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네오경제님과 진성당원제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왜 진성당원제가 필요한가"에 대한 수긍가능한 답변이 없었습니다. 제가 듣고 싶었던 답은, "김대중이 20억 받았다, 이회창과 노무현도 각각 1000억 100억받았다, 정당에 돈이 필요해서 받은건데, 진성당원들이 돈내주면서 정당의사결정에 참여하면 돈문제도 해결되고, 1인보스문제도 해결되니 진성당원제가 정치구조를 한방에 개혁하는 카드다"라는 답이 아닙니다.

1인보스정당문제, 정치자금문제는 진성당원제라는 제도의 유무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냥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문제였습니다.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노선에 따라 지지자가 모이기보다는, 사회적인 유명인사 중심으로 패가 갈려서 권력다툼을 하는 원초적인 정치형태를 보여주고, 정치에 돈이 필요한데, 돈은 유명인사에게 몰리다보니 자연스레 1인보스의 힘이 강화되는 구조였던 것이죠.

이걸 해결하려면, 정당이 노선을 정립하고, 정책개발을 위해서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정책연구소를 제대로 운영하고, 시민사회의 전문가들과도 교류하면서, 정치자금을 합법적으로 조달하기 위한 노력을 하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정치에 개입"되는 문제를 백안시하는 태도를 바꿔야하죠.

물론 돈이 정치에 개입되서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의 뜻대로, 즉 기업,재벌의 뜻대로 정당구조가 왜곡되는 것은 최소화해야겠죠. 그러나, 자본이 곧 힘인 자본주의세상에서 그건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할 문제이지, 기업의 돈, 재벌의 돈을 나쁜걸로 간주하고, 그것이 정치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해버리는 것은, 어찌 생각하면 자본주의체제의 최대이익집단이자 최고강자인 세력의 양성화된 접근을 봉쇄해서, 오히려 음성적으로 정치에 관여하게 하는 부작용도 부를 수 있죠.

현재 정치자금법은 후원금, 기탁금분배, 보조금을 통해서 정당에 돈을 지원합니다. 특히 보조금은 선거때 특히 내주는 선거보조금도 있어서, 국민과 국가사이의 매개체의 성격일 가진 정당의 준국가기관적인 성격을 여실히 보여주죠.


결국, 돈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정당의 부패문제는 정당에게 주는 후원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을 통해서 차차 해결해갈 수 있습니다. 지금도 보조금은 상당한 액수가 지원되고 있기 때문에, 관건은 후원금이기 때문이죠.(물론 소수정당에게 돌아가는 후원금은 적지만, 비례성 원칙에 따라 그건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즉 그게 억울하면 국회의원을 많이 배출하면 되니까요)

따라서 정당부패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반드시 진성당원제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 한나라당, 민주당에서 예전보다 정당에서 돈문제로 시끄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내부 사정이 어쩔지는 제가 모르나, 뉴스에 부패문제가 더이상 터져나오지 않는걸보면 상당히 정화된걸로 볼 수 있죠. 두 당 모두 민노당,진보신당식의 진성당원제를 채택하지 않았는데, 왜 부패사건이 더이상 안나오는걸까요.
즉, 법제도를 개선하고, 점점 정당의 본연의 역할-정책개발과 정치노선정립에 따른 지지세력 규합-을 수행하면서 자연스레 해결되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아예 부패문제가 사라질 수는 없겠죠. 인간이 하는 일이니.



게다가, 네오경제님은 정당의 의사결정에 당원들의 의사가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정당이 제대로 된 정당이라고 생각하시는 듯 합니다. 상당수 국민참여당 지지자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제1조도 그런 식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 하고, 정당민주주의를 직접민주주의로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옳은 것도 아닙니다.

여기서 민주주의에 대한 헌법학적인 논의를 하기는 매우 어렵겠죠...할 필요도 없고요.
다행히도, 최근 "진성당원제만이 정당민주주의의 실현방법이다"라는 명제를 비판하는 지식인들이 생겨나서, 길게 쓸 필요가 없어진 것 같습니다.


가볍게 제 생각을 쓰자면, 기본적으로 우리 헌법에서 채택한 민주주의는 "대의제"를 원칙으로 합니다. "직접민주제"적인 요소는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고요. 헌법에서 국민투표를 허용하는 경우는 딱 두가지죠, 헌법 제72조와 제130조. 그 이외의 사안에서 국민투표를 하게 되면 그것은 "위헌"입니다.

