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지란 표현을 용납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아크로에서 최근 며칠 동안 여러 가지 근거가 제시됐습니다만, 저는 약간 다른 기준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다른 분들이 하신 말씀에 포함된 논거인데도 제가 잘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지적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우선 특정 정치인이나 세력, 지역 등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표현을 용납하느냐의 기준으로 과연 그 비하 및 조롱의 대상에게 귀책사유가 있는가의 문제를 제일 먼저 따져야 한다고 봅니다. 첫째, 그 비하 및 조롱을 낳은 원인이 그 대상의 자발적 선택의 결과인가 둘째, 그러한 자발적 선택이 도덕적 상식적으로 비하할만한 충분한 요인을 갖고 있는가 등 두 가지 기준으로 따져볼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죠. 전 복싱 세계챔피언 홍수환이 한때 '엄마 나 옥희 먹었어'로 불린 적이 있었습니다. 이건 약간의 배경 설명이 필요한데, 홍수환이 1974년 남아공으로 가서 당시 챔피언 아놀드 테일러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여서 승리한 뒤 엄마와 국제전화로 통화하면서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라고 했고 또 그 어머니는 "그래 장하다, 대한민국 만세다"라고 화답해서 그 발언들이 대유행을 한 적이 있었죠.

반전은 그 뒤에 일어납니다. 홍수환이 챔피언 벨트를 잃었다가 다시 1977년에 그 유명한 4전5기의 신화를 쓰면서 헥토르 카라스키야를 눕히고 챔피언 벨트를 가져오죠. 거기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너무 유명해지다 보니 그만 무명시절부터 뒷바라지하던 조강지처를 버리고 가수 옥희와 스캔들이 터지죠. 그때 사람들이 홍수환을 '나 챔피언 먹었어'에 빗대 '나 옥희 먹었어'로 부르곤 했던 것입니다.

여기서 홍수환의 행동은 제가 위에서 말한 두 가지 기준에 모두 부합합니다. 챔피언 먹었어라는 발언이나 이후 옥희와의 불륜 등이 모두 자신의 자발적 행위였습니다. 누구의 강요도 없었죠. 그리고 유부남의 신분에서 조강지처를 버리고 불륜을 저지른 것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일반인의 상식이라는 관점에서나 모두 비난받을만한 요소가 충분했다고 봅니다.

'엄마 나 옥희 먹었어'라는 발언을 TV나 라디오 또는 신문 지상에서 공공연하게 떠들었다면 그건 또 다른 법적인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적어도 저 표현 자체는 충분히 성립 가능한,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라고 봅니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은 대중의 인기를 기반으로 자신의 캐리어를 만들어가는 직업이기 때문에 대중으로부터 이런 저런 평가를 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대중으로부터 평가를 받는 것이 그 직업의 본질입니다. 인기 스포츠인이나 문화인 등의 일상에도 이런 속성이 많이 작용한다고 봅니다. 이런 직업군의 사람들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명확한 불법'이 아닌 경우에는 모두 용인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실정법의 적용 기준이 아닌, 특정 게시판이나 인터넷 환경 전반의 상식이라는 기준을 놓고 따질 때는 더욱 그렇겠죠.

이제 문제가 된 운지라는 표현을 살펴보죠. 제가 말한 저 두 가지 관점에서 말입니다.

첫째, 운지라는 표현을 만들어낸 것은 노무현의 자살입니다. 노무현의 자발적 선택이라는 겁니다. 무슨 타살설 따위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둘째, 노무현의 자살은 일반적 도덕관념으로도 그렇지만 특히 일국의 대통령씩이나 지낸 유명 정치인의 행위로서는 결코 바람직할 수 없습니다. 바람직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기본도 못 갖춘 쓰레기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죠. 아닌가요?

지금 운지라는 표현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자기도 모르게 부인하고 있는 게 바로 저 두번째 기준이라고 봅니다. 즉, 노무현의 자살이 거물 정치인으로서 얼마나 파렴치하고 무책임한 행동인가를 인정하기 싫다는 겁니다. 노무현이 퇴임하고 뇌물 비리 등 이런저런 문제가 터졌을 때 삿대질하다가 노무현이 자살했다니까 갑자기 눈물콧물 짜내던 그 정서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봅니다. 도대체 노무현의 자살이 도덕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단 한 가지라도 긍정적인 요소가 있나요? 만일 있다면 저도 저 운지라는 표현을 재고할 것을 재고해보겠습니다.

