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그램의 복종 실험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 1963년에 발표한 어떤 실험의 결과는 사람들을 매우 놀라게 했으며 여전히 심리학자를 비롯한 온갖 학자들이 그의 실험을 많이 인용하고 있다. 밀그램은 1974에 출간된 책 『Obedience to Authority: An Experimental View』에서 이 실험에 대해 자세히 다루었다. 그는 이 실험 과정을 다큐멘터리 영화(Obedience)로도 만들었다. 이 실험은 밀그램의 실험(Milgram experiment) 또는 밀그램의 복종 실험이라고 불린다. 비슷한 실험이 여러 나라에서 시행되었는데 결과는 비슷했다.

 

 

 

이 실험은 http://en.wikipedia.org/wiki/Milgram_experiment 에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여기서는 더 간단하게 소개하겠다.

 

이 실험에는 세 명이 참여한다: 실험자(experimenter), 학습자(learner), 교사(teacher). 실험자는 특별한 옷(과학자들이 입는 가운으로 권위를 상징한다)을 입은 사람으로 명령을 내린다. 이 실험에서 명목적으로는 학습자와 교사가 모두 피험자이며 이 실험의 명목적 목적은 처벌과 학습의 관계 연구이다. 교사는 학습자가 어떤 문제를 틀렸을 때 학습자에게 전기 충격을 준다. 실험자는 학습자 옆에서 전기 충격을 주라고 명령을 내린다. 전기 충격기에는 ‘약한 충격’부터 ‘심각한 충격’에 이르기까지 눈금이 매겨져 있다. 실험자는 학습자가 틀릴 때마다 점점 더 강한 전기 충격을 주라고 교사에게 지시한다. 학습자와 교사는 다른 방에 있어서 서로를 볼 수는 없지만 소리는 서로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실험에서 학습자는 피험자가 아니라 끄나풀이다. 그에게는 실제로 전기 충격이 전달되지 않지만 전기 충격을 받는 것처럼 연기한다. 이 실험의 진짜 목적은 피험자(교사)가 권위자(실험자)의 명령에 얼마나 복종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물론 교사는 실험자와 학습자가 서로 짜고 연기를 한다는 것을 모른다.

 

 

 

교사가 전기 충격을 주지 않으려 하면 실험자는 아래와 같은 말로 교사를 ‘격려’한다.

 

계속해 주세요(Please continue).

실험을 위해서는 꼭 계속해야 합니다(The experiment requires that you continue).

계속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수적입니다(It is absolutely essential that you continue).

당신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계속해야만 합니다(You have no other choice, you must go on).

 

학습자는 전기 충격이 강해질수록 점점 더 크게 아프다는 반응을 보이며 급기야 고통의 비명을 지른다. 기절한 듯이 아무 소리를 안 낼 때도 있다.

 

 

 

실험을 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극히 소수만 최대 전압인 450볼트까지 올린 것이라고 예측했다. 왜냐하면 450볼트는 생명까지 빼앗을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누가 옆에서 명령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치명적인 전압을 남에게 가하겠는가?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피험자 중 무려 65%가 가장 강력한 전기 충격을 가했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실험 결과에 충격을 받는 이유다.

 

 

 

이 실험은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피험자들은 실험에 참여하게 되어서 좋았다고 나중에 답했다고 한다. 자신 안에 있는 맹목적 복종 경향에 대해 알게 되어서 앞으로 좀 더 도덕적으로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다.

 

 

 

 

 

밀그램의 해석

 

밀그램은 이 실험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나는 예일 대학교에서 보통 시민들이 단순히 실험 과학자가 명령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고통을 주려고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간단한 실험을 했다. 강한 권위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면 안 된다는 피험자의 가장 강한 도덕적 명령과 경합을 벌인다. 그리고 피험자의 귀에 희생자의 비명 소리가 울림에도 권위가 이기는 경우가 많다. 성인들이 권위자의 명령에 따라 극단적인 짓까지 벌이려고 한다는 점은 이 연구의 주된 발견이며 긴급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I set up a simple experiment at Yale University to test how much pain an ordinary citizen would inflict on another person simply because he was ordered to by an experimental scientist. Stark authority was pitted against the subjects' [participants'] strongest moral imperatives against hurting others, and, with the subjects' [participants'] ears ringing with the screams of the victims, authority won more often than not. The extreme willingness of adults to go to almost any lengths on the command of an authority constitutes the chief finding of the study and the fact most urgently demanding explanation. (Milgram, 1974, The Perils of Obedience)

