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렌스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이 여러 가지 업적을 남겼지만 여기에서는 주로 위생과 관련된 것을 다루겠다.

 

http://en.wikipedia.org/wiki/Florence_Nightingale

 

Edzard Ernst & Simon Singh가 쓴 『Trick or Treatment: The Undeniable Facts about Alternative Medicine』 중 26~31쪽에서 나이팅게일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나이팅게일은 크림 전쟁 중에 병사들이 입원한 한 병원(Scutari Hospital)에서 일했다. 그 병원의 위생 상태는 엉망이었는데 나이팅게일의 노력 덕분에 많이 개선되었다. 그 결과 43%(또는 42%)였던 사망률이 2%로 떨어졌다고 한다. 어떤 요인들이 사망률의 변화에 영향을 끼쳤는지는 논란거리지만 위생 개선이 한몫 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http://en.wikipedia.org/wiki/Florence_Nightingale#Crimean_War

 

나이팅게일은 그 병원의 위생 문제 때문에 사망률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위생 개선 전의 그 병원에 입원한 부상병의 사망률과 막사(army camp)에 머물렀던 부상병의 사망률을 비교하기도 했다. 그 병원의 경우 1,000명당 427명이 사망한 반면 막사의 경우 1,000명당 27명이 사망했다.

 

 

 

당시에는 간호사를 굳이 교육할 필요가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들은 교육 받은 간호사가 돌보는 환자의 사망률이 더 높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기도 했다.

 

나이팅게일은 교육 받은 간호사가 더 위중한 환자를 돌보기 때문에 사망률이 높은 것이라고 추정했으며 이것을 밝히기 위해 무작위 배정 연구를 했다. 그러자 교육 받은 간호사가 돌본 환자들의 상태가 더 좋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나이팅게일은 통계학을 활용하여 집에서 출산하는 것이 병원에서 출산하는 것보다 더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것은 당시에 산부인과 의사들의 위생 관념이 형편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통제된 임상 시험의 경우에는 한 가지 요인을 빼고 다른 요인들은 되도록 같도록 만든다. 반면 통계 자료의 경우 이런 시험의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요인들을 분석하기가 만만치 않다.

 

예컨대 집에서 하는 출산과 병원에서 하는 출산을 비교한 통계의 경우 그 차이가 일어나는 이유가 위생 때문인지, 산부인과 의사가 위험한 시술을 하기 때문인지, 집에서 산모가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 때문인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나이팅게일은 수백 쪽에 이르는 통계 분석을 제시했다. 위생과 관련된 수 많은 사례들의 통계 분석은 하나의 사례에 대한 통계 분석보다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결국 많은 사람들이 위생이 매우 중요함을 인정하게 되었다.

 

 

 

통제된 임상 시험과 통계 분석은 선조의 지혜나 개인적인 경험에 대한 기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증거다. 강력한 과학적 증거를 제시할 때 합리적인 사람들은 결국 생각을 바꾼다.

 

괴혈병 같이 심각한 병을 오렌지를 먹음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비타민 C나 콜라겐에 대한 지식이 없던 당시에는 아주 황당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통제된 임상 시험을 통해서 그 효과를 보여주자 의사들은 결국 오렌지의 힘을 인정했다.

 

피 빼기 요법이 주류 의학으로 인정 받던 시절에 그 요법이 효과가 거의 없고 아주 위험하다는 생각에 많은 의사들이 코웃음 쳤다. 하지만 통제된 임상 시험과 통계 분석을 통해 결국 의사들은 설득되었다.

 

나이팅게일은 젊은 여자였다. 당시는 여자의 지적 능력을 무시하던 시절이었다. 나이팅게일은 부잣집에서 태어났고 아버지가 개방적이었기 때문에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수학 교육을 잘 받을 수 있었다. 그런 교육 덕분에 제대로 된 통계 분석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학위나 의사 자격증 같은 간판은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처음에는 의학계에서 무시당했다. 하지만 통계 분석과 통제된 임상 시험을 들이대자 결국 인정 받았다.

 

 

 

“괴혈병 같은 중병은 오렌지를 먹음으로써 해결할 수 없다”, “피 빼기 요법은 만병통치약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위생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와 같은 당시의 주류 관념은 통제된 임상 시험과 통계 분석이라는 과학적 증거 앞에서 무너졌다.

 

합리적인 사람들은 “의견을 제시한 사람이 누구인가”, “그 이론이 얼마나 황당해 보이는가”, “권위 있는 의사들이 무엇을 믿는가”보다는 “통제된 임상 시험의 결과가 무엇인가”를 더 중시한다. 아무리 이론이나 치료법이 황당해 보여도,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사람이 제시한 치료법이라 하더라도, 권위 있는 의사들이 아무리 반대하는 치료법이라 하더라도 통제된 임상 시험의 결과가 좋다면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이 과학이다.

 

 

 

반면 한의학과 대안 의학은 어떤가? 한의학에서는 여전히 동의보감 타령을 하고 있다. 동의보감의 치료법들을 통제된 임상 시험을 통해서 체계적으로 검증해서 어떤 것이 쓸모 있는 선조의 지혜고 어떤 것이 쓸모 없는 치료법인지 가릴 생각을 전혀 또는 거의 안 하고 있다.

 

대안 의학의 경우 유럽과 미국에서 이미 수 많은 임상 시험을 통해 효과가 없음이 사실상 입증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통제된 임상 시험보다는 선조의 지혜나 자신의 경험에 대한 기억을 믿는다.

 

과학은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통제된 임상 시험과 같은 과학적 절차가 개인의 경험에 대한 기억보다는 거의 항상 훨씬 나은 결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