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먹고사니즘에 빠져 가끔씩 들러 눈팅만 하는데, 오늘은 기어코 또 한 말씀 드려야겠네요.


자타가 공히 친노라고 인정하는 크레테님이 약간 뜬금 없이(!)  역사속 호남과 영남 지역 편견의 허구 라는 떡밥을 올렸더군요. 요지는 이런저런 사료를 그럴 듯하게 엮어 특정 지역을 폄하 글들은 대부분 근거 없는 지역감정 유발용 떡밥들이라는 겁니다.  아크로 분들은 대부분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일 텐데 크레타님이 굳이 왜 그 글을 링크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좀 심심하셨나 봅니다. 어쨌든 크레타님의 떡밥은 제법 위력을 발휘해 곧장 많이들 낚여서 파닥이시더군요. 그리고 역시 예상대로 전반적인 댓글들이  "결론은 버킹검=노무현은 나쁜 놈"으로 흘러가더군요.  

근데, 노무현이 나쁜 놈이 되는 과정이 제가 보기에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맥락을 무시한 채 자기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시는 것 같더군요. 발언 전문 기사가 링크돼 있어 한번만 읽어보면 어떤 맥락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댓글에 인용된 노무현의 해당 발언은 대구경북 언론인들과의 만남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나온 것입니다.

13. 문 : 대통령님께서 총선은 국민에게 맡긴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이 거기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질문 하나 드리겠다. 또 상당수의 대구경북 유권자들은 지난 12년동안 각종 국책사업에서 손해를 봐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실제로 지역경기는 계속 바닥으로 향하고 있다. 그래서 내년 총선에서는 이런 소외감이나 좌절감을 씻어주는 것이 지역화합이라든가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총선에 대한 지역화합과 관련한 평소에 생각하시는 것이 있다든지 방안이 있으시면 소개해 달라.

질문의 요지인즉, '대구가 김영삼 정권 이래 12년간 권력에서 소외돼 푸대접을 받아 경제가 어려우니 정책적 배려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에 대한 노무현의 답변입니다.

△ 대통령 : 지역문제를 고려해서 특별히 특별한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 것이 저는 지역문제의 해결책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지역에 있어서의 소외감이라든지 지역갈등이라든지 지역감정이라든지 이것 다 정치인이 만들어낸 허구이다. 분명히 제가 말씀드리겠다. 그러면 92년 이전 30년동안 대구출신의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국가의 자원을 주무를 때 진짜 호남을 소외시켰나? 인정하시겠나? 그 30년 동안에 대구경북이 살이 찐 부자가 됐으면 얼마나 부자가 되었나? 그때 대구경북이 덕 많이 봤나? 일일이 거기에 대해서 솔직하게 대답을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로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경남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대구경북이 소외됐다 호남정권 시절에 소외됐다 그것 할 수 없는 일이다.

섬유산업 지원액이 3천6백70억인데 약 3천7백억 아닌가 전국 어느 지역에서도 지역경제를 위해서 그만한 집중적 투자를 받은 곳이 없다. 대구가 받았지 않나. 그밖에 제가 일일이 다 말씀을 드릴 수 없지만 말하기 따라서는 경부고속전철도 가다가 대구에서 멈추어 서버렸지 않았나. 이런 것을 다 따지면 그것은 끊임없는 논쟁거리이고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고를 저는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그방식으로 말하고 하는 데에 대해서 일체 받아들이지 않고 제 소신껏 밀고 나간다,

저는 영남사람으로서 호남당에 십수년을 몸담고 봉사한 사람인데 그렇다고 제가 호남에만 할 일도 아니고 그것은 결국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제 노력이었다. 그렇게 극복해 나가지 않으면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다. 그 소외문제는. 그래서 분명히 거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30년 그 막강한 권력이 있는 동안에 대구가 왜 서울이 되지 못 했냐. 이 문제를 곰곰히 한번 돌이켜 보면서 다음에 어떤 정권이 국민들의 감시를 받고 견제를 받는 어떤 정권이 어느 한 지역을 그렇게 지원하고 어느 지역을 소외시킬 수 있느냐 그것은 그렇지 않다.

