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별 일이 없어 낮잠을 자다가 어둑해질 무렵 잠에서 깨어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를 보았다. 오랜만에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 들어가 몇 편 사 놓았던 게 있어서. 굳이 영화관 찾아가서 보는 편은 아니고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뭐랄까 조금 흥이 나지 않는 터이라. 블록버스터나 대하서사 영화라면 모르지만. 게다가 김기덕 감독 영화는 좁은 화면으로 보아도 정서랄까 그런 게 별 탈 없이 전달되는 편이니까. 처음 보았던 '악어' 역시 비디오방에서 친구랑 봤는데 그때가 이제 막 비디오방이 유행을 탈 무렵이긴 했지만 친구 말이 영화가 몰입감이 있댔다.


나는 가방끈 그닥 긴 편이 아니고 그저 장삼이사, 친구는 나보다 가방끈이 쬐끔 짧고. 김기덕 감독 영화는 일단 배경지식이나 교양이 풍부해야, 달리 말해 선지식이 있어야 이해되는 진입장벽이 있는 영화는 아니다. 깊이 있게라거나 감독의 의도를 읽어내고 영화평을 할 때야 그런 게 필요하겠지만. 소재가 극단적, 선정적이거나 무척 불편하다는 평이 많지만 그 평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힘은 별개의 것이다. 여튼 대충 만들었구나 한번 보고 휙 던져버릴 그런 부류 영화로 취급받지는 않는 것 같다. 달리 말해 같이 보고서 잠깐 이런저런 이야기라도 나눌 시간은 제공하는 영화들이다.


나는 김기덕 감독 영화 보면 살 냄새 나고 간혹 배우들 침 튀기는 것도 보인다 싶은 소극장 연극을 화면으로 옮겨놓은 것 같은 느낌을 자주 받는다. 아주 가까이서 연극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 해외에서 호평을 받지 않았드래도 국내에 일정한 매니아층은 거느릴 감독.


낮잠 자다 일어나니 몸도 마음도 편한 상태에서 보았다. 실은 영화 볼 때나 취미 생활 즐길 때 젤 중요한 게 저 편한 상태이다. 그래야 대상을 받아들이는 품이 넓어지니까. 뭐든 기반은 저 '항심'이나 '고요함'. 그걸 유지하는 건 대단한 부를 소유하고 있는 것보다 낫다. 부처나 보리수 아래서 용맹정진하다 생사를 넘나들고 해탈한 다음에 소녀가 주어 한 잔 마셨다는 우유 같은 그런 거.


영화 내용은 보면 알 일. 

만다라 '지산' 생각이 났다. 아제아제바라아제 속 산적 같은 '하초 없는 땡초' 생각도 나고.

'이것이 무엇이건데, 이것이 무엇이건데'

김기덕 감독 영화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다. 감독이 관객더러 '이거 니 이야기지?' 한다는.


포스터도 보지 않고 감독 작의도 읽지 않고 선지식 없이 보는 게 나은 영화도 있다. 

무얼 볼까/살까 고르는 것도 고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