민주당, 국민참여신당, 평화민주당.

 

 같은 뿌리를 두고 사고나 정책, 사상 자체가 비슷한 이들이 갈라져서 튀어나온 사례가 역사적으로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극한의 상황으로 몰려 있는 민주당이 왜 살아 남겠다고 뭉치는게 아니라 분열의 길을 걷는지는 잘 모르겠다. 진보는 분열로 멸망한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당장 자기 살 길 죽을 길을 봐야 하는거 아닌가.

 

 호남에서야 어차피 자기들 밥그릇 싸움이니 자기들끼리 셋이서 갈라져서 정책 대결을 벌이다 보면, 호남의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더 나은 후보를 선택할 기회를 가지게 될 수도 있겠다. 그런 면에서는 장점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영남권에서는 민주당의 당명 자체가 영남인들에게 비호감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으니 국민참여신당이라는 당명 아래에 노무현 후광 효과로 몇 자리 정도 선거에서 승리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역시 장점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고, 정치 성향이 팽팽한 수도권 선거에서 이런 식으로 민주당 계열이 3으로 나누어져 튀어 나온다면, 그리고 거기에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까지 더해져 분열에 분열을 보여준다면,

 

 대체 어떤 식으로 수도권 선거에서 이길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아무리 못 해도 자기 지지층에서 5~10%는 까먹을 거고, 경기도에서 유시민하고 민주당 후보가 같이 튀어나올 경우 지지층에서 10~15% 가까이를 날려먹는 선거가 될 텐데, 이런 핸디캡을 두고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 집단자살광기지 정치적 판단이 아니다. 노무현은 지역감정을 넘겠다고 죽을 자리인 부산 선거에 뛰어들었다지만 유시민은 대구에서 호적 파서 경기도에 날아온 철새고, 한화갑은 호남에서 한 숟가락 건져 보겠다고 하는 모양새밖에 되지 않지 않은가.

 

 과연 민주당이 이러한 위기를 넘어서 지역마다 후보단일화를 이뤄서 선거를 치를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불가능하리라고 본다.

 

 그건 유시민이나 한화갑이라는 저 두 인물이 서로 융합될 수 없는 것과 같다. 표독스러운 독설을 한나라당 뿐 아니라 자당 내에서 퍼부어 대면서 인심을 잃은 전력이 있는 데다가, 호남 출신 정치인들을 지역감정을 이용해 정치적 권력을 획득한 사람들로 인식하고 있는 유시민과 호남인들의 한을 대변하는 한화갑은 서로 뭉칠래야 뭉칠 수가 없다.

 

 민주당 내에서 기본적으로 상존하고 있는 분열도 이러한 데에 기인한다. 그래서 한 쪽은 다른 편을 노빠라고 부르고 반대 쪽에서는 상대방을 난닝구라고 부른다. (난닝구는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 열우당 측에서 민주당 선거운동원들이 입은 녹색 유니폼의 모양을 빗대어 붙인 별명이다.)

 

 그리고 이 두 집단을 카리스마로 묶어낼 사람 또한 없다.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 대한민국 역사의 두 거인은 모두 고인이 되었다.

 

 결국, 이들 두 집단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신나게 두들겨 맞고 나서야 자신들이 합쳐야 그래도 진보 진영을 꾸려가면서 살아나갈 수 있다는걸 깨닫게 되든가,

 

 아니면 그마저도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이기택이 민주당을 이끌고 갈 때, 민주당이 얼마나 머저리 같았는지를 생각한다면 앞으로는 안 봐도 뻔하다. 어머니 정동영입니다. 가 당을 이끌 수도 없고, 에너지 정세균이 당을 통합시킬 능력이 될 거 같지는 않다. 이종걸은 이름이 너무 없고, 추미애는 당 내에 적이 많다. 유시민은 적이 더 많다. 안희정은 철학은 있지만 식견이 부족하다. 송영길은 너무 어리다. 손학규는 당적을 옮긴 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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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민주당에서 밀어 볼만한 사람은 송영길 이 정도. 연세대 경영학과, 전남 고흥 출신, 학생회장 경력에 사법시험 합격, 노동운동, 수도권인 인천 계양구에서 터를 닦았다. 수도권 표를 끌어모으고 호남표와 민주당세가 강한 충북에 세종시로 뒤틀린 충남을 끌어 모은다면 꽤 재미있는 싸움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거다. 친노이면서 호남 출신. 이 두가지 요소를 겸비한데다가 당 내에 화합에 장애 요소가 없는 인물. 물론 아직 어려서 잘 안 될지도 모르겠다. 원희룡처럼 이 사람도 당 내 문제가 해결 안된다는게 문제다.ㅋㅋ)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호재지만, 아직도 민주당이 국회의석수 80석을 겨우 넘기면서 거기서 없는 밥그릇 걷어 차가며 싸우는건 대한민국 민주주의 입장에서 별로 좋은 일이 아니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