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트란드 러셀의 서양철학사를 우리말로 술술 읽고 싶었다. 오래전에 원서를 읽다가 얼마 못 읽고 그만 두었는데

책장에 꽂힌 서양철학사 원서를 볼 때마다 저걸 언젠가는 읽어야 하는데 하다가 을유문화사에서 새로운 번역판이

나온 걸 보고 번역판을 읽기로 했다. 물론 인터넷 검색을 통해 번역평을 훑어보았다. 번역이 훌륭하다는 평이 압도적이어서

안심하고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3장 피타고라스를 읽다가 어처구니 없는 오역을 보고서는 어쩔 수 없이

번역 원문 비교 모드로 들어갔다. 1장  그리스 문명의 발흥에서부터 적지 않은 오역을 발견할 수 있었다. 'classical Greece'를

'고대 그리스'라고 번역했는데 기본적인 시대구분 용어부터 틀리는 등 그리스에 대해 잘 모르고 또는 공부하지 않고

번역한 것이 그대로 드러났다.. 13장 로크의 인식론, 16장 버클리, 17장 흄도 검토해 보았는데 잘 된 번역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도대체 어디서 제대로 된 번역평을 얻을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우선 3장 피타고라스만 보기로 하자. 몇번 글을 써야 할 것 같다. 자,  어떤 오역인지 직접 보자.

 

책 제목 : 러셀 서양철학사

출판사 : 을유 문화사

옮긴이 : 서상복

발행일 : 2012. 10. 20 초판 13쇄

 

원서 : A History of Western Philisophy (Korean student edition)

출판사 : 연합출판

저자: Bertrand Russell

발행일: 1985. 1. 20

 

 

p75,76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곧 약분할 수 없는 수의 발견으로 이어진 일은 불행한 사태였는데, 그것이 전체 철학을 반증하는

          듯이 보였기 때문이다. 직각이등변삼각형에서 빗변의 제곱은 나머지 변 중 하나의 제곱의 두 배가 된다. 각 변을 1인치로

         가정해 보자. 그러면 빗변의 길이는 얼마가 될까? 그것의 길이를 m/n 인치라 가정해 보자. 그러면 m2/n2 = 2 이다. 만약

          m n공통 분모를 가져서 나누어지면, m 이나 n 둘 중 하나는 홀수여야 한다. 이제 m2 = 2n2 이므로 m2

          짝수이다.  따라서 m은 짝수이고 n은 홀수이다. m = 2p 라고 가정하자 그러면 4p2 = 2n2 이므로 n2 = 2p2 이고

          따라서 n은 짝수인데, 이것은 앞선 가정의 반대이다. 그러므로 어떤 분수 m/n 도 빗변을 나타내지 못할 것이다.

 

p35,36  Unfortunately for Pythagoras, his theorem led at once to the discovery of incommensurables,

       which appeared to disprove his whole philosophy. In a right-angled isosceles triangle, the square

       on the hypotenuse is double of the square on either side. Let us suppose each side an inch long;

       then how long is the hypotenuse? Let us suppose its length is m/n inches. Then m2/n2 = 2. If m

       and n have a common factor, divide it out; then either m or n must be odd. Now m2 = 2n2,

       therefore m2 is even, therefore m is even; therefore n is odd. Suppose m = 2p. Then 4p2 = 2n2,

       therefore n2 = 2p2 and therefore n is even, contra hyp. Therefore no fraction m/n will measure

       the hypotenuse.

 

* incommensurable : 여기선 '약분할 수 없는 수' 가 아니라  '길이를 잴 수 없는 수' 라는 뜻으로 쓰였다.

                                             피타고라스 정리를 발견하고 나서 그 결과 √2 같은 무리수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무리수는 정수의 비율로 표현할 수 없는 수, 다시 말해 분수로 나타낼 수 없는 수다.

                                             약분은 커녕 분수 표현이 안되는 수다. 중학교 1학년 수학 내용이다.

    번역서 76쪽에 '약분할 수 없는 수'가 세 번 더 나오는데 모두 '길이를 잴 수 없는 수' 가 맞다.

 

* common factor : '공통 분모' 가 아니다. '공통 인수' 또는 '공통 약수(공약수)' 다.

                                       참고로 '인수분해'는 factorization 이다.     

     예문) The highest common factor of 18 and 24 is 6 ; there is nothing bigger which divides both.

 

 

제안 번역 :   피타고라스 자신에겐 불행하게도 그의 정리는 곧 길이를 잴 수 없는 수의 발견으로 이어졌고,  그 수는 그의

          철학 전체를 반증하는 듯이 보였다. 직각이등변삼각형에서 빗변의 제곱은 나머지 변 중 한 변의 제곱의 두 배가 된다.

          직각을 이루는 변의 길이를 1인치라고 가정해 보자. 그럼 빗변의 길이는 얼마일까? 빗변의 길이를 m/n 인치라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m2/n2 = 2 이다. m n 이 공약수를 가지면 약분해라. 그러면 m 과 n  중 하나는 반드시

          홀수다. 이제 m2 = 2n2 이므로 m2 은  짝수고 따라서 m은 짝수다. 따라서 n은 홀수다. m = 2p 라 하자. 그러면

          4p2 = 2n2 이므로 n2 = 2p2 이고 따라서 n은 짝수인데, 이는 애초 가정과 반대다. 그러므로 어떤 분수 m/n

          빗변의 길이를 잴 수 없을 것이다. 