 

그리고 그는 이 실험 결과를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복종의 본질은 그 사람이 자신을 다른 사람의 소원을 실행하는 도구로 바라보게 되어서 자신을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으로 더 이상 보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일단 그 사람에게 관점의 결정적인 전환이 일어나면 복종의 모든 본질적인 특성들이 뒤따른다.

the essence of obedience consists in the fact that a person comes to view himself as the instrument for carrying out another person's wishes, and he therefore no longer sees himself as responsible for his actions. Once this critical shift of viewpoint has occurred in the person, all of the essential features of obedience follow. (Milgram)

 

대체로 인간은 권위자가 시키면 무슨 짓이든지 한다는 것이다. 권위자로 보이는 옷을 입은 사람이 어떤 심각한 협박도 없이 그냥 말로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높은 전압의 전기 충격을 가한다는 것이 이 실험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양심이 있으며 권위자가 시켜도 양심에 심각하게 어긋나면 웬만한 협박을 동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상식이었다. 밀그램은 이 실험으로 이런 상식이 산산조각 났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많은 학자들이 이런 해석을 받아들인다.

 

 

 

 

 

전기 충격은 과거에 없었다

 

도시에 사는 어린이들이 뱀이나 사자를 실제로 볼 일은 거의 없다. 뱀이나 사자에게 물릴 일은 더더욱 없다. 그럼에도 어린이들은 뱀이나 사자를 무서워한다. 반면 전기 콘센트와 자동차에 대해서는 선천적인 두려움이 없다. 그 이유는 우리가 진화한 과거에는 뱀과 사자가 있었지만 전기와 자동차는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실험을 해석할 때에도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아마도 실험의 편리성 때문에 전기 충격을 선택한 것 같은데 전기 충격은 인류에게 낯선 것이다. 물론 미국 성인들은 전기 충격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의식적 지식이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메커니즘에 별로 영향을 끼치지 않을 때가 많다.

 

포르노를 보는 남자는 모니터 속에 있는 여자와 성교를 할 수 없다는 점을 의식적으로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이것이 포르노를 보면서 남자가 모니터 속의 여자와 성교를 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자위 행위를 하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식적 지식은 남자의 발기 메커니즘에 별로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듯하다.

 

발기는 도덕적인 문제와 별로 상관이 없다. 따라서 포르노-발기의 예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근친상간에 대한 예를 들어 보겠다. 이스라엘의 키부츠에서는 공동으로 육아를 했다. 동네 아이들이 마치 한 가족처럼 한 집에서 자란 것이다. 나중에 컸을 때 동네 아이들끼리 서로 성교, 연애, 결혼을 하는 일이 사실상 없었다. 그들은 의식적 수준에서는 서로 가까운 친족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한 집에서 지냈기 때문에 무의식적 수준에서는 서로를 남매로 인지하게 된 것 같다. 키부츠 연구를 볼 때, 근친상간과 관련된 메커니즘에 의식적 지식보다는 무의식적 지식이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양심의 작동에도 의식적 지식보다는 무의식적 메커니즘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이 의식적으로는 450볼트가 치명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더라도 이 의식적 지식이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양심 메커니즘에 별로 영향을 끼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이 해석이 옳다면 밀그램의 복종 실험이 보여준 것은 인간의 복종 경향이 너무 강해서 사람을 죽일 정도다가 아니라 인간의 양심 메커니즘에 의식적 지식이 별로 영향을 끼치지 못할 때가 많아서 전기 충격과 관련된 입력 값이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가 될 것이다.

 

 

 

 

 

진화적으로 친숙한 실험을 한다면?

 

위에서 제기한 나의 반론을 검증할 방법은 없나? 쉽게 검증할 방법이 있다. 전기 충격처럼 진화적으로 낯선 방식이 아니라 몽둥이, 주먹, 채찍, 칼처럼 진화적으로 친숙한 방식을 쓰면 된다. 특수 효과 전문가와 마술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피험자를 속이기는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현대인은 의식적으로는 450볼트가 치명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심장병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일부 실험에서는 학습자가 교사에게 심장병이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반면 다리에 멍이 들거나 피를 어느 정도 흘려도 생명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따라서 의식적 판단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면 450볼트까지 올릴 사람이라면 멍이 들거나 피가 나는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이다.

