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도 이제 신자들의 발언권이 커지고 있네요

과거 같으면 상상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7일 경남 거제시 고현성당에서 봉헌된 ‘국가기관 대선 불법개입에 대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에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시국미사에 항의하기 위해 참여한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이하 대수천) 회원 중 일부는 강론에 항의하며 고함을 지르고 몸싸움을 벌이는 등 미사를 방해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당 밖에서 항의 집회를 벌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성당 안으로 들어와 맨 앞자리에 앉았다. 강론이 시작되자 “사제들이 왜 정치에 나서는가”, “거짓말로 신자들을 속이지 말라”고 고함을 질렀고, 성명서에서 대통령의 사퇴를 언급하자 이에 반박하며 항의했다. 또 이를 만류하는 신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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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사 도중, 강론 내용에 항의하는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회원들 (사진 제공/ 서경렬)

대수천 회원들, “민주주의가 훼손됐다는 것은 거짓말”
성염 전 대사, “이념을 앞세워 미사 성제를 모독하는 일…용납할 수 없어”

시국미사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이계성 공동대표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선 사제가 정치에 나서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또 민주주의가 짓밟혔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에 항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독재 시대 때도 시국미사를 했었고, 나도 독재에 대해서 비판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지금은 어느 때보다 민주주의가 잘 이뤄지고 있고, 선거가 부정으로 이뤄졌으면 법원에서 판결할 것이고, 판결을 따르면 될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계성 공동대표는 “정진석 추기경과 염수정 추기경도 사제가 정치 개입을 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지 않느냐”면서 “신자들은 정치활동을 당연히 해야 하지만, 사제는 아니다. 사랑의 언어를 말해야 할 사제가 증오의 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국미사에 참여해 상황을 지켜본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는 이날 성당에서 벌어진 상황에 크게 우려를 표하면서, “우리나라 교회 역사상 미사 중에 소리를 지르면서 미사를 모독한 행위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 “미사 중에 자신의 뜻과 미사 지향이 다르다고 해서 항의하는 것은 미사를 모독한 것이다. 어떻게 이념을 앞세워 거룩한 미사 성제를 모독할 수 있는가”라며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국미사에 참여하는 신자들과 이에 반대하는 이들이 갈등을 겪는 상황을 두고 교회 분열을 우려하는 시선에 대해서는, “교회는 분열되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성 전 대사는 “이것은 단순히 소수 극우론자들이 조성하는 공포 분위기일 뿐이다.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현 정권과 언론이 정진석 · 염수정 추기경의 발언을 확대 재생산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복음의 기쁨> 182항에는 ‘사제들이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가 요구하는 모든 자리에서 발언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183항에는 ‘그 누구도 우리 성직자들에게 사회 생활과 국가 생활은 접어놓고 마음의 평화만을 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사를 집전한 하춘수 신부(마산교구)는 미사 중 벌어진 상황에 대해 “가톨릭 신자들로서 기본 소양이 없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면서, “반대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하지만 적어도 신자라면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미사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인가? 신자가 아니라고 해도 상식적으로 그럴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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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당 밖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있는 보수단체 회원들 (사진 제공 / 서경렬)


대수천 회원과 미사 참석한 정영규 신부 “반목과 갈등, 서글프고 허무하다”

한편, 이날 대수천 회원들과 함께 미사에 참여했다고 알려진 마산교구 원로사제 정영규 신부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목하면서 만났던 신자들의 요청으로 함께한 것이며, “성당 안에서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니 서글프고 허무할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정영규 신부는 “나는 시국미사나 대수천의 활동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 단지 사제로서 신자들이 함께해달라고 하는데 거절할 수 없었을 뿐”이라면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 소신이 있을 것이고, 또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교회를 싸움터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어쩌다가 교회가 이렇게 됐나”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정 신부는 “하지만 신부는 성사 집행을 위한 사람들이다. 그것이 고유한 우리의 역할인 것이다. 부정선거가 있었다면 법으로 다스리고, 법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의견을 밝히며 “개인적으로 강론이 심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제단 신부들도 모두 내 후배들이고 그들의 활동에 개입한 적이 없다. 하지만 왜 서로 얼굴을 붉혀야 하는지 서글프고 속상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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