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에 대한 상식

 

대중 사이에 떠도는, 타고난 인간 본성에 대한 온갖 상식들이 있다. 남자는 늑대다라는 말에 따르면 남자가 원하는 것은 성교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에 따르면 인간은 혈육을 먼저 챙기는 경향이 있다.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라고 이야기를 할 때 사람들은 인간에게는 타고난 도덕성이 있다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원래 여자가 남자에 비해 겁이 많다고 보며 모성애가 부성애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이런 상식이 시대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원래 남자가 여자보다 성교를 더 원하는 것도 아니고, 원래 사람들은 혈육을 먼저 챙기도록 생긴 것도 아니고, 도덕성을 타고난 것도 아니고, 원래 여자가 더 겁이 많은 것도 아니고, 원래 모성애가 더 강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역사가 전개되면서 어떤 이유로 그런 사회가 만들어졌고 그런 사회에서 자라다 보니 그런 상식을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타고난 인간 본성이 사회의 생김새를 주조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지만 마르크스주의자들에 따르면 실상은 그 반대다. 사회의 생김새가 타고난 인간 본성에 대한 상식을 주조한다. 이것은 종교인들이 신이 세상을 만들었다고 믿는 것과는 반대로 실제로는 인간이 신을 만들어낸 것과 마찬가지다.

 

 

 

 

 

유물론과 관념론 사이의 대립의 양상

 

여기에서 관념론의 극단으로 분류되는 신학이나 유아론(唯我論, solipsism)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대신 좀 더 온건한(?) 관념론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유물론과 관념론 사이에서는 온갖 측면에서 대립이 일어나고 있는데 여기서는 그 중 한 측면만 살펴볼 것이다.

 

관념론에 따르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주로 관념에서 나온다. 위에서 이야기한 상식들과 관련하여 두 가지만 이야기해 보자.

 

원래 남자의 관념은 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교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성교를 할 지 여부를 두고 갈등이 벌어졌을 때 성교를 하자고 하는 쪽은 주로 남자다. 그리하여 주로 남자가 여자를 강간하게 된다. 또한 남자가 돈을 주고 여자에게 성교를 사게 되는 형태의 성매매가 주로 벌어지게 된다.

 

원래 인간은 혈육 사랑 관념을 품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남의 가족보다는 자신의 가족을 더 챙기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가족이라 하더라도 의붓자식보다는 친자식을 더 챙기는 경향이 있다. 또한 사촌보다는 친형제자매를 더 챙기는 경향이 있다.

 

관념론자의 이런 설명에 대해 유물론을 주창하는 마르크스주의자는 그것이 뒤집힌 설명이라고 반박한다. 생산(생존과 관련된 과업)과 재생산(번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활동이 먼저 존재하고 이런 활동 양상에 따라 관념이 생긴다는 것이다.

 

 

 

 

 

진화 심리학이 상식과 관념론을 복권시키다

 

진화 심리학은 위에서 살펴본 상식과 관념론의 어떤 측면을 복권시킨다. 18세기까지 사람들은 인간은 원래 ……”라는 식의 이야기를 해왔던 것 같다. 그러다가 19세기에 마르크스를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이 이런 상식에 도전했다. 그리하여 20세기에는 대중의 상식과 학계의 상식이 극단적으로 대립했다. 대중들은 계속해서 타고난 인간 본성에 대한 상식을 믿었지만 학계에서는 그런 상식을 경멸했다. 빈 서판론이 학계를 지배한 것이다. 20세기 말부터 상당한 세력을 얻게 된 진화 심리학은 이런 학계의 상식에 도전하며 대중의 상식을 복권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자들에 따르면 관념은 물질의 뒤를 따른다. 즉 생산과 재생산을 둘러싼 활동들이 벌어지는 양상에 따라 사회 구조가 만들어지고 관념은 그 사회 구조를 반영한다. 반면 진화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타고난 관념이 사회의 구조를 상당 부분 결정한다. 양측 모두 관념과 물질이 상호작용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진화 심리학자들은 마르크스주의자들에 비해 관념에서 물질로 향하는 인과 사슬을 훨씬 더 중시한다.

 

 

 

 

 

인간의 타고난 관념은 어떻게 주조되나?

 

진화 심리학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온전하기 위해서는 타고난 관념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옛날에는 신이 그 기원이었다. 기독교의 창조론에 따르면 신은 자신의 생김새를 본떠서 인간을 창조했다. 여기에서 생김새란 육체적인 측면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예컨대 신이 아담을 창조할 때 자신의 생식기를 본떠서 아담의 음경과 고환을 창조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유일신에게 음경과 고환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성경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신이 자신의 정신적 본성(질투하고, 화내고, 사랑하고, ……)을 본떠서 인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봐도 문제는 있긴 하다. 여자 친구도 없는 유일신이 질투를 할 일이 뭐가 있나?

 

진화 심리학은 진화 역사가 인간의 타고난 관념을 주조했다고 본다. 그리고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생존과 번식이다. 자연 선택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형질이 퍼지도록 한다. 여기에 진화 심리학과 마르크스주의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 둘 모두 생존과 번식을 둘러싼 역사가 인간의 관념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대한 차이가 있다. 진화 심리학에서 말하는 역사는 진화의 역사다. 반면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말하는 역사는 훨씬 짧은 문화의 역사다.

 

예컨대 진화 심리학자가 인간 결혼의 진화를 이야기할 때에는 적어도 100만 년 이상의 진화 역사를 떠올린다. 만약 약 600만 년 전에 살았던 인간과 침팬지의 공동 조상이 침팬지와 비슷한 방식으로 살았다면 결혼은 지난 600만 년의 진화 역사 중 일부 동안 진화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낭만적 사랑(이성애) 메커니즘, 여자의 질투 메커니즘, 남자의 자식 사랑 메커니즘의 진화가 일어났다. 물론 이것은 인간 유전자 풀(gene pool)의 변화를 동반한 진화였으며 자연 선택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

 

반면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인간 결혼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에는 1만 년 정도를 염두에 둘 때도 있다. 농경과 함께 소유라는 관념이 생기고 이에 따라 여자도 소유하게 되었다는 식의 이야기가 그 하나다. 사냥-채집 사회에서도 한결같이 결혼이 발견된다는 사실까지 염두에 둔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어떤 식의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어쨌든 대다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결혼의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 10만 년 이상을 거슬러올라갈 것 같지 않다. 10만 년 전쯤에는 결혼이 없었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성교(sex of all against all, concubitus omnium contra omnes)가 지배했다는 것이다.





2010-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