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체의학'에 관한 논의 그리고 사형제 합헌에 대한 논의.

두 사안의 공통점은 그 논의의 중심에 선 직업이 바로 '합법적으로 살인을 범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의사와 판사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두 사안에 대하여 '논쟁이 가능한 범주'는, 내 경험학상, 비슷하다는 것이다.


대체의학에 관한 논의.

잠시 예를 하나 들어보자. 담배 좋아하는 분들, 가끔은 담배가 댕기기는 하는데 담배 맛이 쓰다는 느낌을 받을 때는 담배 한가치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담배 한가치를 감싸쥐듯 쥔다. 그렇게 30여초 후에 손바닥을 펴고 담배를 집어 펴보시라. 훨씬 순한 담배맛을 느낄 것이다.

다른 예를 몇가지 더 들 수 있는데 시간관계 상,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하기로 하고, 이런 예 때문에 내가 대체의학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대체의학에 대하여 중립적 입장이다. 아니, 좀더 이야기하자면 내 입장이 없다. 어쨌든.....


'논쟁이 가능한 범주'는 아마도 모든 사안에서도 비슷하겠지만,

사형제 폐지 찬반 입장에서 자신의 입장이 명확하면서도 자신의 입장에 대하여 회의적인 느낌을 배제하지 않는 사람들.... 대체의학의 효과에 있어서  역시 자신의 입장이 명확하면서도 회의적인 느낌을 배제하지 않는 사람.... 이 범주만이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몇년 전에 한 사이트에서 '미국 유학을 갔다왔다'는 의사가 안하무인의 논지를 펼치길래, "헤이, 잘난 양반, 당신의 말이 100% 다 옳다고 치고, 의료분쟁에서 잘못의 여부 입증은 의사들이 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하다 못해, 일반 제품에서도 PL법이 적용되는데, 의학 지식에 전무한 환자측에서 의사에게 잘못이 있음을 입증해야 하는 것은 어케 생각하는데?"


의료분쟁에서 왜 의사가 잘못이 없음을 입증해야 하고 잘못이 없음이 증명되는 경우에만 무죄....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아니면 이해를 못하는 척 하는지 구분은 안갔지만, 끝내 참지 못하고 내가 내뱉은 말.

"당신이 획득한 그 합법적인 살인면허를 가지고 천년세세 부귀영화를 누리세요"


사법살인....은 우리 역사에서 명백히 존재한다. 더우기, 초대 대법원장(2대이던가? 명단을 다시 확인해야 하겠지만.. 어쨌든)을 제외하고는 줄줄이 친일인사들이 대법원장을 역임했던 우리 역사에서 법정은 더러움으로 점철되었으며 굳이 조봉암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사법판결의 전횡에 의한 횡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형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비도덕적이거나 비양심적이라고 주장하는 '사형제 폐지 이데올로거들'을 빙자하여 사형제 폐지 반대 입장을 공고히 하는 것은 반칙이며 '논리적 오류'이다. 나는 사형제 폐지론자이지만 사형제를 존속시켜도 범죄율은 줄어들지 않는다...라는 주장에는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사형제와 잡범, 그리고 최소한 '사형 당하지 않을 범죄를 저지른 사람'과 무슨 관계가 있길래 전체 범죄를 뭉뜽거려서 통계를 낸다는 말인가?


사형제 폐지 주장 논리는 아주 간단하다. 작년인가? 한나라당에 의하여 입법예고된 '의료분쟁에서 잘잘못의 입증 책임은 의사에게 있다'라는 것처럼 그래서 의사가 그동안 무소불위처럼 휘둘렀던 살인면허의 위력을 감소시킨 것처럼 합법적인 살인면허의 위력을 감소시키자는 것이다. 판사에게서. 히틀러 시대에 홀로코스터에 적극 가담한 어느 장성의 회고록에 씌여진 단 하나의 문장.

"나는, 열심히 일한 것 밖에는 없다"

고뇌의 흔적이 없는 이 발언..... 괴물은 특별한 조건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형이 헙법적인 상황에서는 일회 이상 사형을 언도한 여느 판사도 같은 말을 할 것이다.

"나는 법률에 의거 열심히 일한 것 밖에는 없다"




사형과 종신형 중 어느 것이 더 무거운 형벌일까? 미국의 어느 종신형을 받은 죄수는 법정 투쟁 끝에 '전기의자에 앉을 권리를 쟁취했고'  그렇게 전기의자에 앉아 생을 마감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속담이 있다. 끔찍한 살인을 범한 범죄자는 여전히 사람이다. 그런 범죄자도 이승에서 살 권리는 있다. 단지, 사람들이 사는 사회에서 격리시킬 필요는 있다. 안전을 위하여 영원히(범죄자의 삶동안) 격리시킬 수 있는 권리는 우리에게 있다. 그러나 그가 이승에서 살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아무리 분해도, 아무리 깊은 상처를 받았다고 해도, 인류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이 이승에서 머물 권리를 뺏을 권리는 없다.


복수동태법.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최소한 내 인식 범위에서는 '사형'보다는 '종신형'이 더 복수동태법에 가깝게 느껴진다. 사형을 당해 죽으면 그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 그러나 나중에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참회의 눈물을 아무리 흘려도 자신의 과거의 잘못을 평생 짊어져야 하는 현실은 차라리 무섭기까지 하다.


마지막으로 첨언.

길벗님이 대처의 말을 인용하셨는데, 그 반대의 경우는 생각해 보지 않으셨는지?

"한 명을 죽이나 여러 명을 죽이나 사형을 당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절망에 사로잡힌 범법자가 더욱 더 큰 피해자를 양산시킨다는 것을?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