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도 잘만 하면 군필자 가산점 논쟁, 개고기 논쟁, 지역감정 문제처럼 인터넷 토론의 장기 스테디셀러 떡밥이 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 나도 딱히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 내가 직접 보고듣는 현실과, 언론이나 인터넷 등에서 떠도는 얘기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내 경험을 한 두 개 얘기해보자.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내가 일하는 IT 업종에서 이른바 SKY 출신들 보는 게 그닥 어렵지 않았다. 물론 80년대 후반에는 운동권 애들이 마땅히 갈 데가 없어서 IT 분야로 몰리는 현상도 있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눈 씻고 찾아봐도 SKY 출신들 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물론, 40~50대 연령층에는 SKY 출신들이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30대부터는 정말 보기 힘들다.

물론 여기에는 IT 분야를 전형적인 3D, 4D 업종으로 인식하게 된 인식의 전환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그것만 갖고 얘기하기에는 아무래도 좀 석연치 않다.

내가 현재 일하는 회사는 10년 정도 경력이 대략 연봉 6천만~7천만원 정도 받는다. 그 이상이면 실적에 의해 금액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따지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15년~20년 경력이면 대개 억대는 넘어간다. 금융권이나 재벌회사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액수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다지 낮은 수준 같지도 않다. 물론 야근도 많고 프로젝트 기간에는 고생을 하지만, 프로젝트 끝나면 휴가 칼같이 찾아먹고, 해외여행도 많이 다닌다.

그런데, 이 회사가 최근 3년 동안 30여명 뽑았는데 SKY 출신은 단 2명 입사했다. 한 명은 경력, 한 명은 신입이다. 그러니 사실은 단 한 명이라고 봐야 한다. SKY 출신의 문제가 아니다. in 서울 대학들에게 아무리 공문 보내고 사람 뽑는다고 해도 거의 지원자가 없다. 옛날 같으면 이력서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지방대학 출신들이 주로 지원한다.

솔직히 IT 분야가 3D라고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그만큼 일 안하는 회사가 어디 있나? 저녁 늦은 시간(저녁 10시 이후)에 시내 다니다 보면 웬만한 대형 건물들에 불 휘황하게 밝혀진 것 볼 수 있다. 그렇게 불 켜놓고 다들 뭐할까? 간단하다. 퇴근 못하고 일하고 있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IT는 현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따라가게 되어 있다. 현업들이 일찍 퇴근하면 IT 일도 비교적 빨리 끝난다. IT가 더 고생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IT만 지옥이라는 전제는 성립할 수 없다.

요즘 IT 분야에서는 쓸만한 인력, 엔지니어, 개발자 찾기 힘들다. 정말 심각한 문제다. 본인이 조금만 노력하면(어쩐지 MB나 노털들 입에 발린 말처럼 들리지만 그래도 사실은 사실이다) 정말 노력한만큼, 아니 그 이상의 댓가를 받을 수 있는 분야이다. 그런데, 사람이 없다.

보다 개인적인 경험도 있다. 서울의 2~3류대 졸업한 28세 먹은 남자애가 있다. 군대도 갔다 왔고, 비교적 실력도 있고 똑똑하다. 3류대라고 했지만, 괜찮은 인력이다. 집안이 그다지 넉넉치 않고,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별 벌이도 없는 아버지가 60이 다 된 나이에도 일해서 돈을 번다. 이 아버지는 별다른 기능이나 경력이 없어서 일을 한다 해도 무척 힘든 처지이다. 동생은 비교적 괜찮은 대학 나와서 IT업체에 개발직으로 취직했다. 이 동생은 야근이 많아서 고생해서 돈을 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재 출판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한국지사 간부가 내게 연락해왔다. 괜찮은 신입 사원 소개 좀 하라고. 그런데 영업직이다. 영업직이긴 한데, 이 집 저 집, 이 사무실 저 사무실 찾아다니는 그런 영업직은 아니고 주로 대학교수들 만나서 관계 관리 하는 그런 업무라고 한다. 아무래도 교재 납품하는 회사이다 보니 그런 일이 중요할 것 같다. 당연히 정규직이고 실적급도 있지만, 본봉도 적지 않고, 아마 초임이 연봉 3600만원은 넘어갈 것이란 얘기였다.

그게 빈 말이 아닌 것이, 실제로 그 한국지사의 인력이 100명이 훨씬 넘었고, 내가 나름대로 책 번역 일도 있고 해서 상당 기간 만나봤기 때문에 그들의 제안이 사기가 아니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내게 그 제안을 해온 사람은 내 후배이기도 했다.

이 제안을 저 3류대 출신에게 했더니, 일언지하 단칼에 거절하는 것이었다. 이유를 물어봤더니, 우선 영업직이라 싫고 일반 회사 생활을 하면 개인 시간을 낼 수 없어서 싫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공무원(9급) 시험을 준비한다는 것이었다. 이게 3년 전 일인데, 이 친구 지금도 시험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은 계속 할 것 같다.

내 선배의 아들 하나도 지방대 나와서 역시 2년째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선배는 광주에서 전교조 활동을 하다가 해직된 뒤 서울에 올라와 학원 강사 생활을 했다. 복직된 후 다시 광주로 내려갔지만, 수재로 소문났던 아들은 그 사건의 충격이 컸던지, 외국어고등학교를 다니다가 때려치우고 방황하다가 검정고시로 지방 국립대를 졸업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일도 알아보지 않고 공무원 시험준비에만 매달린다.

지켜보는 내가 안타까워서 서울의 잡지사에라도 취직시켜 주려고 했더니(선배 아들은 글을 꽤 잘 쓴다), 거절한다. 나름대로는 영화나 예술 분야의 전문잡지에도 지원해봤는데 그곳에서는 의도대로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주변에 이런 사례는 꽤 많은 것 같다.

젊은 친구들 생각을 다 알 수야 없지만, 아무래도 안타깝다. 옛날 한겨레신문 창간멤버 한 사람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생각난다.

"한겨레신문에 해직기자들이 창간 주역으로 대거 참여했는데, 사실 오랜 공백이 있어서 편집 스킬이나 전문성, 감각 등이 많이 떨어졌고, 이것이 한겨레신문이 경쟁에서 뒤쳐지는 큰 요인이 됐다. 어차피 언론 경력이야 공백이 불가피했지만 제일 큰 문제는 해직기간 동안 전혀 일을 하지 않은 경우였다. 하다 못해 어디 외판이라도 했던 사람들은 업무 능력에서 훨씬 나았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걸까? 취업난도 사실이겠지만, 인력난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맞아떨어지는 지점, 그런 인식의 전체상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정보를 가지신 분들이 토론에 참여해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