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직하게 아크로에서 벌어지는 호남 지역주의 논쟁이 불편하다. 정작 가해자들은 득의양양 지역주의의 열매들을 거리낌 없이 즐기고 있는데, 그 반대편의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서로 패를 갈라 니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흥분해서 싸우는 건 무언가 잘못된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런데 어제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재떨이님의 글 을 읽다가 문득 그 글의 제목인 '지역주의 논쟁'이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혹시 우리는 인종주의라는 범죄행위를 지역주의라는 정치적 행위를 지칭하는 순화된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인종주의적 가해자들을 돕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지역주의는 선거에서 올바른 투표 행위를 방해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정상적인 작동을 방해하는 나쁜 것이며, 따라서 반드시 고쳐야만 한다'는 논리는 사실 간단하게 반론을 당한다. 왜냐하면 지역주의적 투표행위는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에서도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미국만해도 남부의 몇몇주에서는 아직까지도 남북전쟁의 원한을 잊지 못해 투표장에서 '닥치고 민주당'을 찍는 분위기가 남아 있고, 동서 해안지역과 내륙지역의 지지 정당이 많이 다르다. 이탈리아의 남북으로 나뉜 지역 갈등도 유명하고, 프랑스에서도 그리 심하지는 않지만 유사한 지역주의 투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경우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서로 다른 민족이 지역으로 나뉘어 살고 있는 영국과 스페인도 마찬가지의 경우라고 할 것이다. 때문에 한국의 지역주의가 민주주의를 본질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다는 주장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한국의 영호남 갈등은 선진국들의 사례와 유사하니 그닥 신경쓸게 없다는 주장은 정말로 맞는 말일까? 그러나 그러한 주장은 영호남 지역갈등속에 내포된 인종주의를  숨긴채 그저 단순한 정치적 지역주의로 파악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일뿐이다. 정말로 영호남 갈등이 지역간에 벌어지는 정치적 다툼일 뿐이라면, 서류상으로 깨끗하게 세탁된 서울의 호남2세들 부모의 고향까지 악착같이 뒤져서라도 기어코 '열등 인간'의 낙인을 찍고 마는 행동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묻고 싶다. 그 반대로,  상대 지역을 대변하는 정당에 몸담고 있지도 않은 진보정당 정치인들의 출신지를 낱낱이 조사해서 기어코 '가해자의 낙인'을 찍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식의 행동들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런지 참으로 궁금하다.

인종주의라는 것은 인종간 우열을 매겨서 차별하는 사전적인 의미 이외에도, 본인 스스로 선택할 수 없었던 어떤 것을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는 모든 행위 역시 인종주의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그것은 현대 인류의 보편적인 상식으로도 악독한 범죄이다. 나는 사실 한국의 영호남갈등이 인종간 갈등인 흑백갈등의 양상과 무엇이 다른지를 잘 알지 못하겠다.

단지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과, 단지 출신지 혹은 부모의 출신지가 호남이라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이 대체 무엇이 다른 것인가? 말콤X같은 비장한 근본주의 강경파와 킹목사같은 온건파로 나뉘어 서로 싸우듯이 난닝구와 부역자로 서로 비난하는 것이 무엇이 다를 것이며, 힐러리를 하얀 흑인이라 부르거나 오바마를 검은 백인이라며 비난하는 것처럼 누군가를 영남인 탈을 쓴 호남인이라고 부르거나 누군가를 호남 사투리 쓰는 영남인이라고 비난하는  모습이 서로 얼마나 다른 것인지 나는 그 차이를 알 수가 없다.

나는 오히려 지역주의라고 부르는 정치적 특이 양상은 그저 한국의 영호남간 유사 인종주의가 투표장에서 발현되는 특수한 형태일뿐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엄연히 인종차별과 인종주의적 범죄가 작동하는 있는 나라에서 그것을 엉뚱하게 지역주의로 착각하기 때문에 대연정이니 영남후보론이니 온갖 엉뚱한 해결책들이 등장했던 것이고, 그 결과는 모두가 다 아는 바와 같다. 2004년 총선때 한나라당과 합작하여 사고를 친 구민주당이 호남에서 괴멸당하는 참패를 맛본 것은 영호남 갈등이 단순한 지역주의가 아니라 인종간 갈등이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증거일 뿐이다. 김대중대통령이 왜 그토록 영남인들에게 비토를 당했던 것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열등한 호남인종 주제에 감히 자신들을 통치하는 대통령이 되려고 했기 때문이다.  흑인인 주제에 대통령이 되려 한다고 수많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오바마를 미워했던 것처럼. 그나마 미국은 그런 자들이 백인들의 소수이지만, 한국은 그런 자들이 인구의 1/3에 육박하는 영남인들의 대부분이다. 

한국은 영남의 핏줄을 받고 태어나 경상도사투리를 쓰는 영남인종이 호남의 핏줄을 받고 태어나 호남사투리를 쓰는 호남인종을 열등한 인간으로 낙인찍어 차별하고 박해하는 사회이다. 그러므로 나는 영남패권주의라는 용어조차도 잘못이고, 오히려 영남우월주의라고 부르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라고 본다. 백인우월주의나 게르만우월주의라는 말은 들어 봤어도 백인패권주의, 게르만패권주의라는 말은 금시초문이기 때문이다. 영남의 그것을 공격적 지역주의라고 부르고 호남의 그것을 방어적 지역주의라고 부르는 것도 틀렸다. 그저 인종차별주의만이 존재하고, 범죄적 인종주의에 저항하는 행동만이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나는 정치권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엄연히 존재하는 유사인종주의를 지금처럼 쉬쉬하기보다 차라리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그것을 해소하는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좌파정당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봉건적 인종주의가 만연한 나라에서 좌파의 시급한 우선 과제는 무엇이겠는가? 계급 투쟁 운운은 사실 배부른 헛소리에 불과하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차별금지법에 지역간 차별행위를 범죄로 취급해 엄하게 처벌하는 조항을 공개적으로 삽입해야한다. 그래서 공직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일반인들도 감히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행위을 했다간 패가망신을 당하도록 해야 하며, 인터넷에서도 특정 지역민들을 모욕하는 글이나 그것을 방치하는 관리자들을 구속까지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행정적 비용이 들더라도 주민번호의 지역인식번호를 제거하고, 출신지가 기록된 모든 관공서의 문서들을 폐기해야 한다.

미국은 피부색이 다르다는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양식있는 백인과 흑인들의 노력으로 만연했던 인종주의를 거의 근절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는데, 그보다도 훨씬 해결할 수 있는 조건이 좋은 한국이 아직도 영호남 갈등같은 유사인종주의를 해결하지 못하고 점점 더 악화시키고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이땅의 리버럴과 좌파들의 게으름이 어느 만큼의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