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입니다. 그 중에 하나를 보니 박진영, 양현석, 유희열 이 3사람이 참가자를 평가해서 탈락 합격시키는 심사위원 역할을 합니다. 아주 solid한 기준이 있는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기악이면 기악 성악이면 성악 이렇게 나눠서 하는데 이렇게 뭉떵 거려 전체적인 엔터테인먼트 자체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듭니다.

 

그 중에서 박진영의 심사위원으로서의 자질에는 항상 의문이 들고 어떤 경우에는 화가 나기도 합니다. 음악이란 것이 천차만별이고 미국식 팝과 유럽식 음악도 다른데, 그가 추구하는 것은 매우 좁은 미국식 팝, 그 중에서도 R&B 스타일에 특히 집중하는데, 그건 자기 취향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음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음악이 미국식 음악만 있는 것도 아니고 창법도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유럽식 이태리나 프랑스의 유행음악은 박진영이 좋아하는 것과는 장르자체가 다르죠.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죽은 김광석이 살아 돌아와서 그 오디션 프로에 참가하면 과연 합격을 받을 수 있을까 ... 이런 생각이요.

 

개인적으로 저는 박진영이 추구하는 스타일의 음악 무척 싫어합니다. 저에게는 소리적 기교가 최대한 배제된 굵고 굳센 스타일이 좋습니다. 80년대 이딸리아 깐조네 스타일이라고 할까...이건 취양이지만 심사위원은 자신의 취향과는 다른, 숨어있는 재능을 찾아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요리 품평가라면 새로운 시도나 다른 장르의 개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요리와 요리사를 발굴해서 더 발전시켜야하는 의무가 있죠. 특히 박진영은 발성을 강조하는데요.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줃은 들은 제 상식으로 볼 때 좀 우습기도 합니다. 발성이란게 두어달 지옥 훈련을 해서 개선이 된다면 아마 성악이나 노래라는 장르는 없을 겁니다. 한번은 심사평을 보니 “소리를 옛날 복고풍과 같이 뒤로 내면 안되고, 앞에서 내도록 해야 새로운 감을 줄 수 있다” 이런 말도 하든데. 복고풍이라서 안된다는 것이 말이 안되죠.

 

높은 음정을 내려는 시도는 소위 말하는 성악에서 빠사지오(빠사)를 잘 하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고 이것을 깨우치는 것은 거의 도를 터득하는 것과 같습니다. 10년을 고생하다 어느날 단박에 깨우치기도 하고. 잘 되다가 하루 아침에 완전 바보가 되는 것이 발성입니다. 이게 문자나 말로 표현되기 힘든 도의 수준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박진영 아니라 그 할애비가 옆에서 10년을 붙잡고 가르켜 줘도 모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박진영이 착각하는 것이 고음을 잘 내는 것과 고음을 충분히 오랫동안 컨트롤하면 내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 야구에서 포크볼 잘못 쓰면 롯데의 조정훈과 같이 되듯이 발성에서도 엉터리로 급조하면 가수 완전히 버립니다. 급하게 고음 뚫으려다 인생 조진 사람들 많습니다.

  