운지라는 표현과 함께 거론되는 쩔뚝이, 펭귄, 난닝구, 홍어 등을 한번 살펴보죠. 논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쩔뚝이라는 표현이 장애인 비하라는 요소는 일단 제쳐놓죠. 김대중이 다리를 절게 된 것이 본인의 선택인가요? 아님 최소한 본인의 과실이라도 있나요? 아니잖아요? 게다가 이 표현이 정말 패륜적이라는 것은 김대중의 저 신체적 불구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자들, 그러한 의혹을 사고 있는 자들에게서 나온 표현이라는 점이에요. 그리고 그런 범죄세력을 지지하는 쓰레기들이 즐겨 사용하는 표현이라는 것이구요.

조금더 나아가 저 사고가 누군가의 고의에 의한 것이라면 그것은 김대중이 박정희 독재정권을 상대로 가장 치열하게 싸운 결과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의로운 행위를 한 댓가로 가장 저열한 조롱을 당하고 있는 것이 저 쩔뚝이라는 표현이 담고 있는 의미입니다. 운지와 어떻게 다른지, 무슨 차이인지 이해가 안 되십니까? 어떻게 "운지를 용납한다면 쩔뚝이도 용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내뱉습니까? 대가리 구조나 도덕성이 모두 인간 이하로 떨어진 사람들이 아니면 결코 할 수 없는 표현입니다.

펭귄, 난닝구, 홍어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르다고 보십니까? 펭귄의 경우 쩔뚝이와 똑같은 경우이기 때문에 다른 설명이 필요치 않구요, 난닝구의 경우 그 조롱의 대상이 한 행위 때문에 생긴 표현인 것은 맞습니다. 민주당의 고참 당원이 노빠들의 열우당 창당과 민주당 분당에 반대해서 난닝구 차림으로 항의한 데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롱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당시 이 고참당원의 항의가 부당하고 조롱받을만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과연 조롱받을 행위였습니까? 저는 결코 아니라고 봅니다. 조롱을 받아야 한다면 지지자들과 당을 가장 더러운 수법으로 배신하고 민주화와 지역갈등의 해소라는 대의명분을 저버린 노무현과 그 똘마니들이 받아야죠.

게다가 난닝구는 단순히 민주당 분당에 항의한 그 고참당원만을 조롱하는 표현이 아닙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사회적 핍박과 조롱, 차별대우를 감수해가면서 처절하게 이 나라의 민주화를 지지하고 지원해온 호남 민중 전체의 정치적 선택을 깔아짓뭉개는 더러운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이 조롱의 대상이 행위 당사자라는 첫번째 원칙에도 맞지 않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호남 민중들이 모두 난닝구 차림으로 설쳤나요? 한마디로 말해 진중권처럼 얄팍한 잔대가리 굴려서 세치 혀로 사람의 뒤를 칼로 찌르는 쓰레기들의 전형적인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표현이라고 봐야 합니다.

홍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표현의 경우 일차적으로 홍어를 삭혀서 먹는 호남 민중들의 독특한 식습관 때문에 생긴 것이 맞습니다. 표면적으로 조롱의 대상이 조롱에 상당한 행위를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연 홍어라는 조롱이 단순히 홍어를 삭혀서 먹는 호남인들의 식습관을 조롱한 것이냐는 문제입니다. 그게 아니라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겁니다. 호남인들이 줄기차게 영남패권에 반대해왔기 때문에 바로 홍어라는 표현을 사용해 비하하는 것 아닙니까?

홍어를 삭혀서 먹는 습관이나 마찬가지로 영남패권에 반대하는 정치적 선택을 한 것은 결코 비난이나 조롱의 대상이 될 수 없는 행위입니다. 오히려 지금 이 나라에서 인터넷으로 마음껏 표현의 즐기는 분들은 거의 모두 호남인들의 선택과 피흘림, 소외의 결과물을 따먹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고맙다는 인사는 못할망정 홍어라고 비웃어요? 그런 표현이 용납될 수 있습니까?

감히 운지라는 표현을 쩔뚜기, 펭귄, 난닝구, 홍어 등에 갖다 대는 그 파렴치함에서 노빠들의 전형적인 속성을 봅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저는 운지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100% 아니라고 자신은 못하겠네요. 잘 쓰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별로 잘 만든 조어가 아니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상상력의 소산도 아니지만 굳이 상상력의 결과물이라고 한다면 그건 아주 싸구려 상상력에서 나온 조어라는 거죠. 그래서 잘 안 씁니다. 그보다는 노무현의 자살을 가리킬 때 훨씬 직설적이고 적나라하고 입에 짝짝 붙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물론 제 취향으로 봐서 그렇다는 겁니다.

노무현이 짬프해 뒈졌다.

이렇게요. 마음에 드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