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매니아로서 참 이런 글 쓰기 싫은데.

모처럼 집에서 아이들과 저녁 먹을 요량으로 일찍 나와 지하철을 탄게 화를 불렀을 줄이야.
타자마자 시끄러웠다. 소음은 이른바 노약자석에서 터져 나온 것.

몸 잘빠진 초로의 남자가 옆 자리 애 엄마를 마구 공격중이다. 내용인 즉슨, 애 엄마가 애와 자기까지 두 자리를 차지한 바, 여긴 노약자석이니 한자리만 앉으라는 것. 그런데 내용이 가관이다. 싸가지 등등의 욕은 기본이고 자기가 해병대에 월남 갔다 왔다며 대놓고 협박질. 견디다 못해 사람들이 뭐라 한마디하니 "나 해병대 나왔어. 지금 말하는 XX들, 내 앞에 나와. 내가 다 날려줄 테니까."

참다 못해 내 앞에 앉아있던 나이든 양반이 조용히 하라고 한마디.(그 틈에 껴서 나도 한마디) 그런데 이 해병대 노인네, 내 앞자리까지 밀고 들어와 한마디 한 노인의 멱살 잡으며 온갖 육두 문자에 '내려라, 너 오늘 반 죽는다. 이 xx야. 내가 해병대 출신이거든?' 온갖 주접을 떤다.

그리하여 여러 사람이 싸움을 뜯어 말리고 (난 살짝) 좀 멀어지는가 싶었는데 다시 내 앞 양반에게 돌진. 그런데 체격 건장한 어느 젊은이가 몸으로 막자 대뜸 멱살 잡으며 '어쭈, 너 운동했니? 나 해병대거든? 내려라. 너 오늘 죽었다.' 등등의 폭언. 젊은 친구가 넥타이는 놓고 이야기하라니까 겁먹고 그러는줄 알고 온갖 표정을 지으며 '내가 왜 놔? 너 같은 놈 내가 xx해야 되' 등등 적반하장.

그런데 어렵쇼. 이 와중에 왠 여자가 해병대 옆에 서더니 경찰에 신고한단다.(나중에 경찰 앞에서 이 여자, '전 저 할아버지와 모르는 남남이예요.' 그러다가 '그냥 같은 동네에 살아요.'라 자뻑)  허참. 이게 왠 일이래? 좋은 뜻으로 싸움 말리던 젊은이가 곤경 겪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도 있어 차마 앞장은 못섰으나 그냥 넘어갈 수도 없는 일. 결국 압구정 역에서 같이 내렸다. 나 말고 몇몇 젊은 여자들도 자진해서 증언하겠다며 합류.(우띠, 남자는 나 하나더라. 물론 그 신체건강한 젊은이를 보고 남자로서 컴플렉스 느끼는 건 이해하겠으나...그래도 남자는 나 하나였다는게... 사실 초 절정 개인주의자에 도덕성 제로인 나, 이런 일에 끼어드는거 절대 체질 아니나 애 엄마에게 그러는건 감정이입되서 못참겠거든.)

결국 경찰이 오고 패트롤도 오고... 그런데 당사자 셋만 데려가는 분위기. 그래서 '필요하면 증언하겠다'고 밝힌 자진 증언자들은 전화번호와 이름만 적고 돌아왔다.

집에 와서 밥먹고 이렇게 컴 앞에 앉으니 새삼 기억이 떠올라 울끈불끈. 지금 경찰서에 전화해서 어떻게 처리됐는지 묻고 만에 하나 청년이 곤경에 처하면 당장이라도 가서 도와야 하나, 하다못해 고성방가로 지금이라도 고발해야 하나란 생각으로 머리가 지끈.(나 소심하다구요.)

우띠. 나 밀리 매니아로 해병대 나름 좋아하는데 있지, 그런데 왜 이런 일 터지면 해병대 들고 나오는 새퀴들이 많아? 육군 수색대대야, 해군 UDT야, 공군 조종사 구출부대 출신이야라고 나오는 인간은 없는데 말이지. 이 글 보는 해병대들아, 저런 새퀴들은 니들이 알아서 제명해주면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