 

내 추측으로는, 멍이나 피를 보면 전기 충격의 경우보다 명령 불복종 사례가 더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식의 실험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비명

 

비명은 진화적으로 친숙한 현상이다. 대부분의 피험자가 비명을 들었음에도 명령에 충실히 따랐다. 이것은 뭔가 이상하다. 왜 피험자는 비명을 크게 신경 쓰지 않은 것일까?

 

비명의 경우에는 가짜로 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가짜 비명이 가능하다면 인간은 정보로서 비명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인간은 소문보다는 직접 목격하는 것을 더 확신하는데 이것은 소문이 가짜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어쩌면 인간은 가짜 비명과 진짜 비명을 구분하는 메커니즘을 진화시켰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실제로 고통을 주어서 진짜로 비명을 지르도록 한 것을 녹음한 것을 틀어주는 실험의 결과와 가짜 비명을 녹음한 것을 틀어주는 실험의 결과를 비교하는 것을 통해 어느 점도 검증할 수 있다.

 

 

 

학습자의 표정을 보여주는 실험을 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그리고 영상과 관련된 현대 과학을 이용해서 진짜 고통을 느꼈을 때의 표정을 보여주는 실험의 결과와 가짜 표정을 보여주는 실험의 결과를 비교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학습자가 지인이라면?

 

이 실험에서 교사와 학습자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다. 즉 교사에게 학습자는 낯선 사람이다.

 

만약 교사와 학습자가 서로 지인이라면 어떨까? 그래도 교사는 학습자에게 무슨 짓이든 할까? 같은 동네 사람이라면? 친구라면? 친척이라면? 가족이라면?

 

나는 만약 학습자가 교사의 자식이라면 절대로 이런 실험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친구의 경우에도 명령 불복종은 상당히 많을 것 같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일 때에는, 특히 외집단에 속하는 사람일 때에는, 인간이 상대를 상당히 막 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상식이다.

 

Milgram은 “피험자의 가장 강한 도덕적 명령(the subjects' strongest moral imperatives)”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정말 강한 도덕적 명령에 대한 실험을 하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실험을 해야 한다.

 

 

 

 

 

학습자가 여자나 어린이라면?

 

나중에 한 실험에서 여자가 교사 역할을 한 예가 있었다. 그 때에도 결과는 거의 비슷했다. 만약 교사가 남자고 학습자가 여자라 하더라도 결과가 같게 나올까? 남자에게 다른 남자는 경쟁자이지만 여자는 꼬셔야 할 대상이다.

 

밀그램이 처음 했던 실험에서는 학습자의 나이가 상당히 많았다. 만약 어린이가 학습자였을 때에도 교사가 높은 전압을 가할까?

 

 

 

 

 

서열의 질서

 

인간이 권위에 어느 정도 순종적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이 실험에 대한 해석에서 그 순종 정도가 과대 평가되었다고 생각한다. 사냥-채집 사회에도 서열은 있지만 침팬지의 서열에 비하면 상당히 평등한 편이다. 짝짓기 체제가 일부일처제에 가깝게 진화하면서 그렇게 된 듯하다.

 

절대 왕정과 같은 강력한 서열이 출현한 것은 몇 천 년 밖에 안됐다. 수천 년 동안 강력한 복종심이 진화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왜 인간을 포함하여 동물들은 서열의 질서에 따르나? 이 질문에는 두 가지 답변이 있다.

 

첫째, 집단 선택론 또는 기능론적 사회학의 설명이 있다. 이 설명에 따르면 서열의 질서가 있는 것이 끝없는 싸움보다 집단 또는 사회의 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 개체 선택론자들은 서열의 질서에 따르는 것이 개체의 번식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서열의 질서에 따르도록 진화했다고 본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집단 선택론(version 0.2)>을 참조하라.

http://www.skepticalleft.com/bbs/tb.php/01_main_square/50575

 

 

 

 

 

2010-03-15

version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