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이 한창 진행 중이던 때가 생각난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을 외국인들이 대상이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24시간 텔레비전이 방영되었었다. 사람들 다 잘 시간인 한 밤중에는 경기에 대한 재방송보다는 영화가 주로 방영되었었는데, 영어 대사가 아닌 경우 반드시 화면 밑 부분에 영어자막이 나왔었다.

우연히 하나 본 것이 있는데, 국산영화의 대사를 영어자막과 비교해보는 재미로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다가 경악했다.

1960년이나 70년대쯤의 한국 농촌을 배경으로 한 영화였는데, 마당에서 말썽 피우던 아이를 논에서 일 끝내고 들어오던 아버지가 봤다. 아버지에게 혼날 것이라 생각한 아이가 도망간다. 뒤쫓아 가면서 아버지가 고래고래 고함지른다.

“너 이놈, 죽여버린다.” 요거 자막에 이렇게 나왔다. 나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너무나 기가 막혔으니까. “I will kill you."

도대체 누가 번역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 번역가나 그걸 확인도 해보지 않고 버젓이 자막에 올리는 책임자나 난형난제라는 생각도 했었다.

나 같으면 “I’ll bring you to cry mercy." 또는 I'll have to teach you a good lesson."이라고 하겠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맞는지 자신은 없었다.

게다가 누군가 외국 사람이 그 영화보고 있었다면 한국에서는 아이가 조그만 말썽만 피워도 아버지가 아이를 죽여버리는 것으로 오해하면 어쩌나 걱정도 조금은 했다.

사실 그것만이 아니었다. 동네 애들끼리 싸움 붙었는데, 옆에서 다른 아이들이 싸움 말릴 생각은 하지 않고 응원한다. 당시에 시골에선 실제로 그랬다. “이겨라! 이겨라!”가 아니라 “죽여라! 죽여라!”였다. 그리고 자막도 이에 충실했다. “Kill him! Kill him!"

한국에선 아이들끼리 싸워도 죽이는 게 기본인 모양이라고 당시 우리나라를 다녀간 사람들이 오해할 수도 있겠다면서 어쩜 무식해도 그렇게 무식할 수 있는지 친구들과 안주거리 삼았던 적도 있었다.

내 글에 달린 댓글에 단 댓글이 감춰지는 것을 보면서 갑자기 먼 옛날 일이 떠올라서 끄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