이제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경쟁, 그 지역의 기획역량, 전략적 기획역량, 그것을 추진할 수 있는 지역의 역량이 결정한다 나는 지역언론이 이제 이 문제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지역의 경쟁력있는 문화를 새롭게 창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외, 푸대접 이것 백년 해 봤자 그 지역에 새로운 희망은 생기지 않는다. 단언한다.

지금도 제가 민주당인데도 호남에서 호남 푸대접론 계속 얘기하고 있는데 푸대접론 백번 얘기해도 노무현이는 돈 십원 더 줄 돈이 없다. 그것과는 관계없이 그 쪽이 균형발전에 있어서 낙후된 곳이라는 분명한 계량적 근거,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지원할 것 할 것이고 대구경제가 실제 어렵지 않나. 어렵기 때문에 대구경제 살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다른 지역보다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 분명한 근거를 가지고 해 나갈 것이다. 호남소외론이 아무리 무슨 소리를 해도 저는 거기에 귀를 기울일 생각은 없다. 마찬가지로 영남지역에 대한 제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

이걸 굳이 또 제가 요약할 필요를 못 느낍니다만, 푸대접 운운하는 대구경북 기자를 머쓱하게 만드는 답변이지요. 호남을 비하하는 발언이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평균적인 독해력과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노무현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 답변을 듣고 질문한 기자나 대구경북 사람이라면 기분이 좀 나쁠 수도 있겠지만, 댓글 단 분들이 '충격'이나 '회의감'을 느끼고 '욕'이 나오고 '지지철회'를 해야 할 건덕지가 도대체 있기나 한 건지 저로선 상당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후속 댓글에선 실제론 있지도 않은 영남발전특위인가 뭔가까지 설립해 노무현을 기어코 영남패권주의자로 만들 기세더군요. 쐐기를 박듯이 어느 분은 '크레타, 니 꾀에 네가 넘어 갔지. 봐라, 이래도 노무현이 나쁜 넘 아니냐'는 식으로 비아냥대더군요. 그러면서 노무현 나쁜 넘인 걸 인증하는 추가 자료까지 폭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역시 자세히 살펴보면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독식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원론적 차원의 이야기거나  '대통령이 부산출신인데 왜 부산정권으로 안 받아들여주고 미워하냐'는 식의 약간은 원망섞인 농담성 발언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분들 입장에선 이런 모든 게 다 노무현 나쁜 넘을 입증하는 강력한 자료가 되나 봅니다. 좀 더 자세한 건 크레타님의 글에 달린 댓글들을 참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제가 계속 빗대어 이야기하지만, 호남지역주의자들이 노무현을 영패주의자로 몰아가는 과정은 월남한 70대 반공주의자들이 김대중 전대통령님을 빨갱이로 몰아가는 과정과 본질상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반공주의자들이 보기에 대한민국은 항상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남침위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북한공산주의자들은 한 때 6.25라는 천인공로할 전쟁까지 일으킨 악의 무리들입니다. 그들은 북한 인민들을 노예처럼 부리고 굶겨죽이면서도, 남한을 공갈협박해 뜯어낸 돈으로 핵무기까지 만들어 오늘도 적화통일을 노리는 구제불능의 파렴치범들입니다. 그들은 협력이나 공존의 상대가 아니라 타도해야 할 대상입니다. 그들이 역사적 과오를 시인하고 항복해오기 전에는 절대로 그들을 도와주거나 타협을 해서는 안됩니다. 우리 국력이 세져서 안심해도 된다는 데 그건 공산주의자들을 몰라서 하는 소리입니다. 그들은 절대로 적화통일을 포기할 놈들이 아닙니다. 이런 데도 만약 그들과 무원칙한 협력이나 관계개선을  주장하는 자가 있다면 그 자는 빨갱이입니다. 하물며 그들과 대치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니 인권이니 하면서 우리 내부를 교란하는 자가 있다면 그 자는 필경 북한공산주의를 이롭게 하는 간첩일 가능성이 큽니다. 

반공주의 프레임으로 보면, 그들의 말에도 상당한 진실이 내포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님들은 김대중이 빨갱이라는 이 반공주의자들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p.s. 글 올리려고 지금 다시 보니 [하하하]님이 이미 노대통령 발언의 맥락을 설명해 놓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