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일부 경상도 지역론자들을 중심으로 지방 소외론이 제기되고 있다. 나는 이것이 영남 패권이 "지역 단위"에서 "인적 단위"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지리적 경상도와 인적 경상도간의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고 본다. 기존의 영남 패권이 경상도라는 지리적 지역성에 근거했다면 앞으로의 패권은 수도권에 기반을 둔 "경상도 출신"이라는 인적 지역성을 중심으로 뭉칠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리적 경상도와 인적 경상도간에 벌어지는 마찰이 수도권-지방의 문제로 나타난다고 본다. 지방의 소외를 말하면서 지방에서 가장 발전한 경상도가 일단 수도권으로부터 이익을 가져와야 한다는 이른바 선도론을 펴는 경상도 지역론자들을 보노라면 인간의 뻔뻔함이란 참 한계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경상도 패권에 균열이 가는 신호일수도 있다. 한두 세대가 지나가면 수도권에 사는 경상도 출신들의 경상도에 대한 귀속감도 옅어질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적 경상도와 지역 경상도간의 대립이 격화되고 완전히 갈라설수도 있다.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은 이 대립의 시발점이다. 갈등의 양상이 매우 격렬함을 고려해 본다면 두 세력의 갈등의 골은 의외로 깊을수 있다.

여기에 기존 수도권 세력과 충청 세력이 가세한다면 판은 커진다. 세종시 문제에서 민주당이 묻히는 이유는 세종시 문제가 기존의 영호남 지역구도를 대체하는 새로운 갈등구조의 등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적 경상도, 지역 경상도, 수도권, 충청이 서로 얽히고 설킨 이 거대한 갈등은 앞으로의 한국 정치를 규정할만한 새로운 갈등구조다.

호남에게는 나쁜 일이 아니다. 기존의 지역구도는 전국적 호남 증오 및 진보 개혁파들의 훈장질라는 지극히 불리한 조건이 존재하는 싸움이었다. 호남은 어떻게 해도 지역주의라고 욕을 먹고, 무조건 양보가 요구되는, 어찌보면 패륜적인 게임이었다. 이 게임이 다른 게임으로 대체되어 호남이라는 플레이어가 관심밖으로 밀려나는 것 만으로도 호남에게는 굉장한 희소식이다. 그리고 호남이라는 플레이어가 없어지는 것은 영남 패권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 영남 패권을 정당화할만한 구실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영남 패권은 그 자체로서 수도권과 충청으로부터 정당성을 검증받아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