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교수가  아이폰 현상에 대해서 "수평네트워크 비즈니스"라고 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제가 전에 '신문과 방송'이라는 전문지에 청탁을 받아 쓴 칼럼에도 안철수 교수가 한 말과 같은 내용이 담겨있는데요,    안철수 교수의 기사를 읽은 김에 제가 쓴 칼럼을 올립니다.   

아래는 신문과방송 2010년 1월호 신년 특집 기획 '변화에 대응하라'에 플랫폼에 관해 칼럼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작년 12월 초에 쓴 글입니다.    청탁시 아래와 같은 요청이 있어서 이를 반영해서 글을 썼습니다.

- 국내외 플랫폼 다양화 실험/현황에 대한 내용을 반드시 포함해주십시오.
- 현재는 아니라도 2010년 또는 그 이후에 각광을 받을 중요한 플랫폼에 대한 언급도 해주십시오.
- 언론 산업과 저널리즘 발전을 위해 플랫폼 다양화를 통해 찾을 수 있는 의미를 찝어주십시오.
- 언론사가 플랫폼 다양화 관련 전략을 세울 때 도움이 될 제안을 부탁드립니다


신문과방송은 한국에서 가장 전통있는 언론,미디어전문의 월간지입니다.  미디어업계 종사자, 학자, 언론관련정책 공무원이  독자이고 매월 5천부 내외 발행됩니다


플랫폼은 시너지 시스템
플랫폼 다양화, 소셜미디어와 모바일을 주목하라


루퍼트 머독은 2019년에 종이신문이라는 플랫폼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공언했다. 많은 미디어 전문가들은 2020년 전후에 종이신문과 공중파TV가 사라지고 인터넷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이탈리아의 인터넷 컨설팅회사 카사레지오는 그 시기를 2015년까지로 앞당겨 보고 있다. (http://www.casaleggio.it/thefutureofmedia)

종이신문과 공중파TV 등 올드미디어 플랫폼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은 충분히 실현가능성이 있다. 이미 공중파TV는 IPTV 등 인터넷 온디맨드 기반의 방송으로 변화하고 있고 콘텐츠가 개방, 공유되고 있다. 종이신문의 경우도 중장기 구독자들에게 종이신문을 배달하는 대신 플랫폼 전략을 재구성해‘킨들’같은 리더 디바이스를 배포하는 편이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훨씬 경제적일 수 있다. 작은 화면에서 보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독자라면 ‘킨들’ 대신 인터넷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해 스마트폰에서 뉴스를 바로 시청하는 방식도 호응받을 수 있다. 필자의 생각은, 공중파TV가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는 데에 동의하지만 종이신문이 사라진다는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종이신문의 가독성과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다만 종이신문 산업은 10년 뒤 쯤, 현재의 절반 이하로 규모가 줄어들어 명맥만 겨우 유지할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변화와 위기는 오래 전부터 진행돼왔다. 필자는 예전에 언론사들이 플랫폼 전환 및 다양화, 고도화 등의 플랫폼 전략을 단기간에 추진하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시간을 벌기 위해 기존 플랫폼에서 해오던 관행들을 유지하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수많은 언론사들을 경험해본 결과, 종이신문 언론인들은 미디어환경의 변화와 플랫폼(전략)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근 신문협회의 ‘뉴스공동포털사업’은 인터넷 플랫폼에서의 주도권 상실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협회가 2008년 11월 ‘신문협회 기조협의회 TFT’를 구성해 메이저 포털사의 인터넷 플랫폼 장악에 맞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출범시켰던 대외비 프로젝트다. 2009년 9월 공동 포털을 오픈하기로 했지만 결과물은 현재 없다. 총 사업예산을 20억 원 내외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마도 이름 없는 중소 포털사와 제휴해서 신문협회의 입김을 반영하는 뉴스서비스를 그 포털사의 기존 서비스에 추가하는 수준에서 기획한 듯하다. 원래 목적대로, 다음과 네이버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포털을 만들려면 최소한 초기년도 2천억 원 이상에 매년 1천억 원 정도의 예산을 들여야 한다. 그렇게 몇 년간 수조 원 이상을 투입해도 생존 여부가 불확실하다. 마케팅적, 법적 측면에서도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다. 각 언론사들의 닷컴 자회사들이 진행하는 인터넷 마케팅 부분과 중복, 충돌돼 수입이 줄어드는 부분은 어찌할 것인가? 현행 한국 저작권법제도상 언론사공동포털은 신탁허가대상이어서 국가의 허가 없이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은 불법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업을 추진했을까? 이같은 일이 벌어지는 까닭은 언론사들이 modularity, complementor, organizational structure 등등 플랫폼의 기본 개념요소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전략의 가장 모범적인 추진 사례를 보자면, BBC가 2006년 발표한 'Beyond Broadcast'를 들 수 있다. 인터넷을 핵심 플랫폼으로 하여 ‘찾기, 플레이, 공유’라는 3대 핵심 개념을 조직 구성원 모두에게서, 업무 시스템 전반에서 구현하고 있는 'Beyond Broadcast'에는 웹2.0의 핵심개념들이, SNS까지도 모두 반영돼 있다. 루퍼트 머독이 ‘Beyond Broadcast'을 보며 “상업적 야망으로 디지털제국을 세우려한다”며 두려움 섞인 비난을 하는 이유는 뭘까? BBC의 플랫폼 전략이 너무나 훌륭해서 자신의 미디어 사업의 경쟁자로서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의 경우에는 인터넷한겨레와 국민일보가 참신한 시도를 통해 플랫폼 전략에 관한 모범적 사례를 만들어낼 뻔 했다. 인터넷한겨레는 2004년 초, 탄핵 보도당시 뉴미디어 플랫폼 전략에 필수적으로 뒤따르는 통합뉴스룸을 한겨레신문과 함께 국내 최초로 구현하여 성공적인 성과를 냈다. 비록 사회부 차원의 제한된 실험이었지만 온-오프 모두가 호평했다. 통합뉴스룸 시스템이 전면적으로 실시되는 듯 했으나 현재까지 무소식이다.