대의제는 국민의 의사가 국가의 의사와 일치해야 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대의기관이 국민들의 의사를 파악해서 국민"전체"의 의사라고 대의기관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대의제의 원칙적인 모습이죠. 국민들이 "아 저거 내 생각대로 안하네, 뭐야 저것들"이라고 판단하면 다음 선거에서 바꿔버리면 되는 것이고요. 이렇게 대의기관은 정치적인 책임을 질뿐입니다. 이게 무슨 민주주의냐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원칙적인 모습이 저렇다는 것이지...현실에서는 저렇게 운영하지 않죠. 직접민주제적인 요소는 이미 받아들여져서, 현실적으로 대의기관들은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파악해서 그 진의대로 행동하려고 노력하고(해야하죠)있죠.  그리고 이익집단별로 나뉘어서 국민전체의 이익이 아닌,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형태로 변화했고요


이제 정당민주주의에 대해서 말해보죠. 정당민주주의는 헌법의 정당관련조문에서도 요구하는 헌법적 요구이기 때문에, "아무도" 정당민주화라는 가치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습니다. 사실, 민주주의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도 없죠. 박정희도 한국적 민주주의를 한다고 했고, 전두환이 만든 당 이름도 "민주"정의당이었으니까요. 즉 겉으로 보면 모두 다 민주주의 하자고 하고, 정당민주주의 하자고 합니다. 그런데, 정당민주주의는 도대체 무엇인가요.

아까 대의제를 말했죠. 국가와 국민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국가기관이 국회의원이라는 대의기관이죠. 국민이 직접 선거를 통해서 그 대의기관을 뽑습니다. 보통평등직접비밀투표를 통해서 "내가 저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죠. 국민이 뽑아줬기 때문에 국민전체의 의사를 대의기관이 대의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 원리는 국민과 대의기관 사이에서의 원리이지, 정당과 정당원 혹은 정당지지자에게 반드시 그대로 적용되어야 하는 원리는 아닙니다. 물론 적용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즉 정당의 개념필수적인 요소가 아니고, 선진정당 후진정당을 나누는 기준도 아닙니다.

정당은 국민전체의 의사가 무엇인지 너무 막연하기 때문에, 그 의사를 제대로 해석하고 알아보고 또 그것을 정책화시키는 정치를 하기 위해 조직된 정치단체죠. 현대 민주주의에 정당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대의제민주주의가 이제 정당제민주주의로 변화했다고 하기도 하고, 실제 우리 헌법재판소도 "정당민주주의"라는 단어도 사용합니다. 원칙적인 대의제는 정당민주주의와 융합될 수 없지만, 그건 머릿속에서나 그런 것이지 실제로는 그렇게 운영될 수 없죠. 국민의 의사가 단일한 것이 아니기에,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다양한 국민의 의사를 어느정도 드러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당이 필요하죠. 따라서 우리 헌법은 제8조에서 정당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보장합니다.

헌법의 정당관련조문을 구체화한 정당법을 보시면, 정당의 창당부터 운영, 해산에 관한 규정들이 있습니다. 약간 복잡하기는 하지만, 우리 정당법도 정당내부의 민주화를 강조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반드시 진성당원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죠.


정당이 준국가기관의 성격을 띠고 있기는 하지만, 법적으로 "비법인사단"이기 때문에, 즉 사적인 단체이기 때문에 내부규율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죠. 따라서 반드시 진성당원제가 민주주의적인 것이라고 적어도 법적으로는 확인되는 것이 아닙니다.

정당민주화라는 의미는, 당원의 의견이 '직접적'으로 정당의 의견이 되어야"하는 것이 아니라, 즉 정당이 당원의 의견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이 당원(과 지지자)의 의사를 파악해서 그렇게 정치행위를 하면 충족됩니다. 물론 당비를 내는 당원에게(만) 정당내부관련한 투표권을 부여해서, 그 결과대로 정당을 운영할수도 있지만, 정당 지도부가 대의원을 임명하고 그 대의원들의 의사대로(결국 지도부의 의사지만) 당을 운영하고, 그 평가를 당원이나 지지자들이 할 수도 있는겁니다. 애초에 정당 지도부 구성도 대부분 국회의원들로 구성되고, 그 국회의원들은 그 정당의 지지자나 당원들에 의해 뽑힌 사람들이기 때문에, 통제가능하죠.
그리고 대의제의 원칙상(정당에 반드시 적용할 필요 없으나) 반드시 당원이 "직접" 당내문제를 결정할 권한이 부여될 필요도 없습니다. 즉, 현재 많은 국민참여당원들과 과거 열혈 열린우리당원들이 정당내부민주화를 정당내부"직접"민주화로 이해했기에 지금도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정당=국가가 아니고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없기에 국민이 대의기관 뽑는 것을 당원이 정당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에 바로 적용하는 것은 오류죠. 정당은 국가와 국민을 매개하는 중간자역할을 하니까요.

