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선일보가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군요.
 통일 띄우기에 열을 내는 모습을 보니 뭔가 좀 어색하기도 하고. 

 제가 지금 조선일보의 통일 띄위기가 어색하다고 했는데 그런 말을 한데는 물론 이유가 있습니다.

 남북경협을 통한 군사적 긴장완화와 그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중요한 축의 하나로 삼는 햇볕정책의 논리를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거든요 (물론 햇볕정책이라는 용어 자체는 일절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요). 남북경협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이를 그 근거의 하나로 삼는 사람들은 지금의 조선일보만이 아닙니다. 사실 기존의 햇볕정책 지지자, 혹은 햇볕정책에 대체로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사람들이 대개 그렇죠. 아크로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선 제가 그렇고, 로자한나님도 그럴테고 아마 노엘님도 이런 부류에 드는 분일 겁니다.


 (제가 지지하는 입장이기도 한) 이런 입장을 약간 좌파적 시각에서 냉소적으로 평가하자면, 저성장, 대기업 위주 경제구조의 덫에 빠진 현 한국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혹은 만성질환)를 (적어도 당분간이라도) 돌파하기 위해선 북한을 남한의 '내부식민지'화 하는 수 밖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는 주장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죠. 적어도 전 김대중-노무현의 대북유화-남북경협 정책의 중요한 한 성격 중 하나는, 사실상 장기적으로 북한을 남한 자본주의의 내부식민화를 꾀하는 정책이었다고 이해하는 편입니다.  (그 목표달성이 과연 얼마나 성공적이었는가 따지는 일은 일단 차치하더라도 말이죠). 우파 중에서 좀 졸렬하고 수준 떨어지는 치들이 흔히 관성적으로 공격하듯이 싸구려 민족주의 감상에 빠져 입안된, 그런 정책기조는 아니었다는 거죠.

 아무튼 남북경협이라면 이를 가는 조선일보가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걸 보니까 기분이 조금 묘해집니다. 
  
 조선일보의 입장선회에 관해 더 궁금하신 분들은 조선일보 홈피에 들어가시거나 구글에서 '조선일보 통일이 미래다'란 키워드로 검색해서 주욱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선 여러 기사들 중에서 눈에 띄는 대목 몇 개만 원문링크와 함께 소개해두죠. 
 
 
1. " 스탠더드앤드푸어스의 존 체임버스 국가신용등급평가위원회 위원장은 통일 이후 북한이 새로운 제조업 생산기지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많은 한국 기업이 높아진 인건비를 견디지 못하고 해외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면서 "통일이 되면 해외로 나간 많은 한국 기업과 외국 기업이 북한의 싼 인건비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풍부한 노동력은 한국 경제 전반적으로 임금 하락 압력으로 작용해 남한의 임금 수준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도 했다." ("南은 저성장 탈출, 北은 新제조업 기지로… 통일한국에 더 투자")""" 

 
 2. "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존 체임버스(Chambers·사진) 국가신용등급평가위원회 위원장은 "한반도 통일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굉장히 중요한 변수"라고 했다.  체임버스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미국 뉴욕 S&P 본사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통일 이후 북한의 싼 인건비와 풍부한 천연자원이 한국 기업에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
한국 신용등급 변화에 통일은 굉장한 변수") 


 3. "6개 금융사는 통일이 경제에 미칠 가장 긍정적인 요소로 '북한의 저렴하면서도 우수한 노동력 활용'을 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북한 주민의 1인당 연소득(GNI)은 137만원으로 남한의 20분의 1 수준이다. 평균적인 북한 주민의 임금 수준이 그만큼 낮다는 뜻이다. 실제로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북한 노동자 5만3000여명이 1년에 받는 임금은 1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1인당 연봉이 200만원에도 못 미쳐 베트남, 캄보디아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보다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안보 불확실성 해소(3곳), 유라시아 대륙과의 연결성 제고(3곳)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다."  (
글로벌 금융社들 "전쟁위험 국가인 한국, 통일되면 성장유망 국가")



  
 조선일보의 이런 말들을 (야권성향논자이자 햇볕정책의 강성지지자라고 할 수 있는) 도올 김용옥의 다음 글과 비교해보시면 재밌을 겁니다. 도올 김용옥이 2012년 출간한 (에세리집이라기보단 그냥 생각나는 것들 그때 끄때  메모해놓은 잡문을 모아 출간한 잡문집에 가까운) "도올의 아침놀"에 나오는 말들입니다. 12년도 당시 도올의 인식과 14년 1월 현재 저 조선일보의 기조가 서로 빼다박았다는 게 보일 겁니다. 


  (2012-09-22-09) 한국경제의 문제는 큰 틀을 새로 짜야 하고, 큰 판을 새롭게 벌여야 한다. 그 유일한 출구가 남북의 경협이다. 지금 북한의 노동력과 자원 그리고 지대는 지구상에서 최적의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 북한사람들은 우리와 언어와 생활관습을 공유하며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아무리 문제가 많다 해도 중국인보다는 성실하며 의리가 있다. 개성공단 하나만 활성화시켜도 남한의 중소기업 숨통이 터진다. 

 (2012-09-22-13) 한국경제는 남북문제의 적극적 해결 없이 출로가 없다. 남북의 긴장관계가 초래하는 이니시어티브의 상실이 한국경제의 목을 죄는 올가미이다. 항상 강대국들의 조작의 노리개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