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지표 논쟁을 보니 갑자기 옛 생각이 무럭 무럭 떠올라서.

7프로 에피소드 다 아실 겁니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언론들이 참여정부 당시 경제 성장율이 낮다고 비난하자 청와대에서 '지금 우리나라 단계에서 5프로 이상을 요구하는게 비정상'이라고 반박했고 이에 야당 측에선 '7프로 공약했잖아'라고 재 반박.

그 뒤에 청와대에서 나온 반응은?

'이회창이 6프로 공약하길래 걍 7프로로 이야기한거다.'

여러분은 그때 어떠셨나요? 당시만 해도 지금보다 친노에 가까왔던 전 그 말을 듣는 순간....'조때따'했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참여정부 앞날이 걱정스러웠다는. 그리고 처음으로 노무현 찍은 걸 후회하기 시작했죠. 왜냐구요?

노무현과 그 측근들의 자기 중심성이 보통을 넘는구나라고 느꼈거든요. 잘 모르는 이야기를 섞어서 좀 하자면 '참여정부는 정말 좌뇌와 우뇌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구나. 좌뇌의 자기 중심적 논리를 고집하다 안되면 우뇌가 폭발하는 과정이 앞으로도 이어지겠네'했어요. 그리고 그 뒤를 보니 당시 제 예측이 틀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대선 당시 이회창과 노무현 사이의 논쟁 구도를 보면 노무현과 야당 사이에서 벌어진 것과 똑같아요. 이회창이 경제 구조상 6프로 이상은 불가능하다고,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내거는게 포퓰리즘이라고 했을 때 노무현은 아니라고, 정말 가능하다고 우겼지요. 그런데 집권당 되니 반대로 그 논쟁이 전개된 거지요.

이게 노무현 입장에선 다 합리화 되는게 '후보 당시엔 뻥을 좀 칠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니 옳고 그렇지만 대통령으로선 현실을 생각해야 하니 야당 주장은 틀렸고'입니다. 말은 다 맞는데 문제가 뭐냐면 노무현의 자기 중심적 테두리에서만 맞다는 거예요. 이게 비판하는 쪽에서 보자면 '후보 시절의 뻥은 국민들을 혼란케했으니 잘못이고 반면 야당 입장에선 당연히 집권을 위해 과장된 비판을 할 수도 있는거고' 거든요.

그리고 저같은 3자가 볼 땐 어떠냐. 둘 다 옳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가령 6프로든 7프로든 다 에누리해서 듣지요. '흠. 노력하겠다는 희망사항이군.' 이런 뒤에 취향따라 더 현실적인 목표를 건 회창을 찍을 수도 있고 패기를 보아 노무현을 찍을 수도 있고 그런 겁니다. 또 집권 이후 벌어진 논쟁은 '어쨌든 더 노력해달라는 주문이 필요하니 야당에 동조할 수도 있고 그렇지만 지나친 공세는 정부 발목을 잡을 수도 있으니 안되고.' 이런 거죠.

노무현 정부가 참여와 소통을 하려면 저같은 3자를 대상으로 했어야죠. 노력한다는 신뢰를 안겨주는 한편으로 야당의 비난에도 귀를 기울이는 시늉을 하든지 말이죠.

전 5공에 정의가 없었던 것처럼 참여정부만큼 참여와 소통없는 정부도 없었던 것 같아요. 계속 '내가 뭘 잘못했는지 따져보자'고 나오는데 나중엔 정말 짜증이 솟을대로 솟더라는. 식당 들어가서 반찬 재활용 하지 말아달라, 그리고 왜 설렁탕이 이렇게 짜냐고 투덜거리는데 '뭘 모르는 말씀이네요. 재활용 안하고 그 가격에 설렁탕 드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설렁탕 원래 짜게 먹는 겁니다. 제 말에 불만지으시는데 설렁탕에 대해 손님이 잘 알아요? 10년간 장사하고 있는 내가 더 잘알아요? 확률적으로 어떨 것 같아요?'하는 느낌이랄까? 지금 설렁탕 주인의 말이 어처구니없게 느껴지시죠? 그런데 설렁탕 주인 입장에서 저 말을 생각해보세요. 다 맞는 말입니다. 다 맞는 말인데 맞으면 뭐해요? 손님은 다시 그 식당에 안갈 텐데. (안가는건 그만두고 식탁 엎지 않으면 다행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