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게시판에 올릴 글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 논의(?)되고 있는 사형제와 관련되는 내용이니까 그냥 여기에 쓰겠다.

전에 동물의 세계 비슷한 다큐멘타리에서 아프리카 사자 일가 (프라이드)에 대해 밀착 취재를 한 내용이었다. 그들도 인간 역사와 비슷하게 전성기가 있다가 (거의 20여 마리가 넘는 무리를 이룰 때도 있었다) 이런저런 일로 몰락을 겪게 되는데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그들의 몰락에 대한 이야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듯이 새로운 숫사자가 먼저 놈을 내쫓고 무리에 들어오면 우선 먼저 숫사자의 새끼부터 전부 물어죽인다. 어미는 처음엔 자기 새끼를 지키려고 숫사자에게 반항도 해 보지만 힘도 약한데다 24시간 지켜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조만간 새끼사자들은 다 죽을 운명인 것은 변할 수 없다. 그런데 일단 새끼사자들이 다 죽고 나면 암사자들은 복수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 새끼들을 죽인 숫사자에게 아양을 떨며 다시 임신을 하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합리적인 행동이다. 복수한다고 죽은 새끼가 살아 돌아올리 만무하고 일단 다시 새끼를 낳아서 종족을 유지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이때는 그 무리에 남은 사자들이 얼마 없었고 (그 새끼사자들이 무사히 성장하는 것만이 이들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 암사자는 새로 임신을 하기에는 너무 늙었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오히려 그들의 몰락을 오히려 부추키게 된 것이다.

또 한가지, 그 무리 가운에 조금 이상한 암사자 한마리가 있었다. 그는 다른 사자들 눈을 피해서 자기 무리의 새끼 사자를 계속 물어죽이고 있었다. (나레이터는 근친상간에 의해서 정신이상이 나온 거라고 하던데...) 그런데 다른 암사자들도 그놈이 그런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암사자가 가까이 오면 경계하고 으르렁대며 자기 새끼를 보호하려 들었다. 때로는 힘을 합쳐서 그를 무리 밖으로 멀리 내쫓기도 했다. 하지만 그놈을 죽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도 잠은 자야 하고 24시간 보호할 수는 없는 일... 이놈은 밤만 되면 다시 돌아와서 새끼를 죽였다. 결과는... 모든 새끼사자들이 죽었다. 자, 암사자들이 이놈을 죽이지 않은 이유는 이해할 수 있다. 혼자이긴 하지만 다 자란 놈이고 이를 죽이려고 하면 강력한 반격이 올 것이다. 앞장선 한두마리는 꽤 심한 상처를 입을 수도 있고 그러면 사냥이나 먹고 사는 일에 큰 지장이 생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를 보면 이들은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그를 죽여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이들의 몰락을 불러온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별 재미도 없던데 왜 우리나라에만 인기인지...)의 개미라는 소설에 이런 귀절이 있다. "사람의 경우 문제가 생기면 이것이 누구의 책임인가 그것부터 알려고 한다. 개미의 경우 문제가 생기면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까 그것부터 생각한다. 누가 더 현명한가?" 당연히 작가는 개미가 사람보다 낫다는 소리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사람이 더 현명하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있을 때 여기 책임이 있는 자가 있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그 책임자에게 적절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더 시급할 경우도 있다. 그냥 문제만 해결하고 아무 문책없이 지나가면 그 자는 곧 똑같은 문제를 다시 일으킬 것이다. 그것만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