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자면, 지난 87년 대선때 첫 선거권을 얻은 이후로, 지금껏 줄기차게 민주당 계열의 후보에게 투표를 해왔습니다. 이런 것은 제가 꼬박 꼬박 당비를 자동이체하는 민주노동당 당원이었을때도 그랬으니, 그 당의 지도자들은 저 같은 나이롱 당원들이 많이 미웠을겁니다. (민노당은 북핵논평사건 이후로 탈당해서 현재는 무당적)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오래전 제 어머니가 이웃의 경상도 아줌마와 친구가 되어 동서화합의 우정을 쌓다가, 어느날 정치 이야기를 나누시면서 '오죽 난동을 피웠으면 군인들이 총을 쏴서 죽였겠느냐'는 그 아줌마의 말씀에 대노하신 제 어머니가 '내가 반드시 죽기전에 공수부대가 너희들을 짐승 사냥하듯 죽이는 것을 보고야 말 것이다' '그리고나서 너희들에게 오죽 난동을 피웠으면 군인들이 총을 쏴서 죽였겠느냐는 말도 반드시 하고 말리라'고 저주하시면서 두 분 사이의 우정이 파탄나는 것을 목격한 이후로 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건 얼마후 87년 대선 때, 제 어머니는 어느날 노태우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는 운동원이 되셨더랬죠;; 일당 5천원을 받고 노태우의 여의도 유세장에 동원되어 박수 부대를 하셨는데, 그 돈으로 맛난 고기를 사서 가족들이 잘 먹었습니다. 물론 김대중 후보의 유세장에는 새벽같이 준비하고 본인의 차비들여서 종일토록 다녀오셨지요. 그게 바로 힘없는 민초가 사는 방식일 겁니다. 그리고 제 어머니 평소 해태타이거즈의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 것을 소원하셨었는데, 딱 한번 해태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할때 잠실운동장에 모시고 간 적이 있었지요. '목포의 눈물'을 부르시면서 왜 그렇게 우시던지;;)

이제는 어머니도 유명을 달리하시고, 저는 이제 제 딸을 위해서 투표합니다. 사실 제가 아크로에서 이런 저런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정치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오로지 제 유전자를 물려 받은 딸래미가 보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욕심이 가장 큽니다. 그래서 저는 어쩔 수 없이 또 다시 민주당 계열의 후보에게 투표를 하겠지요.

오늘도 청와대 수석이라는 자가 'TK는 X' 운운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한나라당이라는 정당이 권력을 잡거나 위협하는 한, 저의 선택은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