지식검색 플랫폼을 엠파스닷컴에 헐값에 판 것에 대해 수천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밝혀질 것이 분명한 플랫폼 서비스를 헐값에 팔아 큰 이익을 얻을 기회를 잃게함으로써 회사에 큰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최고경영진 및 간부에 대한 징계를 목적으로 한 말단 직원들의 조직 결성이 2003년 초에 시도되기도 했다. 그 외에 미디어에서의 이익을 이용자와 공유하는 ‘프로슈머 프로젝트’, 글로벌 규모의 동영상 UCC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세계적 미디어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서비스인 ‘적토마 프로젝트’, ‘크로스미디어 프로젝트’ 등등 당시엔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고 2~5년 뒤에 네이버나 구글 등에 의해 글로벌 메가 서비스로 판명된 서비스를 영감에 가득찬 일부 직원들이 미래를 상상하며 추진하려했지만 종이신문 출신 간부들의 몰이해 때문에 하나도 이뤄지지 못했다. 뉴미디어 플랫폼 리더쉽을 위한 혁신적인 수많은 시도가 제대로 추진됐다면 인터넷한겨레는 지금 매년 수 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인 미디어 기업이 될 수 있었다.


국민일보도 마찬가지다. 2004년 당시 순복음교회가 가진 100억 원대에 이르는 방송 시설을 활용해 국내 신문사 가운데 최초로 HD급 방송 플랫폼 구축을 시도했고, 전국의 유력 지방신문들을 엮어서 콘텐츠 생산 및 마케팅 플랫폼을 공유하는 ‘미디어네트워크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국내 최대의 미디어기업 등극을 목표로 달렸다. 2005년 1월, 뉴미디어센터를 설치하고 가속도를 냈지만 초대 센터장이 6개월만에 사임한 이후 후임 센터장들이 플랫폼 전략을 담당하는 실무직원들의 일할 기회를 박탈하고 푸대접하자 전략가들이 줄퇴사하여 미디어네트워크 프로젝트는 풍비박산되고 전략가들이 없는 상황에서 국민일보의 방송과 뉴미디어쪽에서 플랫폼 사업은 지지부진해졌다.


인터넷한겨레와 국민일보의 사례 외에 최근까지 국내에서는 플랫폼 전략에 관해 주목할만한 가치를 가진 사례는 보이지 않는다. ‘조선일보’의 경우 방상훈 사장의 차남 방정오씨가 이끌고 있는 TF팀이 뉴미디어 플랫폼에 관한 신규 서비스와 정책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콘텐츠 생산과 방송사업 진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직 뚜렷한 성과도 없고 플랫폼 전략 차원에서도 큰 의미가 없다. 지난 2007년, 조선일보가 종이신문 플랫폼을 극복하면서 방송사업 진출의 일환으로 기획해낸 ‘천국의 국경을 넘다’ ‘크로스미디어’ 프로젝트에 대해 조선일보는 세계최초라고 자화자찬하지만 사실은 2004년 국민일보 N2N팀이 만든 ‘미디어퓨전’ 프로젝트가 세계최초다. ‘크로스미디어’가 방송 쪽에 무게가 더 실려 있다면 ‘미디어퓨전’은 인터넷 쪽에 무게가 더 실려 있다. 저작권 관리 측면에서 ‘크로스미디어’가 좀 더 치밀하다.


중앙일보의 경우는 계열사 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한 버티컬 전략 위주로 플랫폼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터넷 플랫폼의 경시, complementor의 한계 등으로 아쉬운 점이 많다. 홍석현 회장의 아들 홍정도 전략담당이사가 조인스닷컴 출신의 기획자들과 함께 TFT를 구성해 인터넷뉴미디어 부분의 혁신을 꾀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나타난 결과물은 없다.