한나라당, 민주당같이 진성당원제를 채택하지 않은 정당이 정당지도부 마음대로 운영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나라당도 나름대로 골수지지층의 요구를 충실히 따르고 있죠. 민주당도 왔다갔다 하지만 큰 흐름을 놓고보면 지지층의 의견을 거스르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정당민주주의는 어느정도 지켜지고 있다고 보면 되는겁니다.


결국 지금 진성당원제를 목소리 높여서 주장하는 정치세력이 실제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 마음대로 정당을 운영하고 싶다. 내가 지도부가 되고 싶다. 내가 원하는 사람 공천시키고 싶다. 날 공천해줘"입니다.
내부권력투쟁이라는 말이죠.


김대중 눈에 띠면 국회의원이 되는거, 아무 문제 없는 것은 아니죠.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정당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면서, 진성당원제가 아니어도 이런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덧붙이고 싶은 말은, 정당의 리더, 즉 정치세력의 리더는 밑에서부터 위로 차츰차츰 올라가면서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사회적 명망가들이 정치세력에 가담해서 리더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걸 나쁘게 봐야할까요? 정치라는 것은 이해관계를 공적으로 처리해서 자원을 분배하는 일을 하는 것인데,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 옳은 것이고, 따라서 명망가들이 자연스레 리더가 되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서구 유럽식의 노동당, 사회당처럼 노동조합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조합원과 진성당원들의 지지를 받아서 당의 간부가 되는 그런 것도 가능하지만, 서구 좌파정당 지도부 구성원들을 보면 대부분 명문대 출신에 전문성을 띤 사람들로 구성되어있죠.
즉, 진성당원제를 통해서 당원들이 원하는 정치인을 뽑는 구조와, 현재의 정치인이 되는 과정이 질적으로 뭐가 더 좋고 나쁘고 가릴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서구식 좌파정당같은 계급정당을 지향한다면, 진성당원제가 어울릴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굳건하고, 조합을 큰 지지기반으로 하고, 조합의 사회적 영향력이 큰 서구유럽의 좌파정당이라면 진성당원제가 어울릴 수 있죠. 우파정당은 대기업으로부터 큰 후원금을 받고, 좌파정당은 노동자들이 십시일반해서 모아주는 후원금으로 우파정당과 맞짱을 뜨는것이죠. 노동자들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그 노동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노동조합이 강하게 버텨주고, 따라서 우파세력에 대항하기 위한 정치인을 노동자 당원들이 뽑는 그런 구조죠.
게다가 사실, 서구식 좌파정당의 진성당원제도도 그 나라 정치문화에 어울리는 제도일뿐이지, 그것을 하면 선진적인 것이고 안하면 후진적인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죠. 반드시 계급정당이라고 진성당원제를 택해야 하는 것도 아니죠.


게다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그런 계급정당입니까? 오히려 미국의 민주당, 공화당처럼 대중정당을 지향하고 있죠. 계급정당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죠. 노무현 후보를 만든 민주당의 국민경선, 이명박과 박근혜가 맞붙은 한나라당식 경선 모두 진성당원제였으면 못하는 경선방식입니다. 당비내는 당원만 투표에 참여해야하는게 진성당원제죠. 당비안낸 일반 지지자들은 당비를 안냈으니 잠자코 있어야 하는 것이 진성당원제입니다.

미국의 오바마와 힐러리를 찍은 총4000만명의 미국민들이 모두 미국 민주당의 진성당원일까요? 세상에 4000만명의 진성당원을 거느린 정당은 없겠죠...

그렇다면 미국 민주당은 당원과 지지자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지도부의 전횡이 일삼아지는 그런 정당인가요? 아니죠.


결국 진성당원제냐 대중정당을 지향하는 개방형정당이냐의 문제는 정당의 지지기반과 정체성을 가리는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우리의 정당구조에 대한 지나친 저평가(서구식 정당제와 비교하며)와 독일에서 공부한 학자들의 독일식 정당체제에 대한 환상, 그리고 지역정당의 존재때문에 마치 진성당원제가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을 해결할 이데올로기처럼 작용하는데, 그건 명백히 틀린 생각입니다.

세계추세는 다양화되가는 유권자들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점점 개방형정당을 지향하는 형세이죠...


이데올로기적으로 당내의사결정구조문제에 접근하면서, 마치 예전 민주화투쟁하는 심정으로 문제를 대하니 참 안타깝습니다. 진성당원제때문에 불필요한 정당간 분열과 갈등이 벌써 몇년짼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