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생물학에 대한 몰이해
 

If rape were a reproductive strategy, it theoretically would be reflected in increased sexual dimorphism because larger males should be more likely to succeed in their forced attempts against females. Nevertheless, the pattern of evolutionary change in modern humans is toward moderate dimorphism, compared to the apparently extreme sexual dimorphism of our extinct ancestors (McHenry 1994). The increased overlap in size range of modern humans is inconsistent with the selection for rape as a reproductive strategy. (Christine M. Drea and Kim Wallen, 39쪽)

 

강간이 번식 전략이라면 남자가 여자보다 더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났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커야 강간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물론 남자가 여자에 비해 몸집이 더 크고 힘이 더 세다면 여자를 더 손쉽게 제압할 수 있기 때문에 강간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 말고도 신체 크기에 영향을 끼치는 선택압(selection pressure)은 여러 가지가 더 있을 수 있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남자가 만약 강간을 번식 전략으로 사용한다면 여자는 강간을 당할 일이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다.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강간을 당하면 번식에 차질이 생긴다. 만약 여자의 몸집이 크고 힘이 세다면 강간 시도를 더 쉽게 좌절시킬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여자가 몸집이 커지도록 하는 선택압이 있을 수 있다.

 

강간이 남자의 전략이라 하더라도 남자가 강간만 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남자가 잘 번식하려면 다른 남자와 충돌이 벌어졌을 때 손실을 최소화하고 이득을 최대화해야 한다. 만약 남자들 사이의 육탄전의 중요성이 작아진다면 커다란 몸집에 에너지를 투자할 이유가 줄어들게 된다.

 

커다란 몸집이 건강과 상관 관계가 있다면 여자는 큰 남자를 좋아할 것이다. 따라서 남자에게는 키가 커야 할 이유가 있다.

 

커다란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가 든다. 만약 굶주림이 중요한 위협이라면 큰 몸은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신체 크기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은 더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rea & Wallen은 강간이 전략이라면 남자의 몸집이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이 필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화석 기록에 따르면 인간의 경우 남녀의 신체 크기 차이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따라서 강간이 전략이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인간에 신체 크기의 진화에는 강간 말고도 수 많은 것들이 영향을 끼친다. 게다가 남자가 크면 강간하기 쉽듯이 여자가 크면 강간을 피하기 쉽다. 상황이 이렇게 복잡한데도 불구하고 Drea & Wallen은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중력이 작용하니까 모든 물체는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우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Drea & Wallen의 논리대로라면 헬륨을 채운 풍선은 위로 올라가니까 중력은 없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진화 심리학의 강간 가설 왜곡
 

In A Natural History of Rape: Biological Bases of Sexual Coercion (MIT Press, 2000), Randy Thornhill and Craig T. Palmer propose that rape has been evolutionarily selected as a human male mating strategy. (Christine M. Drea and Kim Wallen, 29쪽)

 

Thornhill and Palmer’s (2000) proposal of human rape as an evolutionarily adaptive reproductive strategy for males is a case in point. (Christine M. Drea and Kim Wallen, 31쪽)

 

Thornhill은 적응(adaptation) 가설 지지자고 Palmer는 부산물(by-product) 가설 지지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명 모두 적응 가설 지지자인 것처럼 써 놓았다. 한 번이라면 실수라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실수가 자랑은 아니겠지만). 두 번씩이나 ‘실수’를 하면 의도적인 왜곡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또는 과연 이 인간들이 책을 읽기나 하고 비판하는지 의심이 든다.

 

 

 

In keeping with the theme of our chapter, however, we address a less obvious flaw, namely that it places reproductive control or power entirely in the hands of the male. By ignoring the significant role that females play in reproductive decision-making, their treatise returns to the Victorian age of coy maidens and blushing brides. It is time to hammer a final nail into the coffin of the sexually passive female. (Christine M. Drea and Kim Wallen, 31쪽)

 

Thornhill & Palmer가 여자가 행사하는 번식 결정을 완전히 무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ntirely(완전히)”라는 단어까지 사용했다는 점에 주목하자.

 

Thornhill & Palmer는 누구와 언제 성교할 것인지에 대해 여자가 선택을 한다는 점을 전혀 무시하지 않았다. 단지 어떤 남자들이 그런 여자의 선택을 짓밟을 때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을 뿐이다.

 

대체로 진화 심리학자들은 여자가 강간을 당할 때 괴로워하는 이유는 그렇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라고 믿는 것 같다. 진화 심리학계에서 남자가 강간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적응 가설과 부산물 가설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여자가 강간을 당할 때 괴로워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적응 가설이 훨씬 더 인기가 있다. 자신의 번식 선택이 좌절되어서 번식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괴로워한다는 것이다. 동물은 보통 번식에 이로운 일이 생기면 쾌감을 느끼고 번식에 차질이 생기면 불쾌 또는 괴로움을 느낀다. 여자의 선택을 완전히 무시하는 학자들은 이런 가설을 만들어낼 리가 없을 것이다.

