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유시민이 면바지를 입고 국회에 등장해서 작은 소동이 일어난 적이 있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유시민을 싫어하지만(조중동과 한나라당은 더 싫어한다) 면바지 등원은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북조선이나 중국의 고위층이 노동자들이 입는 작업복과 비슷한 옷을 입고 공식 석상에 나타나는 일을 흔히 볼 수 있다. 나는 그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고위층의 노동자 사랑이 위선이라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 예컨대 토니 클리프의 소련 국가자본주의』 같은 책을 보면 현실 공산주의국가의 지배 계급이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알 수 있다.

 

서구나 일본 등의 사회민주당과 공산당 지도자들이나 국회의원들이 노동자들이 평소에 입는 복장과 비슷한 옷을 입고 공식 석상에 나타나는 일이 있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나는 한국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지도자나 국회의원이 노동자가 평소에 일할 때 입는 작업복이나 파업을 벌일 때 입는 투쟁복을 가끔씩 입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커다란 파업이 일어나서 전국적 초점이 되었을 때 파업 노동자의 작업복이나 투쟁복을 입고 국회에 등장함으로써 자신이 누구 편에 서 있는지 이미지로써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장기간 파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작은 규모의 회사 노동자들이 입는 옷을 입고 국회에 등장함으로써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유시민이 면바지를 입고 등원해서 작은 소동을 일으켰을 때 어느 민주노동당 당원이 우리가 했으면 했던 일인데 유시민이 선수 쳤다고 아쉬워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리 아쉬워할 것 없었던 것 같다. 노동자들이 작업 중에 또는 파업 중에 입는 옷을 입고 등원하는 일은 자본가 정당인 민주당 계열에서는 하기 힘들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늘 진짜 진보는, 진짜 노동자 편은, 진짜 민중 편은 민주당 계열이 아니라 우리다라고 이야기해왔다. 옷은 많은 것을 상징한다. 특히 국회와 같은 곳에서 입는 곳은 더 많은 것을 상징할 수도 있으며 관심을 끌 수도 있다. 진짜 노동자 편만 할 수 있는 옷차림으로 국회에 등장하는 것이 그리 나쁜 생각으로 보이지 않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