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글 처음 몇번 자유게시판에 올려봤는데, 계속 메인으로 옮겨지네요.. 자게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무거운 주제로 써서 그런지..
그래서 그냥 메인에 쓰게 되었습니다.

각설하고, 지난번 심상정의 기사에 대해서 소회를 쓴 글에 어느 분이 답글을 달아주신 것을 읽고 생각나는 것이 있어 그에 대해 써보고자 합니다. 그 기사는, 전체적으로 현재 청년문제와 이명박정부의 부당한 경제 및 분배 정책을 비판하면서, 중소기업 정책의 제고를 촉구하고 청년들이 자의식을 갖고 조직화해서, 정부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개진 및 나아가 투쟁도 해야 된다는 뉘앙스를 띄는 글이었습니다. 저는 그에 대해 국제경쟁력은 도외시한채 너무 과격하고 편협한 방법으로 국내문제만을 해결하려 하는 것은 아니냐는 비판적인 소회를 적었었습니다.

그에 대해 어느 분이, 제가 평등과 인센티브 및 경제성장을 대립되는 개념으로 놓은 것을 보고 이데올로기적인 편견이 아니냐는 답글을 주셨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데올로기'라는 단어가 우리사회에서처럼 공적인 혹은 사적인 토론의 장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회는 드문 것 같습니다.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도 보수적인 진영들의 잘못된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반대로 보수적인 혹은 사회의 주류를 차지하는 기득권층에서는 '빨갱이'로 대표되는 이데올로기적인 비난으로 아에 건전한 비판의 창구를 틀어막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마치 '이데올로기'라는 단어, 그리고 그로 인해 촉발되는 그 부정적인 사상에 대한 관념이 상대방을 비판하는데 언제고 쓰일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이고 만병통치약과 같은 무기로 기능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저 또한 제 주장이 이데올로기적이다라는 비판을 보자마자 살짝 놀라기도 하고, 어 정말 그랬나 하고 당황스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제 의도는 오히려 그러한 이데올로기적인 고정관념, 진보/보수의 이분법을 탈피하자는 의도로 쓴 것이었거든요. 그럼에도 바로 그 '이데올로기'라는 낙인에서 오는 강한 부정적인 관념 때문에 제 글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일단 위축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낙인의 기능을 갖는 단어는 그것이 갖는 강력한 효과, 사회적 환기의 기능 때문에 토론의 장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이데올로기'가 바로 그 대표적인 단어고요. 하지만 이러한 낙인에 의존하는 토론은 건전한 토론과 비판을 막는 역기능을 가질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진보/보수의 이분법적인 토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중에 하나도 바로 그와 같은 단어를 끊임없이 사용하는 데서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낙인을 발화하는 발화자가 은연중에 고정적인 비판의 틀을 전제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세운 가치관의 체계와 틀에서 어긋나는 내용을 발견하면, 그 내용의 전체적인 맥락은 도외시한채 바로 낙인을 찍는 전략을 사용해서 상대를 무력화시키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서로 간에 타협되지 않는 틀을 전제하고 토론을 하다보니 결국 평행선만 긋는 무의미한 언쟁만이 계속되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이데올로기'라는 단어에서 그 부정적인 뉘앙스를 탈색시키고 보면, 그저 가치관과 신념의 체계정도로 중립적으로 볼 수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그 가치관과 신념의 체계  이외의 다른 체계의 존재를 부정하다보니 잘못된 것이 되겠지만요. 그러나 신념의 체계 그 자체는 비판받을 것도 아니며, 오히려 인간이 자신의 제한된 지적인 능력과 인식능력으로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가이드라인과 같은 기능을 갖습니다. 그러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면 그 인간은 삶 속에서 그 어떤 의미 있는 활동도 하지 못한채 살아가야 하겠지요. 바로 이러한 가이드라인에 '이데올로기'라는 꼬리표가 붙는 순간 그것은 바로 비타협적이고, 부정적이며,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추락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부정적인 기능을 생각한다면, 우리사회의 토론의 장에서 그런 '민감한' 단어를 쓸 때는 정말 많은 주의를 해야하며, 되도록이면 그 사용을 지양해야 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