 

 

 

If generalizing from primate to primate is fraught with difficulty, what can be said of attempts to generalize from insects to humans? (Christine M. Drea and Kim Wallen, 32쪽)

 

누가 곤충의 강간이 적응이니까 인간의 강간도 적응이라는 식으로 무지막지하게 일반화(?)하나? 곤충의 강간 사례를 들면서 “그러니까 인간의 강간도 적응임에 틀림없다”는 식으로 바보 같은 주장을 하는 저명한 진화 심리학자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한 사람이 쓴 한 구절이라도 대야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허수아비를 세워 놓고 공격하는 것이 빈 서판론자들의 특기다.

 

 

 

 

 

오랑우탄의 강간
 

Even in the most often cited case, the orangutan, female behavioral strategies combined with the male orangutan's sexual anatomy are sufficient to prevent successful insemination: "Due to the small size of the male penis and the difficulty of arboreal suspended copulation it is probable that only when the female co-operates in the mating can successful intromission be achieved. In one of the observed instances of rape the female continued to struggle throughout and the male's penis could be seen thrusting on her back" (MacKinnon 1974, p. 57). Through the power of words, readers remember that the author termed the event "rape," but readily overlook the fact that this passage illustrates a completely failed reproductive act. (Christine M. Drea and Kim Wallen, 37쪽)

 

Such coercive mating tactics have been offered as evidence of "rape" in nonhuman primates, but the behavior is not a successful reproductive strategy unless it produces viable offspring. The general consensus has been that there is negligible reproductive output from forced copulation in orangutans (Fox 1998; Galdikas 1985). One study determined paternity in 11 Sumatran orangutans (Utami 2000) and found that unflanged males sired as many offspring as did flanged males, but they formed consortships in order to do so. As other studies have shown (MacKinnon 1974), sub-adult males often engage in consortships with females, implying that the dichotomy between unflanged "rapists" and flanged consorts may not be as clear as previously suggested. (Christine M. Drea and Kim Wallen, 46쪽)

 

강제 교미에 의한 임신이 무시할 만하다(negligible)고 했다. 과연 그런가?

 

Most researchers believe that small males are engaged in an alternative, low-cost reproductive strategy while waiting for their chance to become big males. In one study spanning 25 years, paternity analysis showed that small males had fathered 6 of the 10 offspring in the area (Utami et al., 2002), but it could not be determined whether those offspring were the result of forced or unforced copulations. (The Causes of Rape: Understanding Individual Differences in Male Propensity for Sexual Aggression, Martin L. Lalumiere et al., 41쪽)

 

Utami는 강간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는 플랜지 없는(unflanged, small) 수컷도 플랜지(flanged, big) 수컷과 비슷한 정도로 번식에 성공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리고 Utami의 보고에 따르면 아직 플랜지 없는 수컷의 새끼 중 몇 마리가 강간에 의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위에 인용된 Galdikas의 1985년 논문 「Subadult male orangutan sociality and reproductive behavior at Tanjung Puting」의 초록에 따르면 플랜지 없는(subadult) 수컷이 시도하는 교미 중 대다수가 강제 교미다(“The majority of subadult male copulations (86%) were resisted matings”). 강제 교미 시도로 인한 임신률이 비강제 교미보다 훨씬 낮다 하더라도 86%나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강간으로 인한 임신이 무시할 만한 정도일 것 같지는 않다.

 

Drea & Wallen은 Galdikas의 1985년 논문과 Fox의 1998년 논문 「The function of female mate choice in the Sumat- ran orangutan(Pongo pygmaeus abelli)」에서 강제 교미로 인한 번식 성공이 무시할 만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것은 나중에 확인해 볼 생각이다. Utami의 연구를 볼 때 아직 그런 결론을 내리기는 시기 상조인 것 같다.

 

오랑우탄은 인간과 상당히 다르게 산다. 집단 생활을 하는 인간의 경우 강간 당한 여자의 친족이나 남편으로부터 보복 당할 위험이 크다. 반면 오랑우탄은 혼자 산다. 따라서 플랜지 수컷이 주변에 보이지 않을 때 강간을 시도해서 수컷이 잃을 것이 거의 없어 보인다. 만약 강간을 시도해서 잃을 것이 별로 없다면 번식 이득이 아주 조금이라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일부 오랑우탄 수컷들이 상습적으로 강간을 시도하는 이유인 것 같다.

 

만약 강간으로 수컷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예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컷이 강간을 많이 시도한다면 그것은 상당히 이상한 일이다.

 

 

 

 

 

남자의 강간 전략은 효과적인가?
 

To consider rape a reproductive strategy, one must first discount the majority of reported cases that fail to provide any reproductive potential (Baron 1985). Rapists who target males, prepubescent girls, pregnant and postmenopausal women clearly are not doing so for reproductive gain. Likewise, rapists who fail to ejaculate or ejaculate outside the vagina, insert objects rather than their penis into the woman’s vagina, engage in sodomy or oral sex rather than vaginal penetration, and severely injure or kill their victim, are not expecting progeny. Thus, only a small subset of rape cases, namely those involving females of reproductive age who have been inseminated vaginally, is relevant to substantiating Thornhill and Palmer’s argument. (Christine M. Drea and Kim Wallen, 32쪽~33쪽)

 

강간이 번식 전략으로서 진화했다면 남자가 항상 임신 가능한 여자만 골라서 강간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남자가 남자나 임신이 불가능한 여자를 강간하기도 하니까 강간이 번식을 위한 전략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논리를 편다면 성교가 임신을 위해 진화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남자끼리 성교를 하기도 하고 폐경이 지난 여자하고도 성교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경우 성교의 진화론적 기능 중 하나는 임신이다. 이것을 부정하는 진화론자는 없는 것 같다.

