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로 각국의 도서관에 관한 통계를 조사하던 중에 이란의 테헤란 대학교 도서관 사이트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이트에 나와 있는 정보를 읽다가 장서량이 상당히 적은 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위쪽의 About the Library로 가면 이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아랍어와 페르시아어로 쓰인 출판물을 합쳐서 약 20만 권 정도(그외 언어로 쓰인 책들을 합쳐도 30만 권을 겨우 넘는 수준이고요. 수고라든가 석판본 같은 것까지 합쳐도 40만을 넘지 않습니다)를 소장하고 있다고 하네요. 테헤란 대학교가 이란 내에서는 주도적인 학문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데도(그러니까 한국에서는 서울대급 정도?) 그 장서량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좀 충격적이었습니다.(혹시나 해서 이란 국립도서관을 찾아 봤지만 크게 다를 바는 없었습니다)

비교하자면, 한국의 서울대학교 도서관 장서가 일단 국내서만 약 197만 5천 권이지요.(국립중앙도서관은 좀 더 많습니다) 당장 그 주변만 뒤져 보아도 이집트의 국립도서관이 수백만 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고(위키백과 참조. 현존하는 아랍권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인 알 아즈하르 대학의 도서관이 이집트 국내에서는 그 다음이라는데, 아랍어로 되어 있어서 사이트를 뒤질 수가 없네요;;) 현대 서아시아권 최고의 학술 중심인 이스탄불 대학의 도서관이 국내외서를 합쳐 대략 85만 권을 보유하고 있다 합니다.(터키 국립도서관은 2007년 기준 약 99만 4천 권)

물론 대표적인 도서관의 장서량 정도만으로 이란의 지적 역량을 가늠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건 너무 섣부른 판단이지요. 그렇지만 저는 도서관 장서량이 적어도 그 지역의 언어(대표적으로 현대 페르시아어)를 통해 접근 가능한 정보의 양에 대해 참조할 수 있는 가장 적나라한 지표로 취급될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좀 피상적인 예긴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 순위 통계에서 이란의 대학이 터키나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학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것도 이런 기본적인 부분의 부실함을 상당 부분 반영하는 것이겠지요.

현대 이란에서 일어난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서는 교육제도가 급격하게 종교색이 강해졌고, 자유주의적 학자들이 대거 국외로 빠져나갔죠. 아마 이때부터 본격화된 학문과 출판에 대한 종교적 개입이 폭넓은 출판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을 것 같습니다.(위에서 터키와 이란의 인구수를 비교해 볼 때 비슷하거나 이란이 더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장서량의 차이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차차 나아지는 것 같긴 하지만.. 여전히 이런 삽질이나 하고 있는 걸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20세기 이전까지 이란 출판 문화에서 가장 발달한 부분이었던 문학(무려 괴테가 세계 문학의 4대 기둥 중 하나라 찬양했던)조차도 현대에 들어서는 출판 검열 등으로 빛이 바래고 있는 것 같고요.

밑에서 전자책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저는 '기술적으로는' 전자책이 종이책의 거의 모든 영역을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편의성의 문제는 기술적 문제라기보다는 아이디어의 문제라고 보고요. 잘만 하면 종이책보다 나아질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전세계적 국면에서 종이책은 당분간 어쩔 수 없이 존속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자책 시스템으로 전환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출판과 IT 양 분야의 인프라가 다져진 나라들은 세계적으로 보면 그리 많지 않거든요. 위에서 든 이란의 사례가 전자의 반례 중 하나가 되겠지요. 후자의 반례는 이보다도 훨씬 많을 것 같습니다.


p.s.
예가 좀 편중되어 있는 것 같으니 비유럽어권 도서관에 대한 예를 좀 더 들자면, 동남아권 태국 국립도서관의 장서량(순수 서적만 계산)은 2007년 기준으로 단행본 약 280만 권, 희귀본 약 15만 권, 필사본 약 35만 권을 합해 약 330만 권입니다.(출처. 원래는 출랄롱꼰대나 탐마삿대 도서관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대부분의 관련 문서가 태국어인 관계로.. ㅠ) 그 밖에 중국의 국가도서관은 2400만여 점(위키- 이 경우는 책 포함 다른 자료까지), 도쿄대 도서관은 800만여 권(위키) 정도입니다. 한국 국립중앙도서관이 약 635만 권 정도고요.(국내서 512만, 외서 96만, 고서 27만 -출처) 북한의 인민대학습당이 3천만 점을 넘는다는데.. 온갖 잡 자료들까지 포함한 수치니 얼마만큼이 실질 장서량인지는 모르겠습니다.(위키)

재미있는 자료가 하나 있는데, 아시아 국립도서관의 관장들이 연 07년 컨퍼런스에 대한 안내문입니다.(참조) 이에 따르면, 각국 국립도서관의 책과 연속간행물 등을 모두 포함한 자료량(위의 링크 통계들로 보면 약 5%-25% 정도는 비도서/고서류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은 인도네시아의 경우 약 170만, 말레이시아는 약 228만(하지만 이 중 상당수는 영어 문서인 듯), 네팔은 약 9만, 베트남은 약 130만, 캄보디아는 약 3만 정도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