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다음 글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과학 철학 강의: 007. 입증의 세 가지 의미

http://cafe.daum.net/Psychoanalyse/Kz8I/7

 

 

 

다우징(dowsing, 수맥 찾기)Y 막대기(Y-rod, Y자 모양 막대기), L 막대기, 진자(pendulum) 등으로 수맥을 찾는 것을 말한다.

 

http://en.wikipedia.org/wiki/Dowsing

 

예컨대 수맥이 있는 곳에서는 Y 막대기가 “저절로” 움직인다는 식이다. 처음에는 서양에서 지하수를 찾는 데 주로 사용되었지만 잃어버린 물건 찾기나 실종자 찾기에도 응용되고 있으며 심지어 전생에 대해 알아보는 데에도 쓰이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달마도의 효능을 알아보는 데에도 쓰이고 있다. 그리고 서양의 수맥 찾기는 주로 지하수를 찾기 위한 것이었으나 한국에서는 수맥이 몸에 좋지 않다는 이론(?)에 따라 수맥을 피하기 위해 쓰이고 있다.

 

 

 

유명 다우저(dowser)에게 다우징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과학적으로 검증한다고 하자. 진자를 컵 위에 올려 놓고 그 속에 물이 있는지 여부를 맞히는 실험이다. 물론 불투명한 컵이며 소리, 냄새 등을 차단해서 상식적인 방법으로는 물이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도록 했다.

 

어떤 과학자가 그 다우저가 물이 있는지 여부를 한 번 정확히 맞히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하나 공개했다. 이 때 동영상 조작이나 실험 조작은 없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그 다우저의 능력이 입증된 것인가?

 

아니다. 왜냐하면 우연히 맞힐 확률이 50%나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물이 있는지 여부를 한 번 정확히 맞히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1000 개 공개했다. 다우저가 총 1,000 번을 성공한 것이다. 1,000 번이나 성공했으니까 이제는 다우저의 능력이 입증된 것일까?

 

아니다. 왜냐하면 약 2,000 번 정도 시도하면 1,000 번은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가 동영상을 2,000 번 정도 찍은 다음에 성공한 것만 1,000 개 골라서 공개한 것일 수도 있다. 동영상이나 실험 자체가 조작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검증을 할 때 반증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이와 같은 황당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우저의 능력을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연속으로 1,000 번을 실험해야 한다. 그래서 몇 번을 적중했는지 따져 보아야 한다. 만약 성공한 횟수가 500 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면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때 잘 정립된 통계학과 확률론을 응용하여 크게 벗어났는지 여부를 따질 수 있다.

 

 

 

혈액형 성격론의 검증에서도 마찬가지다. A형은 소심하다”라는 가설이 있다고 하자. A형이며 소심한 사람을 1백만 명 데려온다고 해도 “A형은 소심하다”라는 가설이 입증되는 것이 아니다. 소심한 A형을 찾아 헤매는 것은 반증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검증 방식이며 검증으로서 별로 가치가 없다.

 

무작위(random)로 뽑은 대규모 표본이 필요하다. 예컨대 무작위로 1만 명을 뽑았다고 하자. 그 중 4,000 명이 A형이라고 하자. A형인 4,000 명이 얼마나 소심한지 알아보고, A형이 아닌 6,000 명이 얼마나 소심한지 알아본다. 그리고 두 집단을 비교해 본다. 만약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하게 차이가 난다면 “A형은 소심하다”라는 가설이 그럴 듯하게 입증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차이가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면 이 가설은 그럴 듯하게 반증된 것이다.

 

A형은 소심하다”라는 가설이 그럴 듯하게 입증되었다 하더라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A형은 소심하다”라고 믿고 있고 있기 때문에 A형인 사람이 일종의 자기 암시에 빠진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런 복잡한 사정은 이 글의 주제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자.

 

 

 

어떤 점쟁이가 용하다는 것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그 점쟁이가 정확히 맞힌 사례들을 아무리 모아 보아도 입증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예언을 많이 하다 보면 우연히 맞힐 수도 있는 일이다.

 

또한 상식만으로도 미래를 상당히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때가 있다. 예컨대 “바로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공산주의자가 당선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식의 예언을 해서 적중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예언 능력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점쟁이를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상식이나 과학으로 예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을 많이 예언하도록 해서 얼마나 적중하는지 따져야 한다. 만약 우연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점쟁이는 용하다”라는 가설이 그럴 듯하게 반증된다. 물론 우연을 크게 벗어나서 맞힌다면 용한 점쟁이라는 가설이 그럴 듯하게 입증된다.

 

점쟁이가 과학자를 약 올리기 위해 일부러 능력을 발휘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지만 이런 복잡한 사정 역시 이 글의 주제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자.

 

 

 

칼 포퍼는 어떤 가설에 부합하는 것들만 수집해서는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에 따르면 반증을 염두에 두고 검증해야 한다. 즉 실험이나 관찰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면 반증되는지 생각해 두고 검증해야 한다. 나는 이런 포퍼의 주장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사이비 과학에서는 반증을 염두에 두지 않고 실험을 설계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가설에 부합하는 사례들을 수집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다. 그러면서 입증되었다고 우긴다.

 

 

 

이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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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