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갖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갖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바람에 꽃이 지니 세월 덧없어

만날 날은 뜬구름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갖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갖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누구나 한번쯤 배우고 불러봤을 ‘동심초’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애타는 듯, 그러면서도 애써 담담한 듯 노래한 이 시는 지금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불리웁니다. 

우리에겐 특히 조수미씨의 애절한 음색으로 유명하지요.

이 노래는 설도 시, 김안서 역시, 김성태 작곡이라고 합니다.

 

설도, 김안서, 김성태.

작곡가 김성태 선생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인인 김소월, 정지용, 박목월 등의 작품을 주옥같은 멜로디로 엮어낸 분이라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겁니다.

광복 직후인 1945년에 이 노래를 만들었다는데,  어느 잠 못 이루던 밤 머리맡의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더니 그것이 <망우초>였답니다.

<망우초>는 시인 김억이 중국의 한시를 우리말로 바꾸어서 만든 시집입니다.

그 책을 뒤적이다가 눈에 띈 것이 ‘동심초’였고 꾸밈도 과장도 없이 이 시에  멜로디를 붙였는데,

원시는 1절뿐이었지만 2절은 작곡자가 가필하여 지금과 같이 되었다고 합니다.

 

김안서는 김소월의 스승인 김억이라면 설명이 될까요?


그럼 이 시의 원작은 무엇이며 원작자인 설도는 누구일까요?

이 시의 원제목은 <춘망사(春望詞)>이며 작가인 설도는 중국 당나라의 기생이었습니다.

당나라면 삼국시대 후반과 통일신라시대에 해당되니 짧게 잡아도 천년 전의 인물인 셈입니다.

 설도는 원래 당나라의 수도 장안(長安)의 양갓집에서 태어나 아버지가 지방관으로 부임하게 되자 가족과 함께 유비와 제갈량의 땅, 촉(蜀)나라였던 지금의 사천성(四川省)으로 이사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죽고 집안이 몰락하자 기녀가 되었는데, 어릴때부터 좋은 교육을 받아 시를 잘 지었습니다.

그러자 그 당시 왕 덕종(德宗)도 설도를 자주 연회에 불러 시를 짓게 하고 그 재주를 아껴서 여교서(女校書)라 칭했다고 합니다.

후세에 기녀를 교서(校書)라 칭하게 된 것도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라지요.


그 후 설도는 두보(杜甫)가 말년을 보낸 성도에서 문인들과 교류하며 살아갑니다.

이때 근처의 종이 명산지에서 작은 엽서만한 종이를 구하여 자신과 연분이 있던 명사들에게 시와 사연을 적어 보냈는데, 

그 편지지 색깔에 따라 두 사람 사이의 정의 차이를 구별하였답니다

이것이 풍류인들 사이에 평판이 높아,중국에서는 이런 식의 종이를 지금도 ‘설도전(薛濤箋)’ 이라 부른답니다.


동심초의 원시인 <춘망사(春望詞)>는 설도가 평생 사랑한 남자 원진을  그리워하며 지은 작품입니다.

설도가  평생 남긴 450수의 시 중 100여 수가 10살 연하의 남자 원진을 위해 쓴 것이라니, 그녀의 절절한 사랑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둘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하였습니다. 

 

그녀의 남자  원진도 시인이었습니다.

고향은 하남성(河南省)인데, 어려서 집안이 가난하여 겨우 글공부를 하였으나 총명하여, 일찍이 관직에 나가 15세의 나이로 감찰어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직언을 잘하여 환관과 관료의 노여움을 사서 관직이 평탄치 않았고 오랜 귀양생활도 하게 됩니다.

너무나 유명한 백거이와의 우정으로 ‘원백지교(元白之交)’라는 사자성어를 낳기도 한 그는 특히 보탑시로 유명합니다.


            茶

         香葉嫩牙

       慕詩客愛僧家

      雕白玉羅織紅紗

     煎黃色碗轉曲坐花

 夜後邀陪明月晨前命對朝霞

洗盡古今人不倦將至醉後豈堪


               차

           잎새와 향

        시인과 승 곁에

      옥절구와 비단 포장

   탕관 속에 이는 작은 거품

  밤엔 달 아침엔 안개 속의 음차

쌓인 피로 풀어주며 취한 뒤엔 선약

  


설도가 그토록 좋아해 100여수의 시를 짓고도 이루지 못한 원진과의 사랑.

그 절절한 마음이 오늘 조수미씨의 애절한 목소리로 살아납니다.

그리운 마음을 함께 했건만 맺지 못하고 풀잎을 매듭지어(同心草) 보내는 마음엔 원망조차 묻어납니다.

그러나 그리운 님은 미동도 않코.......뭍 사내들이 연분을 맺지 못해 애를 태우던 설도이언만 원진 앞에서는 나약하고 애처로운 사랑을 갈구하는 신세이어늘......

예전 중국의 젊은 연인들은 풀을 서로 묶어 사랑을 약속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그것을 동심초(同心草)라 한 연유에서 이 노래의 제목이 탄생하였다는 것은 사족입니다.

 

그리고 중국의 관광지나 일본의 후지산에 가면 철망에 자물쇠를 매다는 연인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풀을 묶어 약속하던 중국의 옛 사랑놀음, ‘동심쇄(同心鎖)’에서 연유한 것이라는 사실도...


이 노래의 모태가 되는 원문은 春望詞의 제 4연 입니다. 그 시를 아래에 옮깁니다.



春望詞 - 薛濤

 

風花日將老 (풍화일장로) 바람에 꽃잎은 날로 시들고

佳期猶渺渺 (가기유묘묘) 아름다운 기약 아직 아득한데

不結同心人 (불결동심인) 한마음 그대와 맺지 못하고

空結同心草 (공결동심초) 공연히 풀잎만 맺고 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