 

성교의 기능 중 하나가 임신이기 때문에 남자들은 할머니나 아기보다는 젊은 여자와 성교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강간의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한 것 같다. 남자들은 할머니나 아기보다는 젊은 여자를 강간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Turning now to human rape, we recognize the lamentable fact that women meeting our more stringent “reproductive” criteria are victims of forced copulation. The question is not if rape sometimes results in the production of offspring. Although the incidence of rape varies cross-culturally (Sanday 1981), according to one count, the national rape-related pregnancy rate was 5 percent per rape among victims of reproductive age (Holmes et al. 1996). Instead, the question is if rape is a sufficiently effective means of reproduction when weighed against the potential cost. We argue that it is not.

Costs associated with the commission of rape include the risk of injury, infection, and possible death. Female resistance alone can prove injurious, but the potential costs escalate if the act is detected by others. Moreover, a male opting for rape runs an increased risk of contracting a sexually transmitted disease through intercourse with a stranger. Certain infections could reduce the male’s reproductive potential. Moreover, as humans possess memory and language, there are potential retributive costs following identification of the rapist. Retaliation from family members or punishment from society can include castration, incarceration, and even death. Such severe costs are presumed to outweigh the benefits of producing very few progeny. (Christine M. Drea and Kim Wallen, 47쪽)

 

남들이 보든 말든 시도 때도 없이 아무나 강간하려고 한다면 이득보다 손실이 더 클 것 같다. 하지만 강간의 이득이 손실을 능가할 것 같아 보이는 경우들이 있다. 자신의 아내를 강간하는 경우, 가까운 친족도 남편도 없는 여자를 강간하는 경우, "전쟁"에서 이겼을 때 다른 부족의 여자를 강간하는 경우 등이 그렇다.

 

실제로 남자들은 대체로 이득을 최대화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강간하는 경향이 있다. 즉 임신할 만한 여자를 강간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으며 발각되거나 보복 당할 위험이 적은 경우기 강간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남자들은 보통 족장의 어머니(보복의 위험이 크다)인 할머니(번식 이득이 없다)를 남들이 보는 앞에서(보복의 위험이 크다) 강간하는 짓을 잘 하지 않는다.

 

 

 

It is undoubtedly true that there are males who may try rape as a reproductive strategy, just as there are, apparently, academics who promote the idea as an academic strategy. The latter argue that as long as there is any nonzero probability that rape will produce an offspring it could be a viable reproductive strategy for males without other options. This argument is essentially unfalsifiable given the data currently available. However, in calculating the costs and benefits of rape, we assert that one must consider the effects of female sexual control. The rape strategy would pale in male intrasexual competition to one that produces even minimally functional social relationships with females. These relationships allow males to capitalize on some of the information that females have about their own fertility, as evidenced through their willingness to initiate sexual activity. It is our opinion that rape is unlikely to be a meaningful or widespread reproductive strategy or to be of much evolutionary consequence. (Christine M. Drea and Kim Wallen, 52쪽)

 

현재의 데이터로 검증할 수 없다면(“essentially unfalsifiable given the data currently available”) 미래의 데이터로 검증하면 된다. 언제부터 과학계에서 현재의 데이터로 검증할 수 있는 가설만 고려하게 되었나?

 

강간의 적응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비용/이익 분석 말고도 더 있다. 예컨대 설계의 논거(argument from design)가 있다. 만약 남자에게 강간을 적응적으로 잘 하도록 하는 설계된 메커니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면 과거의 환경에서 선택압이 어땠는지 모르더라도 강간이 적응임을 입증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눈이 시각을 위해 잘 설계된 메커니즘을 보여줌으로써 과거에 대한 근거를 대지 않고도 눈이 적응임을 보여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Drea & Wallen는 오랑우탄이나 인간의 강간이 적응으로서 진화했을 리가 없다는 증거를 보여주지 못했다. 오랑우탄의 경우에는 강간으로 인한 번식 이득이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을 물고 늘어졌을 뿐이다. 인간의 경우에는 강간으로 인한 임신이 꽤 된다는 데이터가 있다. 이에 대해 그들은 강간을 하다가 남자가 치를 수 있는 대가가 강간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컸을 것이라고 그냥 우기고 있다. 그러면서 결국 “that rape is unlikely to be a meaningful or widespread reproductive strategy”이라는 말로 마무리 짓는다. 증거가 부족할 때 “unlikely”나 “likely”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물론 자신의 직관을 이야기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별 다른 근거도 없이 직관을 바탕으로 남의 가설을 깔아 뭉개는 것은 잘못이다.

 

 

 

2010-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