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자들이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는 것을 보면 좀 의아합니다. 우리 사회 보수주의의 컨센서스는 자유민주주의와 충돌하는 부분이 너무 많고, 사실 보수와 진보의 전선도 자유민주주의를 기준으로 갈려지곤 하기 때문입니다. 주로 자유민주주의에 대항해 기득권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한국 보수가 자유민주주의를 앞세운다? 뭔가 이상한 부조리극을 보는 느낌입니다.

경제 발전에 성공한 박정희,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세운 이승만을 존경한다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그들을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로 관념하는 순간부터 뭔가 핀트가 안맞기 시작합니다. 그들이야 말로 당시의 김일성 못지 않은 자유민주주의의 적이었기 때문이죠. 이승만의 개인 숭배는 김일성 못지 않은 수준이었고, 박정희의 군사 쿠데타와 10월 유신은 말할것도 없습니다. 10월 유신 이후의 박정희는 인권 문제로 공박당하는 지금의 북한 김정일과 별 다를 바 없었을 겁니다. 

적화(赤化)로부터 나라를 지켰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인가요? 그렇다면 공산주의자들을 열심히 때려잡았던 태평양 전쟁 당시의 대일본제국, 나치 3제국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인가요?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것은 그냥 반공일 뿐입니다. 자유민주주의는 완전히 다른 문제에요.

한국의 보수들은 굳이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며 스스로를 화장할 필요가 없습니다. 보수주의는 기존의 질서와 지배체제를 중시하는 사상입니다. 식민지배와 분단을 겪은 대한민국에서 보수주의자들이 옹호의 대상으로 삼을 앙시앙레짐이 형편없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쩔수 없는 현실입니다. 유럽의 구질서라는 것도 거슬러 올라가면 지역 깡패들이 기사니 영주니 하는 근사한 이름을 가지고 농민들 삥뜯던 것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한국 기득권 세력의 후줄근한 실상을 감추기 위해 굳이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을 내세울게 아니라, 당당하게 박정희의 경제발전, 이승만의 건국업적을 자랑하면 됩니다. 그러면 최소한 논리적 모순은 없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세워 경제 발전을 시킨 기득권 세력의 업적은 객관적으로 인정받을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