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조선일보의 창간 90주년 축하행사에 참석했던 노회찬이 여기에 대해 논란이 일자 나름대로 해명을 한 모양입니다.

저는 조선일보 종이신문을 보지 않는데, 하필이면 그날 신문은 보게 됐습니다. 노회찬이 행사에 참석했다는 기사가 올라와 있더군요.

별 생각없이 "이제는 진보신당도 이 정도는 당연하게 여기는 건가...?" 이 정도로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특별히 불쾌하거나 그러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이 논란이 되고, 여기에 대해서 노회찬이 나름대로 변명을 늘어놓는 모습을 보니 매우 불쾌해지네요. 노회찬이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네요.

"우리 안에 조선일보가 있다..."

이거 뭔 얘긴가 했더니, 조선일보 행사에 참석한 것을 비판하는 것 자체가 조선일보와 똑같은 사고방식을 가졌다는 증거랍니다.

조선일보가 "이번 행사에는 가급적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도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는데... 여기에 대한 노회찬의 느낌과 해명을 직접 들어보시죠.

그 말을 듣자 마은혁판사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마은혁판사는 20년전 저와 함께 활동했던 사이였습니다. 그후 법관의 길을 걸었고 자연스레 왕래가 뜸했습니다. 작년 가을 마판사는 열흘 간격으로 부친과 부인을 잃었고 소식을 들은 저는 두차례 조문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한달쯤 후 제가 이사장으로 있는 연구소의 출판기념회가 후원의 밤을 겸해 열렸습니다. 평소 저의 정치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던 마판사가 그날 참석해서 조문에 대한 답례인사를 하고 약간의 후원금도 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민주노동당 보좌관들의 국회농성 기소사건과 관련하여 마은혁판사의 공소기각 판결이 있었습니다.


판결에 불만을 품은 조선일보등 보수언론들이 일제히 마판사의 판결을 비난하였습니다. 나아가 마판사가 제 연구소 후원행사에 참석한 사실을 알아내고 연일 공격을 했습니다. 판결내용에 다른 견해를 갖는 입장에서의 논리적 비판이 아니었습니다. 민주노동당 출신 정치인 행사에 간 것은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는 뜻이고 그런 개인적 정치성향이 민주노동당 관련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논리였습니다. 문상답례 차원의 의례적인 참석일 뿐 정치적 지지여부와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한발 물러선 언론조차 여하튼 현직 판사가 정치인 행사에 간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며칠 간격으로 두 차례씩 사설을 쓰며 공격했습니다. 결국 보수언론들의 여론몰이에 법원도 손을 들었습니다. 법원장은 마판사가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동을 하였다며 경고처분했고 정기 법관인사에서 시국사건을 맡지 않는 가정법원으로 전보발령조치 하였습니다.

[출처] : 뷰스앤뉴스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60449

그리고...

노회찬은 바로 "마(은혁) 판사사건의 보도태도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라도 참석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거... 내 대가리 구조가 이상한 건지, 노회찬 대가리 구조가 이상한 건지... 확실한 것은 둘 중 하나는 정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악을 악으로 갚으면 안된다"며 자신에게 나쁜 짓을 하는 놈을 용서하고 그 사람에게 선을 베풀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말 그대로 피해와 분노를 혼자서 감당한다는 전제가 있다는 겁니다. 종교인이라면 저런 행동이 용납될 수 있다는 겁니다. 종교란 기본적으로 개인의 실존이란 차원에서 구원과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치인이란 본질적으로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 해결과 접근이 아닌, 집단과 계급, 사회적인 접근을 하는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이것은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서 어떤 정치인이건 예외가 없는 숙명입니다.

정치인 노회찬은 이상하게 조선일보 문제에 대해서만은 마치 종교적 순교자 같은 태도를 애써서 연출합니다. 그렇게 종교적 순교를 하고싶다면 그 알량한 진보장사 그만하고, 조선일보교로 귀의해서 그 사제 역할을 하면 됩니다.

단순 논리 측면에서 봐도 노회찬은 노골적인 왜곡을 서슴치 않습니다.

1. 조선일보는 나쁜 놈인데, 그 나쁜 놈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왜곡하고 공격하는 것도 조선일보와 똑같이 나쁜 놈이다

2. 조선일보는 나쁜 놈인데, 그 나쁜 놈에게 항의하는 것은 그 조선일보와 똑같이 나쁜 놈이다

1과 2가 같은 명제입니까? 노회찬은 1번 명제처럼, 상식적인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제를 내걸면서 그 내용을 슬쩍 2번 명제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양두구육 논리이죠.

조선일보의 왜곡/과장/허위에 항의하여 조선일보 90주년 행사에 참석을 거부하는 것이 조선일보의 장기인 과장/왜곡/허위와 똑같은 행위입니까?

노회찬, 한 걸음 더 나아가 물귀신 논리까지 구사합니다.

조선일보사의 창간기념식에는 다양한 분들이 많이 참석하였습니다. 조선일보와 생각이 다른 분들도 참석했고 조선일보 보도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고 김대중대통령 영부인께서도 축하전보를 보냈고 용산사건 때 조선일보와 정반대 입장에서 유가족들을 지원한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도 참석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평상시에 조선일보와 대척점을 형성하자는 논리를 구사했습니까? 그리고 축하전보 보낸 행위가 직접 행사에 참석하는 것과 같은 차원의 행동입니까? 봉은사 주지가 조선일보와 평소 대립 관계였나요? 노회찬의 논리는 "조선일보 독자도 아닌 사람들이 왜 이런 행사에 참석하고 축하 전보를 보내느냐"는 논리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도대체 영남 출신들은 왜 이렇게 대가리 구조, 논리 구조가 이런가요?

말러리안은 "민주당 분당을 막지 않은 호남 386은 나쁜 놈들이기 때문에 그런 호남 386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호남의 정치성향도 문제고, 민주당 분당에 책임이 없는 일반 영남 사람들은 아무 죄가 없다"고 그러더군요.

민주당 분당이 문제가 되는 것은 오랜 전통과 정통성을 지닌 민주/개혁 세력을 분열시켰다는 책임 때문입니다. 민주/개혁 세력이 분열된 것으로 인해서 다가오는 가장 큰 타격이 무엇인가요? 한나라당 같은 반민주/퇴행적 세력이 집권했다는 것 아닙니까? 즉, 한나라당 같은 반역사/반민주 세력의 존재 그리고 그런 세력을 지지하는 영남의 선택이 문제의 근본 출발인 것입니다. 민주당 분당의 책임 때문에 호남 386을 미워한다면서 정작 그 문제의 출발인 한나라당과 영남은 아무 문제가 없다?

정말 궁금합니다. 영남 출신들의 저 논리 구조를 누가 좀 알기쉽게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