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제가 대학 교수 사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선지는 몰라도 아래의 중졸 백조 글을 읽다보니 갑자기 미래의 대학은 어떻게 될 지 궁금해지는군요.

http://kr.openblog.com/View.aspx?ContentID=9101843&Link=http://greenbee.co.kr/blog/951&RP=53

뭐 사실 위의 글은 걍 용기있는 중졸 백수 이야기지요. 그렇지만 한가지 시사점은 줍니다. 어떤 학생들에겐 대학이 별 소용없더라는 거지요. 전에 들은 송창식 아들 이야기도 그랬습니다. 게임에 푹 빠져 살았는데 고등학교 가보니 자기가 왜 학교를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자퇴하고 혼자 게임 공부했다. 좋아하는 일본 게임의 커뮤니티의 채팅룸에서 놀기 위해 혼자 일어를 마스터했다. 그래서 지금 한국에서 젤 잘 나가는 게임 회사에 다닌다.

제 주변 분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아들분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회사 다니다가 입영을 연기하려고 전문대에 진학했는데 가보니 회사에선 구석기 시대 유물로 취급하는 걸 가르치고 있더라. 그래서 도저히 재미없어서 결국 버티지 못하고 자퇴해버렸다.

이런 이야기는 널리고 널렸습니다. 이제 대학이 대중교육기관이 되다보니 걍 고등학교 가듯 대학에 왔는데 졸업해보니 대학에서 배운건 쓸데 없더라는 경우가 허다하죠. 심지어 회사를 운영하는 어떤 분이 나름 자신의 지식을 후학에게 가르치겠다는 뜻으로 겸임 교수를 맡았다가 반년만에 그만두고 한탄하더군요. 중학생 수학도 잘 모르는 애들이 대학 수학 배우겠다고 앉아있더라. 그래서 원래 1년 하기로 되어있는 겸임교수 반학기만 하고 그만뒀다. 이건 사기라는 생각에 양심이 찔리더라.

이게 일부의 사례면 좋겠습니다만 제가 엿본 대학 사회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가르치는 학생들과 교수분들께는 죄송한 말입니다만 레벨이 떨어지는 대학 가보면 정말 왜 다니는지 모르는 학생들과 왠만한 대학원생보다도 전공 지식이 딸리는교수들이 득시글거립니다. 직장인이나 공무원들 사이에 가장 실력 떨어지는 집단이 교수라는 말이 도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지요.

이건 교수들을 비난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닙니다. 지금 사회와 대학이 처한 조건 자체가 그런 현상을 낳을 수 밖에 없다는 거지요.

일단 학문 발전 속도가 빠릅니다. 그래서 10년전 20년전 배운 지식으론 명함 내밀기 힘들지요. 제가 있는 분야에 한정된 이야기인지 몰라도 제 경험으론 학위 갓 마친 30대 중반 40대 초반 교수들 실력이 제일 좋더군요. 그러다 전임 따고 몇년 지나 40대 중반만 되도 대체로 늘어집니다. 실적은 요령으로 쌓고 더이상 학문에 용맹정진해야할 동기 부여가 안되니 걍 학내외 정치에 몰두하거나 안락한 직장 생활을 즐기는 경우가 많죠.

많은 대학에서 노교수보단 젊은 교수가, 심지어 강사가, 더 심하게는 석, 박사과정 학생 실력이 더 뛰어나다는 것 또한 공공연한 비밀이지요. 그게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전자보다 후자가 더 최신 트렌드를 접할 뿐더러 열심히 공부해야할 동기가 확실하거든요.

두번째로 대학의 1,2 학년 과정 정도에서 가르치는 지식은 이제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저 아는 분이 재밌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회사에서 밤 늦게까지 일을 하다 문득 다음날 아침에 대학 강의가 있다는걸 알았답니다. 강의에 필요한 책이나 자료는 모두 집에 있어 할 수 없이 인터넷 만으로 준비를 했다네요. 그런데 놀랍게도 필요한 자료가 다 있더랍니다. 심지어 다음날 강의를 마친 뒤에 학생 하나가 다가와 '대학 다니며 최고의 강의를 오늘 들었다'며 고마와 하더라네요. 

물론 여기서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를 대학에서 배운게 아니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송창식 아들의 일어 마스터에서 보이듯 본인의 의지와 노력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거지요. 조금 엉뚱한 상상을 보태면 앞으론 걍 인터넷 링크로 커리큘럼을 짜고 부연해주는 교육 시스템이 나올 지도 모른다는. (갑자기 이런 사이트 만들면 대박날 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잠시. - -;;;) 그러면 장담하건대 왠만한 인문 교양 등은 대학의 실력없는 교수의 강의 듣는 것보다 많이 쌓을 수도 있을 겁니다. (솔까말, 왠만한 교수보다 더 실력있는 박사 백수들 널려있지 않습니까? 그들의 블로그 링크만 잘 만들어도 쩝.)

간단히 말해 지금의 대학이란 교육 체제 자체가 지나치게 고비용 저효율이란 거지요. 특히 한국에서 그렇습니다. 물론 수백년간 발전하여 현대 사회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체제가 쉽게 붕괴되진 않을 겁니다. 어쩌면 앞으로도 수백년간 유지되겠죠. 그렇지만 내외에서 심각한 도전을 받을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변화하리라고 전 예상합니다. 전 위기 징후가 높아지기에 어쩌면 우리 세대 후반부만 되도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데 되리라 봅니다. 당장 등록금 문제가 한국에서 쟁점이 되고 있고 무상 교육을 지향하는 유럽도 결국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소액이라도 등록금을 받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죠? 미국의 높은 대학 등록금 문제도 나름 심각하죠? 더 큰 문제는 등록금이 물가 상승율보다 더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리라 예상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이거 언젠가는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겠죠.

일단 대학이 아니라 전문 학원에서 가르쳐도 충분한 분야들부터 떨어져 나오겠죠. 더 유연한 고용 구조를 갖고 있으니 오히려 첨단 경항 흡수에 관한한 대학보다 전문학원이 더 유리할 수 있을 겁니다. 거기에 규모가 작으니 비용 경쟁에서도 유리하구요. 또 지금도 위기지만 왠만한 교양 과정은 더 축소되는 경향을 보일 겁니다. 교수들이 테뉴어 따기는 점점 더 힘들어질 것 같다는 건 뭐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물론 대학에서 오히려 강화되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아무리 인터넷의 정보 수준이 올라가도 석박사 수준을 커버하긴 어려울 테니 석박사 과정은 강화되겠죠. 논문 지도를 비롯해 기타 도제 시스템이 요구되는 분야는 대학에서 살아남겠죠. 어쩌면 대학은 소수 인재들 중심으로 돌아가고 다수는 전문학교를 비롯한 평생 교육 체제로 전환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합니다만.

언제나 그렇듯 상상이 상상을 낳는 제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