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경상도 지역론자들이 내세우는 지역 개발론은 경상도를 수도권에 비해 소외받는 지역으로 포장함으로서 개발 독재 기간동안 경부축의 일원으로 혜택을 입고 그 이후로는 수도권에 축척해 놓은 막대한 물적 토대와 인적 커넥션을 통해 여전히 많은 지대를 누리고 있는 경상도의 특혜를 은폐해 지역 발전에서 여전히 우위를 차지하려는 논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논리는 노무현 정부동안 "영남 발전 특위"따위를 만든다는 황당한 생각의 바탕이 되기도 했지요. 소위 영남 개혁파들의 주요 레퍼토리이기도 했고요.

많은 개혁 사이트에서 "대구" 혹은 "tk"출신임을 무슨 훈장인양 자랑하며 대구가 한나라당으로부터 얻는 것도 없는데 세뇌가 되어서 찍어준다는 한탄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자조섞인 목소리로 대구를 비하하며 한나라당을 욕하지요. 근데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해준것도 없는 한나라당에 비해 다음에 들어설 민주 개혁 정부에서는 소외받는 불쌍한 대구를 더 도와줘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생각해 봅시다. 정말 한나라당이 대구를 내팽겨 친 것일까요? 그래서 세뇌되어서 한나라당을 찍는 유권자는 불쌍한 피해자일까요? 그런데 왜 세뇌당할것 같지 않은 tk의 지식인들도 열심히 한나라당을 찍을까요? 아. 그사람들은 한나라당을 찍어서 이익을 얻는 지배 계층이니까?

그럼 다시 묻죠. 한나라당을 찍어서 대구의 지배 계층이 이익을 얻는 다면... 지배 계층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한나라당을 통해 이익을 얻는 것은 아닐까요? 즉 한나라당의 집권을 통해 얻는 대구의 이익이, 지배 계층에게는 아주 직접적이지만, 서민 계층에게도 덜 직접적이게나마 돌아가고 있는 것 아닐까요? 중앙 집권화된 한국 사회에서 자기 지역 출신이 중앙에 강력한 물적, 인적 토대를 쌓아두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계층을 초월해 엄청난 이익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쉽게 말해 노동자가 서울에 상경해 일자리 하나 얻는것도 좀더 쉬워지는 거죠. 이렇게 밑바탕에서 벌어지는 특혜들이 서민 계층에게는 오히려 민감하고 결정적인 것일수 있습니다.

대구가 못사는 이유는 세뇌된 지역민들이 이익 대표성에 불성실한 "지역주의 한나라당"을 찍어서가 아닙니다. 한나라당은 대구의 이익, 경상도의 이익을 교묘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대표하고 있어요. 지리적 대구의 산업이 퇴보하는 것은 오히려 산업지리적 이유때문이겠죠. 한나라당이 경상도중에서 유독 대구만 챙길수도 없는 노릇이고, 경상도 내에서 다른 지역의 산업 입지가 더 유리하다면, 대구가 퇴보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아니면 경상도의 헤게모니가 수도권으로 옮겨지고 있기 때문일수도 있습니다. "경상도 거주"보다 "경상도 출신"이 더 긴요한 사회경제적 지표로 작동하는 것이지요. 즉, 지리적 경상도가 아닌, 수도권에 사는 "경상도 출신"사이의 이익 공유성이 더 진해지고 강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지리적 경상도, 그중에서도 산업 입지가 불리한 대구는 더욱 소외될 수 밖에 없지요.

결국 민주 개혁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서 지리적 경상도, 특히 대구의 퇴보를 타개해줄 이유도 방법도 없다는 것입니다. 산업 입지의 불리함으로 인한 퇴보야 지역 스스로 해결할 문제고, 경상도 내부의 헤게모니 다툼에서 밀려난 것은 자기들끼리 쇼부를 쳐야 할 문제지요. 대구, tk의 자칭 진보 개혁주의자들이 자신들을 지역주의에 의해 피해를 보는 세뇌받은 서민인양 내세우는 것은 상당히 뻔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