향후 주목할만한 플랫폼 상의 변화를 예측하는 데에 디지털 인스피레이션 http://www.labnol.org 이 2009년 5월 발표한 영감어린 도표를 참조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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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최근 200년간의 정보획득 원천 변화 추이.  디지털인스피레이션에서 캡쳐.


종이신문과 TV 플랫폼이 사라지고 인터넷 플랫폼 기반의 소셜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가 지배적인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데,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고, 위치기반 서비스 와 스마트폰이라는 모바일 디바이스 관점의 플랫폼 등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는 등 수정 보완해야할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표에 나온 내용은 전반적으로 뉴미디어 전문가들이 동의할만한 내용이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적응하려면 언론사의 최고경영자 및 기획자는 물론, 전 임직원들이 플랫폼의 개념에 대해 이해를 가지는 것이 필수적이다. 플랫폼의 본질에 착안해서 플랫폼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플랫폼은 ‘시너지 시스템’이다. 한 사업에서 플랫폼의 유형과 범위를 정의하는 데는 정해진 것이 없다. 콘텐츠가 생산, 유통 소비되는 모든 부분에서, 예를 들어 디바이스나 망, 혹은 생산자의 관점에서 전략가가 플랫폼을 나름대로 정의하고 설계할 수 있지만 그 모든 플랫폼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은 시너지를 얼마나 더 발휘하느냐로 플랫폼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폰과 옴니아의 경쟁에서 디바이스의 성능을 떠나 플랫폼차원에서만 볼 때, 아이폰이 훨씬 강력하고 가치가 높은 플랫폼이다. complementor 요소인 ‘앱스토어’로 상징되는 시너지의 크기의 차이 때문에 옴니아는 시장에서 아이폰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뢰도의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종이신문의 신뢰도는 2004년부터 포털사들의 미디어서비스 본격 개시 및 블로그 활성화 등의 영향으로 인터넷에 뒤지기 시작해서 2008년 이후로는 인터넷에 대한 신뢰도의 70%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한국언론재단; 2008; ‘200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뉴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신뢰받지 못하는 매체에서는 어떤 플랫폼 전략도 발휘 될 수 없다. 플랫폼이라는 것은 원래, 다수의 파트너들의 참여를 전제로 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및 그들의 자회사닷컴들이 추진하는 ‘위키 비즈니스’나 ‘오픈스토리’ ‘라이프서치’ 같은 뉴미디어 플랫폼 서비스가 성공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언론사들을 불신하는 소비자 파트너들이 플랫폼에 동참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플랫폼 전략을 수립하기 전에 매체 신뢰도를 반드시 개선해야한다.


끝으로, 언론사들은 자신의 조직을 특정한 미디어의 관점에서 TV나 (종이)신문사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언론사들은 자신의 역할에 경계를 둘 때 실패한다. 언론사는 신문사인 동시에, 방송사인 동시에, 통신망회사인 동시에, 휴대폰 제조사인 동시에, 소비자로서 경계를 넘나들며 자리매김해야 한다. 불가능하다고? 플랫폼 전략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가능하다. 플랫폼 전략은 타인의 힘을 내 힘으로 만들어 이용하는 유도(柔道)의 전략이다.


백수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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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글 쓰고서  제 글의 의미나 플랫폼의 의미를 언론종사자나 IT업계 종사자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안철수 교수도 아이폰 현상에 대해서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지난해 아이폰이 출시된 후 열풍이 확산되면서 국내 굴지의 IT제조 기업은 당황하고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아이폰 쇼크를 하드웨어 이슈로 본다”

언론사들이나 IT, 미디어기업들이 제가 조언한 대로 과연 바뀔지도 의문입니다.  그저 나중에 가서 세상 바뀐 걸 뒤늦게 깨닫고 "하~ 이래서 백수광부라는 사람이 그 때 그런 말을 했구나"-개콘 허경환 버전- 하겠죠. 

안철수 교수는 아이폰 현상에 대해서 "수평 네트워크 비즈니스 모델이고 SW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고 하셨습니다.  제가 쓴 '플랫폼은 시너지 시스템'이라는 글은 바로 지금 안철수 교수가 이야기 하신 걸 좀 더 자세히 풀어쓴 것입니다.

플랫폼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여러가지 의미로 이해할 수 있는데     미디어를 콘텐츠를 담는 그릇이라고 할 때,  플랫폼은 미디어를 담는 그릇이라고 이해하시면 편합니다.   종이신문도 플랫폼이고 휴대폰도 플랫폼입니다. 

플랫폼은 다양하게 구성하고 기획할 수 있다고 했는데,  지하철도 플랫폼차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하철 안에 온갖 미디어들이 있고 독자들이 있거든요.   말하자면 '지하철 플랫폼'입니다.   

최근에 지하철 내에 다음의 증강현실 지도서비스를 담은 커다란 DID가 들어섰죠.  작년에 제가 칼럼을 쓸 때는 없었던 건데 지하철 플랫폼의 DID에 대해서 칼럼에서 쓰려고 했다가 지면한계 때문에 못썼습니다.  예측했던 게 이렇게 금방 나오니까... 그것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