조용필이 위대한 가수라도 칭찬을 받는 것은 제법 높은 고음이 들어가는 노래를 무려 3-4시간 동안이나 줄창 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주위에 보면 성악적으로 꽤 노래를 잘 하는 분이 있는데 이런 분과 전문 성악가와의 차이는 노래하는 시간입니다. 축구, 권투 야구도 마찬가지죠. 148km 속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는 많지만 이것을 9회까지 줄창 던질 수 있는 선수는 적습니다. 동네에서 꽤 "잘 친다"는 건달으 한 두 라운드는 선수와 제법 비슷하게 버텨도 이걸 5라운이상 가면 완전 떡이 된다고 합니다.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유지하는가가 바로 전문가와 고급아마추어와의 경계면이 됩니다. 노래도 마찬가지죠. 소위 말해서 발성이 안되는 우리같은 사람은  1,2곡 열나게 부르면 뒤에서 쉬어야 합니다. 팝이나 클래식이나 위대한 가수라면 쉬지않고 2-3시간을 줄창 부를 수 있어야 합니다. 프레드 머큐리나 레드 제펠린의 로버트 플렌트.. 그 높은 고음으로 3시간을 불러제낄 수 있는 진짜 노래꾼들이 바로 이런 인간들이죠. 이러려면 발성의 도를 알아야 합니다. 두 어곡 부르고 헥헥거리며 쉬다가 또 몇 곡 부르고, 게스트 가수 중간에 좀 나와서 때우고, 중간에 만담 좀 하고. 이런 식의 가수는 하류죠. 그래서 성악가는 3시간짜리 오페라의 주역을 할 수 있어야 일류 대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열림 음악회식으로 갈라공연에서 두어곡 정도는 누구나 다 잘 부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조용필, 송창식, 최헌(오동잎 한 잎 두 입).. 이런 사람들이 확실히 발성을 터득한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박진영은 이런데 문지방에도 끼지 못하죠. 그렇게 목으로 고음내고 급조된 발성으로는 1시간 버티면 끽-입니다. 최헌과 조용필이 한참 때 3시간,정도 노래하는 것은 보통이었다고 합니다. 요즘 이런 가수가 있을까요. 일단 춤을 추면 이게 안되죠. 그래서 노래 지도를 할 경우, 특히 전업가수가 되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이 지속성을 강조해야 가치를 가지게 됩니다. 야구선수라면 다치지않게 140대 후반을 계속 뿌릴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는가 없는가가 좋은 코치의 기준이 되고요.  

   

오페라 가수 중에 최고봉은 바그너 가극 가수인데요, 헬덴테너라고 부르는 가수죠. 바그너 가극의 고음이 많이 나오기로 유명하고 정말 가수들 완전히 죽이는 음악입니다. 게다가 길면 5시간동안 끝도 없이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그래서 바그너 가극에서 주연을 맡을 수 있는 가수는 정말 드물고 확실하게 그 수준을 인정받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벤 헤프너나, 르네 콜로는 정말로 정말로 위대한 바그너 가수죠.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정말 종류가 다른 테너입니다. (한국분 중에도 바그너 가수 몇 분 있읍죠.)

   

브람스를 위대한 음악가로 만들어 준것은 그의 능력을 일찌기 알아본 슈만입니다. 좋은 평론가는 때론 음악가보다 더 중요합니다. 연예계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서태지나 장기하(약간)같이 뭔가 새로운 문화장르 창출할 수 있는 음악가가 가치있는 음악가고 제대로된 기획자라면 이런 사람들을 찾아내고 그들을 밀어줘야 합니다. 그 프로그램에서 박진영이 보여주는 태도는 그냥 자기 기획사에서 선수 뽑을 때 하면 됩니다.  작금의 기획자들은 잘 팔리는  거의 똑같은 걸그룹 댄스그룹 만들어 한류라는 포장으로 돈 벌 생각을 말고 더 차원이 높은 창의적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남을 평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겸손해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이 정말 월등한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그런 면에서 박진영이 공연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그런 식으로 실력운운할 정도의 실력자인가하는 면에서 매우 회의적입니다. 그런 역량을 보여준 적도 없고요. 적절한 영어실력, 그리고 연대라는 당시 보기드문 학벌, 파격적인 망사 의상.. 비음악적인 요소의 최대 수혜자이며 그것으로 연예 기획자의 위치에 까지 올라간 사람치고는 너무 과한 오지랍이라고 생각합니다. 평론가 박진영의 역할을 TV에서는 보는 일이 괴로워 이런 글을 써 봅니다.

 

요약:  평론가라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이해하고 그 가능성을 가진 자를 발굴해야 한다. 

          박진영의 노래론, 특히 발성론은 조악하며, 어린 가수 지망생을 호도할 수 있다.

          세상에는 미국식 유행 음악말고도 아름답고 가치있는 음악이 엄청나게 많다. 

          K-pop은 그 틈을 열어야 한다. 그것이 지속가능한 한류문화의 맹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