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비고님 댓글로 달았다가 이 문제를 놓고 좀 더 토론하고 싶어 본글로.- -;;;

전 독립영화지원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방법이 구체적인 조건과 현실에 맞아야지, 일방적인 '수입'이어선 곤란하지요.

제가 프랑스 사정은 잘 모르지만 그 곳에서 영화를 공부했던 친구에게 물으니 프랑스에서 예술 및 독립 영화를 상영해온 시네마테크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는군요. 정부나 관이 아니라 영화광들이 개인적으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일정 단계에 오르자 정부에서 보조하면서 지금같은 시스템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위와 같은 경험을 축적하지 못한 한국에서- 노무현 정부도 비슷하게 주장했던 걸로 아는데- 목수정씨처럼 '관주도'로 전용관을 수십개 짓는건 외양만 같을 뿐입니다. 당장 지어놓은 극장들은 파리 날리기 십상일 것이요, 납세자들의 불만은 고조되겠지요. (전 지방에 살던 당시 넓은 객석 혼자 차지하고 영화 본 적 많습니다. 지구를 지켜라와 봄날의 곰을 비롯해서 꼭 남들 안보는 영화만 골라보는 이상한 관객 한명 덕분에 종종 밤 12시 넘도록 퇴근을 못했던 영사기사님께 이 자리를 빌어 사과를 ^ ^) 또 정권 교체기마다 상영되는 영화나 프로그램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겠지요. 지금 영화계에서 겨우 전용관 하나 놓고 저 난리를 치고 있는데 수십개라고 상상해보세요. 거기에 관객도 없이, 오로지 그 극장을 둘러싼 영화인들끼리의 갈등... 이거 좀 코미디 아닐까요? 

또 말씀하신대로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면서 프랑스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프랑스보다도 인터넷의 영향력이 큰 한국에서 어떨까요?

거기에 소비자의 요구가 아니라 정부 주도로 설립되었기 때문에 여타 예술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가 당장 불거질 겁니다. 독립 영화 전용관은 만들어주면서 왜 인디 밴드 전용 콘서트장은 안 만들죠? 민족 문화의 전통 육성을 위해 국악도 상설 극장 수십개 지어야 하지 않을까요? 미술은요? 돈 안되는 인디 영화 지원하는 만큼 아마추어 문필가들에게도 지원해야하지 않을까요? 또 발레는요? 클래식 음악은요?

전 목수정씨를 비롯해 진보진영의 주장 상당수에서 잘못된 엘리트 의식을 많이 느낍니다. 당장 목수정씨의 주장엔  이런 논거가 깔려있죠.

대중의 상업 영화 편식은 메이저의 독점에 의해 형성된 것이지, 대중의 주체적인 선택이 아니다.

저 논거는 목수정씨의 일방적인 생각일 뿐, 실제 대중이 그러한지 검증할 수 없죠. 더 나아가 전 저런 주장의 이면엔 대중을 비하하여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는 욕망이 숨어있다는 생각을 합니다만....뭐 이건 저의 걍 불만이라치고...

전 목수정씨와 달리 상업 영화 범람은 대중의 요구와 생산자의 이해관계가 조응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는 현실을 지적한 것일 뿐,  독립 영화를 방치해도 좋다는게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다양한 문화 생태계가 존재해야 상업 영화도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대중, 니들은 메이저의 농간에 놀아나서 독립 영화를 못알아본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불쌍한 존재야. 그래서 우리가 니들을 위해 정권 잡은 뒤 전용관 수십개 지어서 독립 영화 소개해주면 고마와하게 될걸?'식의 논리는 현실과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윤리적으로도 전 못마땅해요.역설적으로 진보진영이 공룡처럼 비아냥대는 메이저일수록 대중의 선택과 시장을 무서워하는 반면 허구헌날 시장의 폐해를 부르짖는 진보 진영 인사들은 시장을 무슨 자기 손바닥 위에서 노는 손오공쯤으로 만만하게 아는건 아닌지요. 

생각해보면 구태여 전용관이 아니더라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독립 영화를 소개할 방법은 많습니다. 정부에서 저작권을 구매한 뒤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여 무료나 저렴한 비용으로 보게할 수 있구요.(독립 영화들은 어둠의 다운로드 사이트조차 잘 취급을 안한다는. ㅠ ㅠ) KBS에서 방영할 수도 있죠 (EBS에선 종종 하더군요. 전 한국에서 제대로된 공영은 EBS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요는 대중의 요구와 조건에 맞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용관 수십개에서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 프랑스의 모습은 부럽고 칭찬할 만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걸 따라가는 것만이 정답이고 진보는 아니지요. (목수정씨가 내놓은 정책중 '국어 관련 예산을 수십배 증액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가 보기엔 프랑스의 국어 정책 영향이 절대적일 것 같다능) 전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은 그 외양이 진보든 보수든 상관없이 그 자체로 퇴행이라 생각합니다.

어쩌다보니 목수정씨를 비롯한 진보 진영에 대한 불만을 엉뚱하게 비고님께 풀어 놓았습니다. 너그러운 용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