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내외신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취임 후 316일 만에 열린 첫 기자회견이라 많은 국민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첫 기자회견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였습니다.

정홍원 국무총리 등 내각과 김기춘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을 양옆에 포진시켜 놓고 기자회견을 시작한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80여 분 동안 진행됐습니다.

박 대통령의 80여분 기자회견 동안 국민들의 뇌리 속에 남아 있는 단어는 '경제'와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말뿐에 불과했습니다.


오늘은 청와대 출입 언론사들이 아주 즐겨 사용하는 제목 낚시 작성 기법인 '알고 보니 경악' 시리즈로, 박근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그 뒷얘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청와대 각본 감독, 박근혜 대통령 주연, 언론사 조연'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한 마디로 각본, 감독 청와대, 주연 박근혜 대통령, 조연 언론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사전에 모든 것을 각본으로 정해 놓고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연출했다는 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구상 발표가 끝나자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손을 드는 기자가 별로 없었습니다. 기자들이 질문 시간에 손을 들지 않은 이유는 이미 사전에 어떤 기자가 질문할지 정해놓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국도 대통령 기자회견에도 관행적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순서가 있습니다. AP통신이나 유력 매체, 또는 고참 출입기자들 순서로 지목하고 질문을 합니다.

여기서 미국과 한국의 다른 점은 미국은 기자들이 손을 다 들어도 고참 기자나 유력 매체 등의 영향력을 고려해 선택한다는 점이고, 한국은 자신의 입맛대로 이미 사전에 기자를 선정했다는 부분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 기자 질문 언론사 순서>

연합뉴스→ MBC→ 동아일보→ 매일경제→ 대구일보→ 뉴데일리→ 채널A→ 로이터→ 세계일보→ 중부일보→ YTN→중국 CCTV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 당시 질문을 했던 언론사를 보면 영향력에 따른 순서도 아니고, 단순히 박근혜 정권에 유리한 언론사만 선택했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진보 경향의 언론사라고 불리는 한겨레, 경향, 한국일보, 오마이뉴스 등은 아예 질문이 없었습니다. 일부 외신 기자들은 이런 청와대의 방식에 불만을 토로했다고 합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기업체에서 홍보용으로 기자를 초청해 하는 행사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던 이벤트에 불과했습니다.

'고개 숙인 대통령, 이유는 대본을 보느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보면서 느낀 이상한 점은 박근혜 대통령이 질문한 기자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계속 고개를 숙이고 답변을 했다는 점입니다.

생중계로 진행되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표정 하나하나는 신뢰와 안정성을 줍니다. 그래서 국민과 대화를 하듯 정면이나 기자들을 바라봐야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대화 기법에서 가장 나쁜, 고개 숙이고 말하기를 연출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꾸 고개를 숙인 이유는 사전에 준비된 대본을 읽기 위해서였습니다. 청와대는 이미 사전에 질문할 기자들의 순서와 질문 내용을 작성해 놓고, 그 순서와 질문 내용에 따라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사전에 질문지 내용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질문처럼 보여 놓고 사전에 짜놓은 질문과 답변을 했다는 사실은 금요일 오후 녹화방송을 하면 되지, 굳이 바쁜 월요일에 생중계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마저 듭니다.

왜냐하면, 사전에 질문 주제가 있어도 기자라면 최소한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 '백악관 기자실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헬렌 토머스'는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진짜 이유가 뭔가? 석유냐, 이스라엘이냐?'라는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실수가 많아서 대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대본이 있어도 최소한 국민이 궁금해하는 돌직구형 질문이 한두 개쯤은 나왔어야 했는데, 별로 그런 질문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였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여기에 대통령 후원회장의 땅문제라든지,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태입니까?'라는 직접적이고 민감한 질문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에 반해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은 '1년 소회 밝혀달라','퇴근 후 뭐하나?'라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질문만 나왔습니다.

언론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백악관 기자회견과 청와대 기자회견만 비교해봐도 논문 한 편은 아주 쉽게 나올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언론사를 홍보사로 뒤바꿔 놓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불통'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이번 기자회견에서 '소통'을 강조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소통에 대해서 '수용만이 소통이라면 사회 왜곡', '진정한 소통은 적절한 타협과 다르라'는 말을 했습니다.

소통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막히지 않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소통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을 관철해서는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생각하는 '소통'을 국민에게 알리기 바빴습니다. 이것은 소통이 아니라 주입식인 '강요와 명령'이지 결코 소통이 아닙니다.

사전에 청와대의 연출과 각본에 따라 질문만 하는 기자, 대본을 보기 바빠 얼굴을 들지 못하는 대통령을 보면서, 고개를 숙인 이유가 부끄럽기 때문이 아니었느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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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유권자 수준.