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과학 게시판
“중간 정리”라고 쓴 이유는 아직 내 생각이 충분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 일상적 대화 또는 일베의 행태를 고발하는 신문 기사 등에서는 “여성 혐오”와 “여성 비하”를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별 상관이 없다.
2. 만약 일베 현상을 심리학적으로 또는 사회학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면 “여성 혐오”와 “여성 비하”를 구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혐오는 싫어하는 것으로 회피, 공격으로 이어지기 쉽다. 비하는 지위와 관련된 것으로 깔보는 것이다. 혐오하면서 남을 높여 볼 수도 있고(싸움 잘하면서 나름대로 멋있지만 정말 싸가지 없는 조폭), 사랑하면서 깔볼 수도 있다(아내를 무척 사랑하지만 “남자는 하늘이다”라고 생각하는 엄청 보수적인 남편).
이하에서는 여성 혐오와 여성 비하를 구분하겠다.
3. 일부 여성에 대한 혐오 또는 특정한 유형의 여성에 대한 혐오 자체를 여성 혐오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그 일부라는 것이 99%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여성 혐오는 여성 일반, 또는 여성성 자체에 대한 혐오다. 이것이 나의 정의다.
4. 상대를 주로 성적 대상으로 보는 것이 곧 혐오 또는 비하인 것은 아니다.
예컨대 남자 동성애자들이 게이 바에서 생판 처음 만나서 서로 어느 정도 존중해 주면서 섹스를 즐기지만 우정도 사랑도 추구하지 않는 경우가 꽤 많이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여성 혐오, 여성 비하, 여성을 주로 성적 대상으로 보는 것, 이 세가지를 구분할 수 있다.
5. 여성 혐오가 반드시 모든 여성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성 혐오에 빠진 남자가 “나는 여자 A를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좋아한다. 여자 A는 여자 같이 않은 여자다”라고 말할 수도 있는 일이다.
6. 일베 회원들의 여성 비하가 일반화된 여성 비하(사실상 여성 전체에 대한 비하)인지 일부 여성에 대한 비하인지 여부는 아직 일베를 조금밖에 구경하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
적어도, 일베에는 레이디 가카(박근혜)를 비롯하여 추앙(?) 받는 여자들이 있어 보인다.
7. 일베 회원들이 일반화된 여성 혐오를 보이는지 여부도 아직 일베를 조금밖에 구경하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
어쨌든 진화 심리학적으로 볼 때 대규모의 남자들이 일반화된 여성 혐오를 보인다는 것은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나는 대다수 남성 일베 회원들이 여자가 나오는 야동을 보고, 여자와 섹스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것을 챙기려고 하고, 여자와 연애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것을 챙기려고 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런 남자가 여자에 대해 모욕적인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은 여성 혐오라기보다는 여성 비하로 규정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8. 개념은 정의하기 나름이다. 자신의 정의를 명확히 밝히고 일관되게 쓴다면 별 문제가 없다. 따라서 누군가 논문에서 여성 혐오와 여성 비하를 동의어로 쓰겠다면 그것을 두고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과학자가 꼭 사전적 의미에 부합하도록 단어를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1. 일베충들은 김치녀는 혐오하고 스시녀는 좋아한다고 한다.(최소한 혐오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일베충들이 '여성 자체'를 혐오한다고 말할 수 없고, 단지 '(김치녀 같은)특정 유형의 여성'들만 혐오할 뿐이다?
....
2. 일베충들이 김치녀를 혐오하는 이유는 김치녀는 기본적으로 까탈스럽고 탐욕스럽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베충들이 말하는 김치녀란, 남자를 봉으로 알고 남자를 통해 팔자를 고치려고 한다던지, 능력 있는 남자에게는 친절하면서
보잘 것 없는 남자는 멸시한다던가, 여하간 연애상대나 배우자로 삼고 싶은 남성의 수준이 (자기 수준과는 관계 없이) 터무니
없이 높은 여성을 말하며, 이들은 한국 여성들의 대부분(상당수)이 이러한 탐욕스러운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여긴다.
