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이 호남을 깠다는 글을 여기선가 어디선가 읽었다.


 mb때 있었던, 6.2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던 '진보는 뭘 먹고 사는가'라는 글이라는데.



5%에 달하던 지지자들이 다 한명숙에게 달려갔어도, 거꾸로 노회찬이 한명숙 표를 훔쳐갔다고 말하더군요.  진보신당의 지지자들마저 제 후보를 버리고 유시민에게 달려가는 사이. 꿋꿋하게 심상정을 밀다가 사퇴하자 당당하게 무효표를 던진 소신파들은 호남 향우회. 이 황당함의 스케일은 내 머리의 용량을 가볍게 초월해 버립니다. 과연 여러분들이 말하는 현실은 무섭더이다. 너무 무서워서 폭소가 터집디다. 공포물에 코믹물을 결합시킨 이 가공할 상상력은 어디 할리우드라도 따라갈 수 있겠어요? 입으론 진보를 지지한다며 손으론 민주당 찍는 분열증이 졸지에  '시대를 위한 결단'으로 칭송 받는 그 개그도, 자꾸 반복되니 이젠 우습지도 않더이다.



여기서 문제되는 부분이 '꿋꿋하게 심상정을 밀다가 사퇴하자 당당하게 무효표를 던진 소신파들은 호남 향우회.' 이다.

이어지는 문장, '이 황당함의 스케일~'을 고려하면, 무효표를 던진 소신파-즉 유시민에게 투표하지 않은 진보신당 지지자들-들이 호남향우회라는 주장 내지는 조롱이 황당하다는 것이 아닌가? 이념적 선택을 지역적 선택으로 치환해서 공격하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보인다. 물론 무효표를 던진 소신파 중에 호남 출신도 있기는 할 것이다.


같은 글에서 호남 향우회는 다시 언급된다.


나가기 싫어 하는 사람, 억지로 내 보내놓고 중도에 사퇴했다고 '출당'이니 '제명'이니 외치는 그 서슬퍼런 목소리들도 무섭고...  완주해서 호남 향우회 표를 받으면 진보의 독자성이 확립된 건가요? 


...


 mb에게 잘리고, 반mb에게 매맞다가 지친 나는, 심상정 없는 선거에 차마 무효표를 던지지 못하고 유시민이나 찍어줬던, 이 호남향우회만도 못한  정치의식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다시  필리핀 가서 뱅기나 탈까 봐요. 거기서 교관으로 취직시켜 준답디다.


당시에 유시민과 한명숙의 패배 원인으로 호남향우회가 거론되었다. 실체는 아무도 모르고 앞으로도 알 수 없고, 어쨌거나 진중권 의 이 글 이전에 그러한 주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2번째 호남향우회 드립, '호남 향우회 표를 받으면 진보의 독자성이 확립된 건가요?' 부분은 그러한 주장을 긍정하고 인정한다라기 보다는 단지 그 주장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486이 20대 개새끼론을 외치자 나같은 20대가 '개한테 표는 왜 구걸하냐?'라고 맞받아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나는 개가 아니었다.


진중권의 글은 앞뒤 맥락을 볼때, 자세하게 적지 않았지만 설령 호남 향우회 차원의 반노 정서에 기반한 반사 이익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 우리(진보싱당)의 독자성은 구조적으로 힘들다는 불만 내지는 투정으로 봐야 할 것이다. 어딘가의 선거구에서 친박 연대가 한나라당 후보를 낙선 시키려고 일부러 통진당 후보를 밀었던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와 유사한 상황이다. 친박 연대가 통진당 후보를 민 것이 사실이더라도 그들이 통진당 지지자라고는 하기 곤란하다. 물론 그러한 주장-호남 향우회 드립-의 진실 여부는 알 수 없다.


3번째 호남향우회 드립, '이 호남향우회만도 못한  정치의식'부분이 애매하기는 하다. 언뜻 보기에 '호남 향우회의 정치 의식은 낮다'라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는 하다.

나는 저 워딩이 호남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다고 본다. 단지 그가 호남의 정치적 정서를 고려하지 못하고 신중치 못한 표현을 썼다고는 생각한다. 진중권이 시니컬한 글쓰기를 즐겨하고 글에 의한 업보가 많은데 그 일부분이 아닌가한다.


예전에 좌파 칭호 논란이 있었다. 요지는 '우리(좌파)가 스스로를 칭할때는 좌파라고 불러도 되지만 너희들(우파, 특히 기득권)은 우리를 좌파로 부르면 안된다, 왜냐? 좌파는 차별적(?) 용어이기 때문에.' 좀 황당한 주장인데 어쨌거나 그러한 주장과 비슷한 것이 '호남 향우회'와 관련된 표현같다. 호남인이 전라도, 호남인, 홍어, 호남향우회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무방하지만, 다른 이들 특히 경상도 우파들은 저런 용어를 정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차별적이라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안타깝게도 한편으로는 당연하게도 진중권은 저런 정서를 이해를 못하거나 이해해줄 생각이 없어보인다. 그에게 지역은 부차적이고 귀찮은 요소일 뿐이다. 


글의 요지는 '우린 망했어, 제길!' 이고 여기에 어떤이들(노빠 개새끼들)의 주장을 끼워 넣어서 '호남 향우회? 어쩌라고, 우린 망했는데' 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 


물론 정확한 글의 의도는 그의 말을 직접 들어봐야할 것이다. 그가 나름 유명인사이니 저 글에 대해 이런 저런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해명을 했을 법도 한데, 귀찮아서 찾아보지는 않았다.


그가 다른 글에서 호남에 대한 정치적 공격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물론 호남이 성역도 아니고 정치적으로 한심한 선택을 한다면 정치평론가로서, 지식인으로서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의 글만 가지고 그가 호남을 공격했다고 보기는 상당히 무리가 있다. 그가 선거 끝나고 멘붕한 상태에서 다른 이들의 정서까지 고려하지 못한 신중치 못한 글이다라고 볼 수도 있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반응은 유별난 것이 아닐까?


혹시나 오해할까봐 하는말이지만 난 진중권같은 촉새는 상당히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