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황에서 이명박이 내란죄를 지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렇게 의심할만한 정황은 있다고 보입니다.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 그리고 대통령이라는 직위가 갖는 의미 등을 고려할 때 '단언'할 수 없는 상황, 의심만 가는 정황이라 해도 의문을 제기할 필요는 충분하고도 넘친다고 봅니다.

우선 이명박이 문제의 발언을 했다고 알려진 것은 2008년 7월 9일 한일정상회담 당시입니다. 그리고 7월 13일 교도통신은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회담 당시 이명박에게 '일본 사회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표기하겠다'고 통고했다"는 보도를 합니다. 그리고 이틀 뒤인 2008년 7월 15일 요미우리신문이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명박이 후쿠다 총리의 통고에 대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고 답변했다는 보도를 합니다.

청와대는 교도통신의 보도에 대해서도 펄쩍 뛰며 부인합니다. 즉, 후쿠다 수상이 그런 통보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것이죠. 당시 정황에 대한 보도를 보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오후 브리핑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난 9일 G8 확대정상회담에서 일본 총리와 가졌던 짧은 비공식 환담 자리에서는 그 같은 의견을 주고 받은 일이 없다"고 부인했었다. 그는 "오히려 이 자리에서 이명박은 '일본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의 영유권 표기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고, 이에 대해 후쿠다 총리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알겠다'고 답변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같은 의견을 주고받은 일은 없다면서 또 이명박이 그 자리에서 일본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의 영유권 표기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는 것은 뭔가요? 게다가 일본 총리는 이명박에게 '우리 정부(한국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알겠다'고 했다는 겁니다. 만일 일본 총리가 실제로 그런 발언을 했다면 그건 일본 총리가 독도 문제에 관해 한국측에 항복 선언을 했다는 의미가 되죠. 청와대의 해명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한한 교도통신이나 요미우리신문의 보도가 청와대의 해명보다는 더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물론 여기까지는 그냥 '실수'로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워낙 허접한 새퀴니까 그럴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교도통신은 같은 보도에서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일본 외상도 8일 삿포로에서 유명환 외교통상장관과 회담에서 독도 명기 강행을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후쿠다 수상이 이명박을 만나 그런 얘기를 하기 하루 전에 이미 장관급 회담에서 똑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겁니다.

이것은 외교적인 관례나 업무처리 프로세스를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양국 정상이 만나기 전에 관련 현안의 실무 총책임자인 장관들이 만나서 의제를 조율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니까요. 여기에서 두 가지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첫째, 후쿠다 수상의 '독도 표기' 통보는 우연히 튀어나온 얘기가 아니고 사전에 철저히 의제화한다는 의도를 담은 발언이라는 것 둘째, 이러한 일본측의 의도에 대해 이명박이 사전에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즉, 이명박의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는 우연히, 실수로 나온 발언이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로 독도 문제가 양국간에 예민한 외교 현안이 된 지가 벌써 반세기가 되어가는데, 대통령이 일본측의 저런 발언에 저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봅니다.

후속 처리 과정도 수상합니다. 이명박은 문제의 저 발언이 나온 몇 달 뒤인 2008년 12월부터 일본에 대해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한두번이 아닙니다. 대충 기사만 검색해봐도 2009년 1월, 2009년 9월, 2009년 10월에 일본 수상들과 만나서 똑같은 표현을 사용합니다. 가장 최근에는 유명환 외교장관이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국 정상 간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관계로 발전한데 만족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 관계가 되었으면 한다는 희망사항이 아니라, 이미 그런 관계가 되었다는 과거완성형으로 표현한 것이 눈에 띄는군요.

요미우리신문은 17일 변론기일을 앞두고 국내 법원에 제출한 서면자료를 통해 "당시의 보도는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 며칠 전인 3월 6일에 경찰은 이번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안티MB 카페 운영자의 집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이 사안에 대해 상당히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행동이라고 봅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이,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입니다. 안티MB측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의 하나가 "만일 요미우리신문의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 보도는 한국 대통령이 독도 문제에 대해 일본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공식적이고 역사적인 증거 자료로 남게 된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요미우리의 보도가 사실이 아닌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지만, 만일 사실이라고 해도 이명박은 요미우리의 정정보도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그게 영토를 보존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당연히 보여야 할 태도이죠. 하지만 이명박은 "그 문제는 끝난 것"이라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은 요미우리의 보도를 기정사실화하고, 나아가 독도에 대한 일본측의 주장을 수용하겠다는 태도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지금까지 제가 설명해온 내용에 특별한 오류가 없다면, 이것은 내란 외환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최소한 의문은 존재한다고 봅니다. 보다 엄밀한 검증과 증거를 요구하는 제도 언론이라면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도 극히 신중해야 하겠지만, 일반 네티즌이 이런 의문조차 제기할 수 없다면 그것은 정말 문제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