그 밖에도 여권신장을 주장하며, 말하자면 '피곤하게 구는' 여성들도 넓은 의미에서의 김치녀에 들어간다.
이들에 대한 분노는 주로 여성가족부에 대한 과도한 공격성으로 발현된다.
3. 반면에 일베충들에게 스시녀가 선호되는 이유는 그들의 '일본'여성들에 대한 인식이 av를 통해 왜곡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시녀들은 기본적으로 순종적이고 나긋나긋하며, 섹스에 대해서는 오픈마인드로서 소위 '비싸게' 굴지 않으며,
영화 '완전한 사육'에서 그려지는 리마 증후군(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같은 상황이 현실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여긴다.
여권, 남녀평등은 안중에도 없다. 남자는 하늘이고 여성은 수동적인 존재다.
4. 재밌는 것은 경제력이 있고 능력이 뛰어난 남성들은 정작 공분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특별히 고깝게 굴지 않는 이상
다만 부러움의 대상이 될 뿐이다. 능력있는 남성이 복수의 '김치녀'들을 차지하게 됨으로써 본인들이 외로운 나날을 보낸다고
믿으면서도 그들의 분노는 거의 대부분 오로지 김치녀들만을 향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능력있는 남성이 복수의 여성을
차지하는 것을 매우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자기들이 능력만 있다면 다수의 여성을 자기 수중에 넣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5.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므로 일베에서 허송세월해 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고, 결국 해소될 수 없는 욕구가 별로 잘난 것도 없이
비싸게 구는 여성들에 대한 분노로 전이되어 분출되는데, 이것이 '김치녀'에 대한 혐오이다. (못난 놈들..)
6. 그들이 현실에서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김치녀'에 대한 혐오와 관념상으로 존재하는 스시녀에 대한 선호..
7. 유토피아를 꿈꾸며 현실을 부정하고 한탄하고 심지어 저주한다면, 이것은 현세를 혐오하는 것인가, 현세를 비하하는 것인가?
지게/
활자로 대화하다보니 이런 오해가 생기는군요.
저한테 일베충이라고 했다는 생각은 애초에 안했구요.
지게님도 일베충이 아님은 명백한 일이죠^^ 이런걸로 서로 오해하고 그럴 일은 아니고
다만 제가 농을 담으로 받아들인 과실이 있네요.
여자들이 경제력 있고 능력있는 남자를 찾는 즉, 어느 정도 '김치녀'의 속성을 보이는 것이나
남자들이 능력이 되는 한 여러 여성을 차지하고 싶어하는 것은 어찌보면 본성에 가까운 것이죠.
저는 지게님이 이런 부분을 말씀하시고 싶어서 스스로에 대해 '일베충임을 인정하는 1인'이라는
표현을 하셨던 걸로 생각했어요. 무려 5분간 고민한 결과였죠.
다만 결과적으로 제가 헛다리 짚은 것이었다는..^^
아모르파티/
여자들이 경제력 있고 능력있는 남자를 찾는 즉, 어느 정도 '김치녀'의 속성을 보이는 것이나
남자들이 능력이 되는 한 여러 여성을 차지하고 싶어하는 것은 어찌보면 본성에 가까운 것이죠.
아 저 말 자체는 정답입니다. 거기에 농담을 섞은 건데 우리네 글이라는 게 불구라서 전달이 힘들죠.
대면 접촉이라면 있지 않을 오해들이고 굳이 설명하느라 자원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고. 그래도 문자 소통에도 다른 방식과는 다른
나름의 장점이 있으니까요 뭐.
내가 아리송해 한 부분은 실은 이 부분입니다.
무려 5분을 고민해서 쓴 댓글인데
무려 5분을 고민해서 쓴 댓글이라는 게 님이 이덕하 님 본문에 단 댓글일까, 아니면 내 장난 댓글에 단 댓글일까.
나는 혹시 이덕하 님 본문에 단 댓글인가 긴가민가해서 이렇게 된 것이죠. 의도와 달리 내가 님 혹 무시한 것으로 비치지 않았을까 싶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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