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12살이 되어 좋은 것

나이를 먹어도 사실 실감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리는 히끗히끗해져가는데도 마음은 아직도 청춘이죠. 그런데도 가끔씩 나이를 먹었다는 실감이 날때는 애들이 커가는 걸 볼때죠.

작년 여름 시카고 여행( 아들놈이 주도한 시카고 여행기)도 아들 녀석의 의견이 결정적이었죠. 정말 애들이 커가나 봅니다.

지난 1월말이 아들녀석 생일이었습니다. 드디어 공식적으로 12살이 되어 버린 겁니다. 뭐... 한살 한살 먹어가는데 뭐 그리 대수인가 싶지만... 한가지 크나큰 변화가 생겼답니다.

저와 집사람이 다니는 헬스클럽은 가족회원 제도가 있는데 자녀가 12살이 넘어야 실제 헬스기구들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해 줍니다. 그러니까 이제까지는 식구들이 모두 헬스클럽을 가도 아들 녀석만 아이들 방에서 따로 놀아야 됐습니다. 그러니 식구들 모두가 운동하러 갈 수가 없었죠. 집사람과 같이 가자니 애들만 집에 두기가 뭐해서... 결국 혼자가게 되는데... 헬스장에 가봐야 대부분 백인이나 히스패닉들만 우글우글하는데.... 운동해보셔서 아시겠지만... 웨이트 트레이닝도 옆에서 같이 숫자 세어주는 짝이 있어야 운동할 맛이 나죠. 그러니 이 핑계 저 핑계대며 운동을 게을리하게 되었죠.

그런데 지난 달말에 드디어 아들 녀석이 12살이 되어서 헬스클럽 오피스에 가서 정식으로 아이디도 제대로 만들고 지난 토요일부터 식구들이 함께 운동을 하러가게 되었습니다. 집사람은 딸아이랑, 그리고 저는 아들녀석이랑 서로 웨이트 트레이닝 기구를 같이 붙잡고 운동하고, 이제는 뜨거운 물이 담긴 자쿠지에도 함께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정말 모처럼 식구들이 함께 활동을 하니 참 좋더군요.

마침 오늘은 미국의 프레지던트 데이인데 제 일터의 공식 휴일입니다. 덕분에 또 식구들이 함께 운동을 했습니다.

아들 녀석의 역기 무게를 조절해 주며 한편으론 대견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렇게 함께 운동할 수 있는 기간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까 생각해 보니... 이렇게 함께 할 기간도 얼마 안남았구나 싶습니다. 작년 시카고 여행때도 느꼈지만 애들이 빠른 속도로 자아가 무르익어 갑니다. 엄마 아빠랑 여행이나 운동을 과연 앞으로 얼마가 같이 다녀줄까요? 길어봐야 6년정도나 남았을까 싶습니다. 6년도 너무 심하게 욕심을 내는가 모르겠습니다.

얼마전 친하게 지내던 교수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이제는 empty nest 라고 껄껄껄 웃으십니다. 예쁜 따님이 둘이나 있던 분인데 이제는 모두 타주에 있는 대학을 가거나 졸업해서 다른 주에서 직장을 잡았습니다. 부부가 남은 여생을 재미있게 살 연습을 착실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한 추억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야 노후에 그 추억이라도 붙잡고 서로 의지하며 서로 미워하지 않으며 살지 않을까 싶네요.


애들이 어렸을 때는 언제나 애들 빨리 키워서 좀 덜 힘들게 살까 ... 그 날이 오기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이젠 애들이 품을 떠날 시기가 가까와 오는게 느껴집니다. 참 세월이 빠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