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근대화의 물결앞에 허덕이는 조선 지식인들 중에 유길준이란 이가 있었다. 그는 다른 개화니 위정척사니 하는 이들과 달리, 대담하게도 양절체제론이라는 그 이름도 기묘한 주장을 내세우며, 당대 조선이 처한 어려움을 돌파하고자 한다. 양절이 대체 무엇인가, 직역하자면 종이가 양쪽으로 접혔단 말이다. 조선은 청나라 땜에 한번 접히고, 구미 열강등 때문에 한번 접혀 양절이라 독특하다는 이야기다. 보통은 한번만 접혀 한 쪽은 국내정치 한쪽은 국제정치인데, 이 조선이라는 나라는 특이해서 양쪽 다 접혀버려 복잡하니 좀 이해좀 해달라는 이야기다.

오늘 우리나라도 조금 다른 의미에서 양절이지 싶다. 밖으로는 세계화의 첨단을 쫒아가자니 한번 접히고, 안으로는 그 동안의 급속한 근대적 발전으로 파생된 숱한 문제들 때문에 또 한번 접혀 있어 복잡하다. 미국이니, 유럽 나라들이니 그런 문제 생각할 것 없이 한쪽 접히면만 보고 앞만보고 달려가면 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북핵도 해결해야 되고, 양극화도 해결해야 되고, 아직 덜 한 근대화도 민주화도 해결해야 된다. 그럼에도 동시에, 세계화도 따라가고, 최첨단 IT도 하고 바이오, 나노 이런 것 다 해야 살아남는다. 그래서 우리도 오늘날 새로운 의미에서 양절인 듯 싶다. 아마 어쩔 수 없는 후발 주자의 설움인가 보다.

방금 전 프레시안에서 '청년이여 일어나라'라는 사설을 읽었다. 요는 이명박 정부가, 갈수록 청년층, 사회적 약자 층들에게 불리한 정책만을 펴고 있으니 거기에 영합해서 스펙 쌓는 허망 생각 그만두고 이제는 단결해서 투쟁도 하고 정권교체도 하고 해서 보다 '루저' 프렌들리한 정권 만들자는 것이다. 맞는 이야기인 것 같다. 분명히 비정규직 , 중소기업 잘못 취직하면 가난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거고, 나라에서는 중소기업 지원안해주고, 비정규직 대우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그 대안이 청년 단결과 투쟁일까.

어쩌면 그런 갈등의 방법을 통해서, 정권과 기업가들에게 따끔한 맛 보여주고, 보다 평등한 정부만들고 사회적 약자 층을 위한 안전보장 빵빵하게 해줄수 있는 정책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하면 일단은 당장 서민들 삶좀 피고, 청년 실업 구제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국내로 접힌 문제 하나는 풀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럼 밖으로 접힌 한 쪽은 어떻게 되는 건가. 세대 간 갈등 일어나고, 기업 경쟁력 떨어지는 사이 안그래도 격차 많이 나 있는 IT 점점 몰락하고, 세계경제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을까. 더 나아가, 무조건 사회보장 잘하고, 청년 취업 보장하고 보다 평등한 사회 만들다 보면, 어쩔 수 잃게 되는 인센티브 및 경쟁력은 어떻게 할런가. 또 정부 부문 증대해서 시장에 인위적 조정 과도하게 들어가면 그로 인해 각종 비효율 증가할 텐데 그건 또 어떻게 할려고 하는지? 물론 기사 부분중에 중소기업 죽이는 잘못된 정부정책과 대기업 관행을 지적한 부분은 동의한다. 그런데 왜 그 결론이 마치 청소년 운동 및 투쟁을 부추기는 쪽으로 가는가 그렇게 해서 좌파정권 들어서면 모두다 OK인가?

결국 이런 주장도, 양 쪽 접힌 중에 한 쪽만 보다보니 나온 주장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사실 현정권이나 보수진영도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10대 20대 청년들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일어나서 투쟁하라는 게 아니라 바로 이 낡은 이분법의 틀, 진보/보수의 틀을 깨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 시각이 100년전 유길준 보다 더 닫혀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지금은 양절이 아니라, 삼절 사절 더 복잡한 상황일 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민간정부 들어서고 국민소득 20000달러를 넘어서도 그 생각의 틀을 바꾸는 데는 참으로 느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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