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노동운동에 쬐금 몸 담고 있을 때, 어떤 여성 동지와 잠시 노무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졸업하고 상경해서 전자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출신 동지였습니다. 당시 노무현은 현대중공업 파업현장에서의 그 유명한 발언, '노동자의 대표가 국회의원에 한사람이라도 더 있으면 어깨가 가벼워질 것이고, 20명만 되어도 국회를 한번 흔들어 볼 수 있을 것 '이라고 연설해서 이슈가 되고 있을 때였고, 노무현 본인 스스로도 자신을 국회에 파견된 노동자의 대표라는 인식을 갖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청문회의 활약상으로 국민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 정치인이 스스로를 노동자의 대표라고 자임하는 모습은 참 낯설면서도 뭔가 진짜로 세상이 바뀌려나 하는 순진한 기대를 품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암튼 그 여성동지는 당시의 노무현을 비판하는 입장이었는데, 주된 요지는 '노무현의원은 여의도의 50평짜리 넓다란 아파트에서 편안하게 산다는데, 어떻게 노동자의 편이라고 할 수 있느냐. 아무리 생각해도 위선자로 보인다'는 것이었죠. 이제 막 사회 모순에 눈 떠서 매우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던 동지였는데, 암튼 노동자의 삶과는 전혀 상관없는 부자로 보이는 사람이 노동자의 대표를 자임하는 모습을 지켜보기가 못내 거슬렸나봅니다. 당시 제가 해준 말이 '그러면 노무현같은 사람은 노동운동 같은거 신경쓰지도 말고 혼자 잘먹고 잘살기로 나서던지, 아니면 구로동 쪽방으로 이사와서 동거동락하든지 둘중의 하나여야 하겠네?' 하면서 잠시 논쟁이 벌어졌었는데, 그 이후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보통 진보좌파들이 공격받는 것에는 여러가지 형태가 있는데, 그런 좌파적 가치관 자체에 대한 시시비비도 있겠지만, 위선적이다라는 공격도 만만찮은거 같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강남 좌파'라는 비아냥이 있겠지요. 사실 저도 그런 분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네일샾에서 우아하게 손톱을 다듬으면서 '노동자의 거친 손'을 찬양하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생뚱맞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그게 어디야? 네일샾에서 딱 어울리게 장동건의 잘생긴 얼굴을 찬양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아?'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잘못된 것이고 좌파들의 위선에 거의 결벽증같은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이 더 옳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좌파들이 무슨 성인군자들도 아니고 그들 역시 평범한 사람들일텐데 그런 결벽증이 조금 불편하기는 합니다. 예전에 어떤 좌파적인 잡지의 기사를 보니, 강남의 고급 커피숍에서 '체게바라' 티셔츠를 입고서 비싼 커피를 마시는 세태를 탄식하던 내용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들조차 사라져버린 시대에 그 기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긴 합니다. 더 이상 체게바라가 능욕(?)당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좋아라고 할런지;; 정말 문제는 '체게바라'를 존경한다면서 자기네집 가정부를 학대한다던가 하는 그런 사람들인 것이지 지가 번 돈으로 커피마시는 것까지 참견하는 건 오버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정말 위선자가 아닌 좌파로 산다는 것이 정말 가능하긴 한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