      

 

 

p76    기하학이 철학이나 과학의 방법에 미친 영향은 뿌리 깊고 의미심장했다. 그리스인이 체계를 세운 기하학은 자명한

          (혹은 자명하다고 생각된) 공리들 Axioms에서 시작하여, 연역추리를 통해 조금도 자명하지 않은 정리들로 나아간다.

          공리와 정리들은 경험 속에 주어진 현실 공간에 들어맞는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먼저 자명한 공리를 인지한 다음,

          연역을 사용하여 현실 세계에 관한 정리들을 발견할 수 있음이 분명하다. 이 견해는 플리톤과 칸트, 그리고 그들

          사이에 있었던 철학자들 대부분에게 영향을 주었다.

 

p36  The influence of geometry upon philosophy and scientific method has been profound.

      Geometry, as established by the Greeks, starts with axioms which are (or are deemed to be)

      self-evident, and proceeds, by deductive reasoning, to arrive at theorems that are very far

      from self-evident. The axioms and theorems are held to be true of actual space, which is

      something given in experience. It thus appeared to be possible to discover things about the

      actual world by first noticing what is self-evident and then using deduction. This view

      influenced Plato and Kant, and most of the intermediate philosophers.

 

* appeared : 이 단어가 왜 들어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사람들은 비유클리드 기학학을 발견하기 전엔 수학이 실제 세계를

                          탐구한다고 생각했는데 비유클리드 기하학 발견 이후 그렇지 않음을 깨달았다. appeared 에는 그런 뜻이

                          담겨 있다.

 

제안 번역 :  기하학은 철학과 과학 방법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그리스인이 체계를 세운 기하학은 자명한 (또는 자명하다고

                     생각된) 공리들로 시작해서 연역추론을 통해 자명한 것과는 거리가 먼 정리에 도달한다. 공리와 정리는

                     우리가 경험하는 실제 공간에 부합한다고(참이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해서 먼저 자명한 공리를 인지하고

                     연역법을 써서 실제 세계에 관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 견해는 플라톤과 칸트 그리고

                     이들 사이에 있었던 대부분의 철학자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p77   미국독립선언문에서 "우리는 이러한 진리들을 자명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은 에우클리데스의 기하학을

         본떠 주장한 셈이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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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프랭클린은 '자명한'이란 말을 제퍼슨의 '신성하고 부정할 수 없는'으로 대체했다.

   

p36   When the Declaration of Independence says "we hold these truths to be selfevident," it is

        modelling itself on Euclid. **
        ____________________
        ** "Self-evident" was substituted by Franklin for Jefferson's "sacred and undeniable."

 

* 각주의 내용을 정반대로 번역했다. substitute A for B 는 'B 대신 A를 쓰다' 이다.

   17장 흄 (842 쪽) 에서도 'by substituting the definition for the term defined' 를 '이러한 정의를 정의된 항으로

   대체함으로써' 라고 정반대로 번역했다.                

 

 

제안 번역 : 미국독립선언문에서 "우리는 이러한 진리들을 자명한 것으로 생각한다" 고 말한 것은 유클리드 기하학을

                    본보기로 삼은 것이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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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제퍼슨이 '신성하고 부정할 수 없는'이라 한 것을 프랭클린이 '자명한'으로 바꾸었다.

 

 

 

p77   18세기 자연권 학설은 정치학에서 일어난 에우클레이데스식 탐구이다 뉴턴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의 형식은

   널리 인정되듯이 경험 가능한 물질을 다루는데, 전적으로 에우클레이데스 방법의 지배를 받는다.

 

p36, 37  The eighteenth-century doctrine of natural rights is a search for Euclidean axioms in

            politics. The form of Newton's Principia, in spite of its admittedly empirical material,

            is entirely dominated by Euclid.

 

 * its 가 가리키는 건 Newton's Principia 지 The form of Newton's Principia 가 아니다. 대명사가 무슨

     명사를 대신하는지는 문맥을 보고 파악해야 한다.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가 내용은 경험적인 걸 다룸에도

     불구하고 형식은 연역방법인 유클리드 방법을 따르고 있다는 말이다.

 

제안번역 : 18세기의 자연권 학설은 정치학에서 유클리드식 공리를 찾으려 한 것이다. 뉴턴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는 다루는 내용은 분명 경험적 물질인데 형식은 전적으로 유클리드 방법이다.

 

 

 

p78  지성에는 드러나지만 감각에 드러나지 않는, 순수하고 영원한 세계의 착상은 피타고라스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피타고라스가 없었다면 그리스도교가 그리스도를 말씀으로 여기지는 못했을 것이며, 신학자들 역시 신과 영혼의

        불멸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려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피타고라스 사상속에 암시되어 있다.

        영원한 세계가 어떻게 분명한 자리를 차지하는지는 앞으로 이어질 장에서 드러날 터이다.

 

p37   The whole conception of an eternal world, revealed to the intellect but not to the senses, is

       derived from him. But for him, Christians would not have thought of Christ as the world;

       but for him, theologians would not have sought logical proofs of God and immortality.

       But in him all this is still implicit. How it became explicit will appear.

 *마지막 두 문장이 제대로 번역되지 않았다. still을 살려야 한다. implicit, explicit 를 서로 대비시켜 번역해야 한다.

  

제안번역 :  지성에는 드러나지만 감각엔 드러나지 않는 영원불변의 세계에 대한 개념 전체는 피타고라스에서 비롯된다.

                    피타고라스가 없었다면 기독교인들은 그리스도를 말씀(Word) 으로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고, 신학자들은

                    신과 불멸에 대한 논리적 증명을 추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이 피타고라스에겐 아직

                    분명히 드러나 있진 않다. 그게 어떻게 분명히 드러나게 되는지 이후에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